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세비애리아
집 거실에 산세비에리아 화분이 하나 있다. 결혼 선물로 누군가 준 화분인데, 뱀가죽처럼 생긴 커다란 잎이 마음에 들어, 내심 공들이며 키워온 식물이다.
TV다 오디오다 스탠드다, 모두 인공적이고 죽어 있는 거실 풍경 속에서, 그나마 키가 크는 것, 그나마 생기 있는 색깔을 띠고 있는 것, 그것이 내게 위안이 되었다.
그런 산세비에리아가 며칠 전부터 시름시름 누런빛을 띠는가 싶더니 급기야 하나둘, 말라버린 뱀 허물처럼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물도 흠뻑 주고, 마른 걸레로 정성껏 한 잎 두 잎 표면을 닦아주며 사랑해, 사랑한단다, 죽지마, 말도 해봤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해서 인터넷을 열심히 뒤지다, 산세비에리아는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썩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물을 많이 주면 죽는 것. 내 애정이 과도하고, 내 마음이 앞서가서, 그것이 되레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된 것들이 몇몇 있었다. 사랑에도 정량이라는 게 있어, 부족해도 문제가 되지만 넘쳐도 탈이 나고 만다.
그것을 빤히 알면서도 늘 제어를 하지 못한다. 사랑이 부족해서 문제가 될 땐 자신의 열정을 원망하지만, 그것이 넘칠 땐 종종 자신의 운명을 탓하게 된다. 산세비에리아의 꽃말은 관용이다. 나는 그저 사랑의 관용만을 바랄 뿐이다.
한국일보 2007년 5월 20일 소설가 이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