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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망 걸리지 않는 스텔스機 처럼… 본인외 계좌존재여부ㆍ거래내역ㆍ인출 불가능 입출금 불편하지만 보안 강력 ‘비자금용 통장’ 대기업 과장 장모씨는 올겨울 골프 해외 전지훈련을 위해 모아온 비자금을 최근 부인에게 통째로 빼앗기고 땅을 쳐야만 했다. 비자금을 모으기 전, 별 생각 없이 알려준 인터넷뱅킹 아이디와 패스워드, 공인인증서 암호가 화근이었다. 오랜만에 장씨의 인터넷뱅킹에 접속한 부인은 뜻밖의 수확을 거뒀다. 장씨가 직접 작명한 ‘마누라도 모르는 비자금’ 통장에 쌓아둔 돈을 발견, 대출금 상환에 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장 과장과 같은 딱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면 시중은행의 일명 ‘스텔스’(stealth) 통장을 이용해 봄 직 하다.
은행마다 서비스 명칭과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본인 이외에는 은행 직원도 계좌의 존재 여부를 알지 못하고 거래내역 조회 및 인출도 본인 이외에는 불가능해 레이더 망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기(機) 처럼 은밀하게 비자금을 모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기업의 비자금 관리나 공금 횡령 등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곤 한다.
신한은행은 ‘계좌감추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에 등록하고 인터넷뱅킹 로그인을 하면 감춘 계좌는 목록에 나타나지 않는다. 장 과장이 무료로 제공되는 이 서비스를 선택했다면 애지중지 모은 비자금이 회수되는 사태를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단, 감춘 계좌를 통해 이체할 경우 별도의 비용은 들지 않지만 온라인 상에서 번번이 등록과 해지를 해야하는 불편이 있다.
우리은행 PB 전용 서비스인 ‘시크릿(secret) 뱅킹’은 예금주 본인이 계좌 개설점을 직접 방문, 거래 및 조회를 할 수 있다. 텔레뱅킹, 인터넷뱅킹 및 자동화기기를 통한 거래가 불가능하고 개설 영업점 이외의 다른 영업점에는 인출 및 조회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입출금 등의 불편은 감수해야 하지만 인감증명 등을 소지한 제3자에 의한 거래도 불가능할 정도로 보안은 강력하다.
기업은행에는 ‘파이어 월(fire wall) 서비스’가 있다. 우리은행 시크릿 뱅킹과 동일한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PB 전용 서비스가 아니어서 기업은행 고객이라면 누구나 신청만 하면 비용 부담없이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밖에 하나은행의 ‘세이프티 계좌’(safety account)도 특별한 조건 없이 본인이 신청만 하면 은행 안팎에서 계좌 존재 자체의 확인이 불가능하고 대리인을 통한 조회 및 각종 거래도 불가능하다.
국민은행은 총수신평잔이 10억원 이상인 개인을 대상으로 특정점포에서만 조회가 가능한 ‘계좌정보 보호제도’를 시행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좌정보 보호 서비스는 거액을 예치한 PB고객은 물론, 비자금이 필요한 월급쟁이까지 이용층이 다양하다”며 “본인 이외에는 계좌의 존재 자체가 확인이 안되고 거래도 불가능하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불편함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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