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일요일은 무더웠다. 다행히도, 집행부의 탁월한 선택이었으려나...?
청계산 산행은 처음 부터 끝날 때까지 아주 만족스러웠다.
즉 그다지 덥지 않았으며, 때때로 바람도 불어주었으며, 무엇보다도 촘촘한 나무들로 인해 시원하기까지 했다.
10명 남짓한 육산회 정회원과 가족회원2명이 과천 11번 창구에서 만났다.
3분 가량 늦은 윤영진 정회원은 도착 바로 슈퍼로 들어가 비닐 봉투 가득 채워 나오는 데, 내용물인즉 소주와 컵라면이 주로였다.
역시 육산회의 주 당번은 우리 총무님이라니까. "윤총무님 술 많이 잡수시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허엽 정회원이 마지막으로 도착하자 윤영진 총무님이 사는 아파트 옆의 시장을 따라서 청계산 산행이 시작되었다.
단골 산행 코스인 과천에서 시작하여 다시 과천으로 돌아오는 이 청계산 코스는 2,3년 전만 해도 한적하여 약수 떠가는 동네 주민이나 마주칠 정도였는 데 오랫만에 와서인지 등산객들이 제법 붐비고 있었다.
과천 매봉을 거쳐 이수봉으로 가는 길은 육산회 정회원들에게는 글쎄 너무 약소했나요?
기러기 아빠이며 강아지 4마리와 대학다니는 딸과 함께 살고 있는 허엽 정회원은 강아지와 딸들 돌보느라 체력이 떨어져서 쉬는 장소에 도착할 때마다 "아 갑시다, 가요"하며 떠나자구 할까봐 선수를 쳤다.
아픈 몸을 이끌고 참석한 홍승표 회장은 온 가족이 총 출연했다. "사실 청계산 간데니까, 저와 우리 슬리피가 왔구요. 또 남편이 열흘 밤낮을 기침을 하며 자리 보존을 하던터라 혹시 산행 도중 쓰러지기라두 할까봐 제가 온겁니다".
이수봉을 바로 코앞에 두고 정회원 들의 빗발치는 성화에 못이겨 선두는 자리를 잡았다. 김밥두 있구 95cal를 보장하는 당면같은 라면두 있구, 대형 신라면, 떡, 허엽정회원 의 빵두 있으며 청주에서 새벽부터 일어나 직접 만든 유석현정회원의 볶음밥두 있었다.
신한철정회원 은 역시 애부가를 자랑하며 밥과 반찬들로 점심 준비하여 모두를 기쁘게 하였으며, 박신섭정회원은 왠일로 "밥을 안싸주려구해. 김밥이나 두어줄 사가래.."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회원은 구박받는 남편의 역할을 너무 즐기는 거 아닙니까?
허엽 정회원은 올라오는 초입에서 계속 어떻게 하면 살을 뺄 수 있냐를 부르짖었는 데, 일단 먹는 것이 펼쳐지자. 살빼는 것은 먹는 것과는 관계없다는 듯이 모든 음식을 즐기며 잡수셧으니, 살빼는 데는 안먹는 것이 비법이라는 거 아시는지요? 역시 기러기 아빠들(윤영진 총무와 허엽정회원) 은 음식은 먹을 수 있을 때 먹자, 그리구 가능한 식당 음식이 아닌 집의 음식을 많이 먹자 위주였죠. 기러기 아빠를 제외한 모든 다른 정회원들은 그 상황을 이해하여, 화기애애 그자체였다.
정성껏 싸온 음식들을 서로 권하며 사이사이 윤총무님이 (아마도 잔이 없었나봐) 한장씩 비닐에 싼 치즈를 담은 비닐을 잔삼아 소주 4곽을 모두 사이좋게 마셨다. 다음 진행은 어디로 할까 , 국사봉을 뛸까, 청계사로 가나등등 열렬하게 의논하더니 소신있게 한봉우리를 주장하는 박동호 정회원의 의견이 채택되지 못하구(너무 많이 먹었거든요. 디저트로 유석현 정회원이 청주에서 사온 호두과자까지 먹었으니까) 결국 온 길을 다시 돌아가는 하산길을 채택했다.
