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재개정 등을 요구하며 의료계가 6일 총 파업에 들어가자 타결점을 찾지 못한채 반복되고 있는 의사들의 파업에 환자들은 진 저리를 쳤다.
특히 의료계의 총파업 강행에 약사회도 반발, 임의조제에 나서기로 하고, 전국 20여개 약학대학생들도 수업거부에 나서는 등 의약분쟁이 장기화 되는데 대해 시민 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환자들은 한 목소리로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또다시 벼랑끝 대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대학 및 종합병원=서울대병원 등 대다수 대학.종합병원들은 외래진료는 중단 했으나 응급실과 중환자실, 분만실 등에서 제한적인 진료행위가 이뤄졌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예약환자 중에서 미처 연락을 받지못한 환자에 한해 각 과에 따라 진료와 함께 약 처방을 해줬다.
그러나 이 병원 응급실은 전체 58병상을 넘는 95병상이 차있어 진료대기실까지 간이침대가 놓여있을 정도로 혼잡한 데다 공기도 탁해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응급실 환자의 80% 가량이 암환자 임에도 불구하고 인력이 달려 진통제에 의존하는 등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했다.
이 대학 본관 외벽에는 가로.세로 5m 크기로 `정부는 환자가 죽든 말든 저수가 진료를 해야 정상진료라 합니다.
환자를 살리는 길이라면 과잉 부당진료를 계속하겠 습니다'라는 교수.전임의.전공의 협의회 명의의 현수막이 나붙었다.
또 후문쪽에는 전국의과대연합회 소속 대학생 30여명이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벌이면서 3.1운동선언을 패러디한 `의권독립선언' 대자를 붙여놓아 환자와 보호자들 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연세대 부속 신촌 세브란스병원도 이날부터 파업에 돌입, 많은 외래환자들이 발 길을 돌려야 했으며 고려대 안암병원도 이날 응급환자를 비롯해 예약변경이 되지 않 은 환자, 지속적인 투약이 필요한 만성환자 등을 제외하고는 환자를 받지 않았다.
◇ 약사들 반발=대한약사회 소속 약사들은 이날 의사들의 파업에 맞서 상당수가 직접 조제에 나섰으며 정부가 의사들의 약사법 개정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전면파업 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기싸움'을 벌였다.
대한약사회 최헌수 조사홍보부 차장은 "의약분업은 의료기관이 존재할 때 가능 한 것이지 의사들이 파업함으로써 의료기관이 없어진 만큼 이들 지역을 의약분업 예 외지역으로 정해 직접 조제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약사회의 이같은 방침에도 일부 약국들은 직접 조제를 자제하면서 환자 들에게 의사의 처방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 동네 병.의원도 진료공백=이날 동네 병.의원에도 환자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 들었다.
상당수의 동네 병.의원들은 외래환자를 받지 않았지만 입원환자나 응급환자에 대해서는 진료를 실시, 최악의 의료공백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양지병원의 경우 평소 150여명의 환자들이 병원을 찾았으나 이날은 20여명에 그쳤으며, 도봉구 창동 L정형외과의원은 `2차 병원 응급실을 이용 해달라'는 휴진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C이비인후과는 병원 문앞에 `우리는 진료를 계속하고 싶 습니다.
6일부터 파업에 들어가니 인근 병원을 이용해주십시오'라는 공고문을 붙여 놓고 문을 열지 않았다.
◇ 국.공립병원 및 보건소 북적=국립의료원, 한국보훈병원 등 국.공립병원에는 평소보다 20% 가량 환자들이 늘었다.
한국보훈병원 응급실의 경우 평소보다 2배 가량 많은 환자들이 찾았으며 이중 응급환자로 분류되지 않은 환자들에 대해서는 사정을 설명하고 다른 병원으로 돌려 보내기도 했다.
국립경찰병원도 전문의를 중심으로 평소와 다름없는 정상진료를 하고 있으며 외 래환자 수가 평소보다 20% 가량 늘어났으며 시내 각 보건소도 평소보다 10∼20% 가 량 늘어난 환자들이 몰렸다.
평소 하루 120명 가량의 환자들을 진료하는 마포구 보건소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150여명의 환자들이 찾았으며, 30명 이상의 환자들이 진료순서를 기다리는 등 하루종일 북적거렸다.
◇ 대형 및 동네 약국=서울 종로구 종로5가 `약국거리'에 위치한 약국들에는 약 을 사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하기 힘든 약을 구입하거나 약을 대량으로 사기 위 해 `마음먹고' 오는 사람들이어서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
보령약국측은 "어제의 경우 파업에 대비해 미리 처방전을 받아 약을 타 가는 손 님들이 있어 평소보다 20% 정도 손님이 늘었다"면서 "오늘은 보건소 등에서 처방전 을 받아오는 손님들이 많아 평소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백제약국측은 "약국에서 조제를 하느냐는 전화를 어젯저녁에 많이 받았는데 아 직 찾아오는 손님들은 없다"고 말했고, 백화점약국측은 "손님이 평소보다 40% 가량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동네 약국들도 손님들이 끊겨 대체로 한산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구민약국은 최근 의약분업 실시에 대비, 약사 등 3명의 인력을 추가로 확충했는데 이날 의료게 총파업으로 병원 처방전 발급이 이뤄지지 않 아 평소보다 환자 수가 10분의 1 이상 크게 줄었다.
◇ 환자들 `의사 불신감' 팽배=의료계의 총파업에 대해 환자들은 극도의 불신감 을 드러내며 의사들의 파업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소화장애로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김모(60.서울 종로구 창신동)씨는 "의사들의 계속되는 파업에 신물이 날 지경"이라며 "치료를 받으면서 겪는 불편보다는 의사들 의 행태에 더 짜증이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양대병원을 찾은 김모(60.여.서울 성동구 옥수동)씨는 "의료계가 총파업에 돌 입한다니 이제 환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면서 "가뜩이나 몸이 아파 괴로운데 의 사들이 환자들의 마음에까지 상처를 주고있다"고 걱정했다.
김상호(45.개인택시 운전사.서울 도봉구 쌍문동)씨는 "환자들을 위해 마음을 비 우고 병을 고쳐주는 직업이 의사"라며 "작금의 의료계 사태를 보면서 폐업 병원들은 면허라도 취소시켜 버렸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털어 놓았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전농 등 노동자.농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명동성당에서 기 자회견을 갖고 의사폐업 중단 등을 촉구하고 시민들을 상대로 `인상 의료비 원상회 복, 의사폐업 중단'을 촉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과 거리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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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총파업-반복되는 진료공백에 환자들 진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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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0.0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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