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일째! (마지막 날)
호텔에서 작업 좀 하느라 새벽 2시가 넘어 잠들었다.
여독이 슬슬 몸에 퍼지고 있지만 7시에 눈을 떴다. 두 아들은 사이좋게 잘자고 있다. 9시 30분에 시티투어 버스가 있기 때문에 여유가 있어서 8시쯤에 애들을 깨우고 호텔 2층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밥과 빵이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체크 아웃하고 버스 앞에 줄을 섰는데.... 아뿔사 표가 매진이다. 다시 버스를 기다리려면 30분 간격이라 난감했다. 어제와 달리 바람도 많이 불고 쌀쌀한 날씨라 시티투어 버스 오픈카를 타는 것도 여의치 않을 듯 싶어 다시 내 차로 이동을 했다.(나도 기사가 모는 차를 타고 싶었지만 내 차로 이동하는 것이 편할 것 같아서다.) 하지만 일정은 시티투어 버스가 이동하는 경로로 잡았다.
먼저 도착한 곳은 UN묘지다. 과거 대학생활 중에 친구 2명과 함께 여름방학 때 무전여행처럼 전국을 한 바퀴 돈 적이 있는데 그 때 와보고 두 번째 방문한 곳이다. 그 때 기억으로 어렴풋이 떠올려 보지만 근 30년 전이라 마치 처음 와 본 것 같았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잘 정돈된 묘지는 새삼 참전국 용사들한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게 한다. 그들에게는 낯 선 땅 이곳에서 젊음을 피우기도 전에 숨을 멈추고 누워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두 아들과 함께 잠시 묵념으로 미안한 마음과 고마움을 전했다.
UN묘지와 부산국립박물관은 마주보고 있는 곳이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부산의 근현대사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1시간 남짓 박물관 구경을 하고 다음 목적지인 국립해양박물관으로 갔다. 해양박물관은 영도에 있기 때문에 부산대교를 막 건너는데 옆에 있는 영도다리가 상판을 들어 올리려 한다. 주변에는 다리가 올라가는 광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려있다. 낮 12시가 되면 한 번씩 다리가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양박물관은 현대식 건물로 잘 꾸며 놓았다. 2층에는 돔형 수족관이 있어서 머리 위로 이동하는 물고기도 볼 수가 있다. 4D 상영관에서 15분짜리 해저2만리를 상영하는데 애들과 함께 봤다. 아기자기 하게 잘 꾸며 놓았으니 부산 방문하면 꼭 한 번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슬슬 배가 고파져서 큰 아들에게 무엇을 먹고 싶냐하니까 돼지국밥이 먹고 싶다 한다. 부산에 왔으니 부산의 명물 음식은 맛을 보고 가야지! 인터넷으로 돼지국밥 잘하는 집을 조회 해 보라고 하니 서면에 있는 돼지국밥 골목집을 추천한다. 미리 알았다면 코스를 조정했을 텐데 '국립해양박물관-UN묘지와 부산박물관-서면 돼지국밥 골목'순으로 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시 부산대교를 건너 서면으로 차를 몰았다. 돼지국밥 골목집은 점심 때가 지난 오후 2시경 이었는데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삼대 째 하고 있다는 국밥집에 들어가서 국밥과 수육을 주문해서 먹었다. 명성답게 맛은 있었다. 배가 부르니 움직임도 느려지고 그만 쉬었으면 좋겠지만 오늘의 마지막 여행지인 대구가 남아있다. 다시 힘을 내서 대구로 진입했다. 대구국립막물관에 도착하니 오후 4지씀 되었다.
이번 여행은 국립박물관 방문 테마여행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박물관에 들어서니 그동안 공주와 부산에서 봤던 비슷한 전시물이 놓여 있으니 두 아들이 식상해 한다. 정작 보고 싶었던 대구의 근현대사가 없어서 박물관 직원에게 물어보니 대구역사박물관이 별도로 있다고 한다. 에궁~~
대구에 있는 후배 2명을 만나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식당에서 쇠고기 찌개와 육회를 주문해서 먹었다. 역시 맛있다. 국기와 의기가 안 먹을 것 같던 육회를 먹으면서 맛있다고 한다. 점심식사를 늦게 많이 해서 저녁 안 먹겠다고 했던 두 아들이 밥도 한 공기씩 다 먹는다. 영화식당은 항상 맛있다. 크~~
그렇게 대구 일정까지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두 아들에게 여행 소감을 물으니 역시 집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여행은 본래 집이 좋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이다. 크~~
하지만 이 번 여행의 최대 수혜자는 나의 아내다. 집으로 돌아오니 반갑게 맞이하면서도 본인의 3일간 자유와 행복은 끝났다고 아쉬워 한다. 크~~
두 아들과 추억만들기는 이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아들들아! 너희들도 나중에 자식 낳거든 운전 한 번 찐하게 해봐라!
온 몸이 쑤신다. 내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어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