청계산은 참 좋은 산이다. 산 자체가 육산이어서 50대 아저씨들 관절 무리 없어 좋구, 나무 많아서 덥지 않아 좋구, 나쁜 것은 어제는 물이 좀 나빴다나... 길 물어보는 젊은 아줌마들이 별루 없어서...? 하하하, 아저씨들 감당두 못하면서.... 신우식정회원과 이재중정회원이 없어서 산행 분위기가 다운될까봐 박동호 정회원이 어찌나 신경쓰고 준비 많이했는지 우식씨, 재중씨 ,두분 없어도 우리 하나도 심심하지 않았어요. 사이 사이 허엽 정회원의 개기르는 얘기는 아주 배꼽을 잡았읍니다. 아니 52KG되는 개는 1번 목욕시키는 데 10만원이래요. 하긴 그 개가 몸부림치구 온집안의 수건 다 쓰고 온 집안을 물과 털 투성이로 만드는 것에 비하면 싼 가격일래나.. 나는 그 개들이 어디서 다 자는지가 궁금합니다. 10KG이상 되는 개가 4마리나 있으면 사람사는 집이라기 보다는 개가 사는 집이되지 않을려나..
하산후 윤총무가 제안한 모든 음식점, 술집 중에서 맥주로 가볍게 입가심할 수 있는 '오케바리'가 선정되었다. 처음에는 맥주만 했지만, 자리값은 해야지, 돈에 연연하지 말자 죽으면 그만인데등등의 의견이 많아 닭튀김과 왕족발 1나씩이 시켜졌고, 안먹겠다구 몸부림치던 이규원 정회원도 맛있게 드셨다. "아, 10KG나 체중이 줄은 사람이 좀 먹어야지, 너무 빈해보이잖아. " 그런데 10KG이나 빼기위해 본인은 '매일 10KG 뛰구 실컨 먹었다구'하구, 친구들은 '마누라가 아퍼서 못 얻어 먹어서 그런거야, 우리가 살빼려구 마누라 아프라구 그럴 수는 없잖아'하니 누구 말이 맞은건지.. 먹다보니 길나서, 아니면 이왕 망가진몸하며 산낙지두 시키구 그러니깐 서비스로 오뎅탕두 주는 데 서비스라 그런지 더 맛있어서 박동호정회원은 국물까지 다 마셨으니, "아저씨, 이 팀오면 서비스 좀 많이 주세요, 원 궁상스러워서"...
이제는 어깨두 아프고, 시간두 지체되어 그만 컴퓨터를 접으려구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산행기의 컨셉이 정회원이라는 거, 읽으시면 눈치채셨죠. 박동호 정회원이 어찌나 정회원 타령을 많이 하는지 정회원인 남편의 품격에 맞는 산행기를 쓰려구 노력했는데 괜찮았나요? 그리구 어깨가 아프지만 아저씨들하구 산행하면서 느낀점을 한번 써봐두 될는지요. 50대가 넘은 사람은
1. 한 얘기를 계속 반복한다.
본인은 자신이 반복하구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2.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지 않는다.
서로 각자의 얘기만 하구 싶어한다.
3. 본인이 계속 옳다구 우긴다.
금방 들통이 날지두 모르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4. 삐지기를 잘한다.
자, 젊게 사시려면, 이런 문제점은 갖지 않도록 합시다.
첫댓글 50대 아저씨 특징은 안쓸려다가 썼어요. 그거 읽구 또 삐질까봐.. 하하하...
소백산 비로봉을 천동계곡코스로 갈 기회가 있어 갔더니 정상부근 들판에 미나리 아재비가 장관이더군요. 함께하지 못해 미안합니다.족탕하기에 좋은곳이 많더군요.왕복6시간 .회장님! 언제한번 가시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날은 새벽까지 축구를 보다가 제시간에 일어나질 못해서 포기했지요. 산에는 비가 많이 와 계곡에 물도 불었고, 하산주를 많이 마시려고 1주일간 술도 자제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