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박]세월이 묻어 있는 헌 책의 매력에 푹 빠져볼까?
온라인 헌책방 ‘고구마’ : 헌책방 운영 경력 20년의 이범순(48세) 씨가 온라인 헌책방을 구상해 홈페이지를 만든 책방.
오프라인 헌책방 ‘외국서적’ :헌책방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청계천에서 40여 년간 헌책방을 운영해 온 ‘외국서적’의 윤영오(57세) 씨는 청계천 역사의 산 증인이다.
온라인 헌책방 ‘고구마’
헌책방 운영 경력 20년의 이범순(48세) 씨가 온라인 헌책방을 구상해 홈페이지를 만든 것은 지난 1997년, 여기에 검색 기능을 추가해 본격적인 인터넷 헌책방으로서 제 모습을 갖추춘 시기가 1998년이다. 이씨는 인터넷 헌책방 ‘고구마’(www.goguma.co.kr)가 국내 주요 인터넷 서점인 예스24(www.yes24.com)나 와우북(www.wowbook.com), 알라딘(www.aladdin.co.kr) 보다 먼저였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씨가 이렇게 일찌감치 인터넷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1997년 당시에 접한 인터넷의 인상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넷이라는 도구는 가히 혁명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네에서 조그만 헌책방을 운영하던 저에게는 충격이 컸죠. 인터넷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헌책방에도 인터넷을 도입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고구마의 직원은 현재 10명으로, 헌 책을 분류해 가격을 결정한 뒤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입력팀, 주문 들어온 책을 찾아 발송하는 발송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헌 책을 찾아 확보하는 수서팀으로 업무가 나뉘어 있다.
그러나 수많은 헌 책을 인터넷으로 옮긴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책을 분류하는 작업에서부터 책 한 권마다 일일이 가격을 책정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과정은 엄청난 시간과 인력, 비용이 들어가는 고된 작업이다. 그럭저럭 하루에 1,000권 이상의 신규 목록이 데이터베이스에 올라가지만 고구마가 보유하고 있는 30만여 권의 헌 책을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처럼 사이트를 구축하면서 바로 시작한 일이 자료의 방대함 때문에 답보 상태이며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이씨 자신도 모른다는 점이 어렵고 힘든 점이라고. 또한 책에 대한 안목과 시장에 대한 지식을 두루 겸비한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씨의 최대 고민 거리다.
대개의 인터넷 상점이 그렇듯이 물류 문제도 골칫거리다. 오프라인 매장이 네 개나 되지만 아직 창고 수준에 불과하다. 이씨는 물류 비용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 근교로 진출해 매장을 대형화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인문/사회 과학, 역사, 철학, 잡지, 학습서, 만화 등 다양성과 자료적 가치를 동시에 갖춘 ‘도서 박물관’과 ‘국민 책방’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씨는 시간, 물류, 인력 등 해결해야 할 문제를 떠 안고 있지만 고구마의 성공에 대해서는 확신에 가득 차 있다. 우선 인터넷을 활용하기 때문에 외국에서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고객 범위가 넓고, 헌 책을 다루기 때문에 소득 편차나 연령 대를 떠나 모든 네티즌이 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고구마의 매출을 밝힐 수는 없지만 오프라인 헌책방을 운영할 때보다는 5배 이상의 매출을 보인다고 한다.
아직도 준비 단계이며 들어갈 비용이 만만치 않아 우선은 경제적인 자립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라는 고구마. 독서 강국이 문화 강국이고 미국이나 일본의 인터넷 헌책방의 성공에 비추어, 문화 강국 한국의 앞날을 개척해 나가는 선구자 고구마의 정진을 기대한다.
문의처 고구마(02-2232-0406, www.goguma.co.kr)
오프라인 헌책방 ‘외국서적’
헌책방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청계천에서 40여 년간 헌책방을 운영해 온 ‘외국서적’의 윤영오(57세) 씨는 청계천 역사의 산 증인이다. 윤씨는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4세 때 서울로 상경, 청계천 헌책방에서 점원 생활을 시작했다. 군을 제대한 24세 때부터는 헌책방을 인수,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평생 헌책방을 운영해 온 그도 요즘엔 찾는 이가 눈에 띄게 줄어 고민이라고 한다. 사실 30대 이상의 중장년층만 해도 학창 시절 헌책방을 들락거리던 기억이 새롭겠지만 영상 세대인 요즘 신세대에게 헌책방은 구세대의 유물 정도로 비춰지는 것이 현실이다.
“청계천 일대에서는 가장 오랫동안 헌책방을 운영했어요. 요즘은 헌책방 경기가 한창 좋을 때인 1970~80년대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매출이 급감했지요. 겨우 먹고사는 정도라고나 할까요.” 윤씨는 헌책방의 메카라고 일컬어지던 청계천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사회적인 변화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말한다.
생활이 어려웠던 1970~80년대만 해도 헌책방을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여러 모로 풍족해진 요즘엔 헌 책을 사려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PC 및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를 얻는 경로가 다양해진 것도 헌책방을 외면하는 주요 원인이다. 윤씨는 학생 수는 늘어났지만 학생들의 학구열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도 헌책방 매출 격감의 원인으로 꼽았다. 영상물에 익숙하고 눈으로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책을 선호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삶에 대한 고민이 배어 있는 헌 책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옷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회?경제적인 변화로 인해 현재 헌책방은 헌 책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손님이 헌 책을 가져오면 이를 사서 되팔기도 했는데 지금은 이런 경우가 거의 없으며 그러다 보니 가정집에서 버린 책을 수거해 파는 중간 상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만큼 좋은 책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청계천의 헌책방은 이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인정하는 것이 이 곳의 분위기다.
이 곳 상인들끼리 모여 헌책방의 ‘전문화’를 추구하자는 등 대안 모색도 해봤지만 남이 잘 되는 것 같으면 나도 하자는 식의 영리 추구에 급급하다 보니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고 한다. 외국서적의 경우 건축, 디자인, 어문 계통의 외국 전문 서적들을 취급하는 만큼 다른 헌책방에 비해서는 전문화가 이뤄졌다지만, 체계적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현재 이 곳에서 거래되는 헌 책의 가격은 대중없지만 1,000원에서 10만원 정도라고 한다.
문의처 외국서적(02-2267-5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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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