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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나절에 비가 내리더니 오후에는 눈발이 바람 타고 제법 흩날렸다.
비가 내릴 때 만해도 이제 겨울이 다 지났는가 보구나 했는데 눈이 오니 다시 겨울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곤두박질치는 눈송이들은 얼마는 옥아 없어지고 또 얼마는 아스팔트에 뒹굴다 쌓여지고 있었다.
눈은 내리는 모습에 따라 우리에게 느끼는 감정을 다르게 하기도 한다.
맑은 날 큰 눈송이가 소리없이 하늘거리며 내릴 때면 상쾌하기도 하고 움츠린 겨울에 마음이 녹아 지는 것 같기도 하여 평온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오늘 같이 차가운 기온에 드센 바람 타고 내리는 눈이라면 그 순수함을 저버린 매서운 겨울을 매가 한 마음의 여유로움을 오그리게 만들기 십상이다.
이런 눈이 오는 날이면 어린 시절 생각이 절로 뭉클하게 번진다.
나의 고향은 너른 들녘 끝, 아늑한 마을이었다.
새벽잠에 일어나시어 소리없이 마당에 눈을 치우시는 아버지의 빗자루 소리, 그리고 아침 햇살에 떨어지는 고드름 소리가 지난 가을 코스모스로 단장한 방문 밖에서 들리면 우린 눈 비빌 틈도 없이 방문을 열고 하얀 나라에 빠져들곤 했다. 벌써 신이 난 동네 아이들 소리, 그리고 문밖에서 놀자고 부르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떠 있고 강아지도 덩달아 바쁘다.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하랴 그리고 일부는 야산에 꿩 몰러 가느라 마음은 벌써 여러 가지로 바쁘다.
남들이 실컷 몰아 지친 꿩을 살짝 잡아오기도 한다.
움츠렸던 대나무도 햇살에 녹아떨어지는 눈 때문에 허리를 펴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 눈은 어릴 때뿐이 아니라 다 자란 시절에도 설렘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수업 도중에 첫 눈이라도 내리면 일순에 환호소리가 터지고 그 순간에 생각나는 사람을 떠올리는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감수성은 나이와는 상관없는 모양이다.
선생님들도 적당히 단축수업을 하니 기쁨은 두 배였다고 할까.
며칠 전에는 밤새 내린 눈이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눈꽃이 장관이었다.
가로수마다 그리고 먼 선에 숲마다 눈꽃은 소담이 피어 있었다.
이렇듯 눈은 일년 중에 꽃도 없고 단풍도 없는 겨울을 이렇게 아름답게 장식한다.
겨울은 눈이 있어야 제격이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말이 있음도 다른 계절의 꽃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도시화의 시대에 이르러 눈은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반가움과 아름다움을 담기는 커녕 교통사고의 주범으로 우리를 슬프게 하고 물류 지연으로 생계의 곤란을 주기도 한다. 그 눈을 치우는 청소부 아저씨들은 어쩌겠는가. 눈이 많이 오면 그 해는 풍년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풍년도 그리 달가운 소리가 아닌 시대이다.
어떤 것이든 모든 것에 이익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추억 하나 있다면 눈 오는 날이 꼭 낄 것이다.
어린 시절 사랑방에 둘러 앉아 놀던 그 시절을 그리며 더욱 거세지는 눈발을 본다. 미끄러운 길을 피해 서둘러 귀가하는 걸음에 군고구마 한 봉지를 사들고 가고 싶다.
이 글은 ‘익산문학’에서 발췌했습니다.
첫댓글 너무나 아름다운 글입니다. 가슴이 마구 요동치는 듯한 이 설레임을 어떻게 감출까요. 넘 머쩌요...^^
너른 들녁 끝 아늑한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