아시아의 잘츠부르크를 지향한 2003 통영국제음악제를 찾아가는 길은 아름다움과 설렘의 여정이었다. 남망산에서 내려다본 통영 바다와 하늘의 푸른빛은 포근함으로 어우러져 멀리서 찾아온 음악인들에게 따스함을 전해 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달 25일 오후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4월 2일까지 9일간 ‘꿈(Dream)’이라는 주제로 막이 올랐다. 이 ‘꿈’은 통영국제음악제가 앞으로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하려는 염원과 갈망을 담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였다.
13개국 50개팀들의 20회 공식공연과 부대행사들로 이 꿈들이 현실화되는 것을 지켜본 필자의 눈에 통영은 음악의 도시였다. 음악제 주제인 ‘꿈’은 윤이상 오페라 ‘류퉁의 꿈’ 과 ‘나비의 미망인’을 가시화한 것이므로 이번 축제의 으뜸이었다.
음악제 기간에 공연된 모든 음악이 다 소중하였지만 승천하는 용, 윤이상의 오페라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
오페라 ‘류퉁의 꿈’과 ‘나비의 미망인’은 20분의 휴식을 전후해 1, 2부로 나뉘어 무대에 올랐다. 국립오페라단과 함께 정치용 지휘, 조태준 연출,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무대에 오른 ‘류퉁의 꿈’은 서막의 ‘천상’에서 울려나오는 합창소리가 여느 오페라와는 다른 세상을 향한 교훈적 오페라임을 일러 주었다.
부와 명예를 좇는 제자 류퉁에게 칭양은 상제의 명을 받아 꿈을 통하여 노자사상으로 전향하도록 일깨운다는 내용의 오페라 ‘류퉁의 꿈’은 간결한 음의 진행과 효과적으로 사용한 악기의 음향이 어렵게만 느끼는 현대 오페라의 선입견을 단번에 지워버리게 하였다.
빈 현대오페라단의 ‘나비의 미망인’은 미하엘 클라가 지휘, 도리스 부쉬케가 연출을 맡았다. 장자는 거짓죽음을 가장하여 아내의 부정을 목격한 뒤 자유로운 한 마리 나비가 되려고 결심한다는 내용의 오페라였다.
이 두 편의 오페라에서 음악은 동서양의 음 사용의 차이점과 대비점을 조화롭게 활용하여 진정한 자유인 윤이상 음악의 힘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또 심리적 갈등을 몇몇 소품과 스크린 처리로 전체를 대변하는 무대연출은 작은 무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다.
짧은 시간에 국제음악제로서의 명성을 얻은 주최측은 더욱 의욕을 보여 많은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 시점에 무엇이 정작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점검했으면 한다. 우선, 동양의 잘츠부르크를 지향한다는 발상부터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음악회 프로그램은 고전과 현대를 반반씩 배치하였으나 우리 음악과 서양 음악을 보다 조화롭게 만들어간 윤이상의 음악 혼과 맥은 현대음악제를 지향함이 타당하다.
또한 음악당 건립이라는 외관보다 알찬 내용이 더욱 중요한 것이며, 통영시민문화회관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음악만이 아니라 학술제를 겸하여 윤이상이라는 시대의 인물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고향 통영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