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답사기 (1)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수호하는 오악(五嶽)이 있는데, 백두산(북악), 묘향산(서악), 북한산(중악), 지리산(남악), 금강산(동악)으로, 이들은 민족의 영산으로 숭배를 받아왔다.
이 대목에서 서운 한 것은 바로 악(嶽)자가 있는 설악산이 왜 빠졌는가 하는 것인데...아마도 금강산과 너무 가까이 있었고, 금강산에 비해 지형이 험준하고 오지여서 다녀본 사람이 적어 그렇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또한 옛날 당시에는 금강산의 교통이 훨씬 좋았고, 또한 현재의 등산이 아닌 ‘유람’형태의 관광이었기 때문으로도 생각된다.
금강산은 행정구역상으로 강원도 고성군과 금강군, 통천군의 일부에 걸쳐 있으며, 정상인 비로봉(1,638m)을 중심으로 산세에 따라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으로 나누어진다. 총 면적은 530㎢이고, 남북의 길이 약60km, 동서의 너비 약40km 이다.
'금강(金剛)'이란 매우 단단하여 불변의 성질을 가지는 곧은 마음, 불도를 깨치기 위한 굳센 마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래서 표훈사, 장안사, 정양사 등 수많은 사찰이 있었다고 하나, 현재의 금강산에는 그럴듯한 사찰이 없어 한국의 조계종에서 신계사 복원작업을 하겠다고 스님이 파견되어 있다고 한다.
금강산은 1946년 북조선의 명승지로, 1976년 자연보호구로, 2003년 자연공원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현재까지 금강산에서 기록된 고등식물은 1228종(양치류 이상)으로, 금강초롱, 금강국수나무, 금강잔대, 금강분취, 금강봄맞이, 고성분취, 비로봉쑥, 봉래꼬리풀 등 특산식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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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속초에서 고성의 북방 현대아산 휴게소까지 불과 40여분 소요. 60분은 가야 하는데 안현우 레인저가 드라이브를 걸었다. 여기서 전국에서 모인 50여명 레인저들과 반갑게 악수. 핸드폰 반입이 안된다고 해서 핸드폰을 맡김.
셔틀버스를 타고 10여분 더 북쪽으로 올라가 남측 출입국사무소에 도착. 다 합해서 1,600명 규모의 관광객들이 다 도착할 때까지 1시간 이상을 무료하게 기다림. 그러나 출국(?)수속은 개인 당 10초 정도로 통과. 바깥의 출국장에 수십대의 버스가 도열해 있는 가운데 지정된 버스에 타니 현대아산의 ‘박혜림’이라는 안내원이 북쪽에 들어갈 때의 주의사항부터 알려준다. 한마디로 자기가 시키는 것 아니면 절대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된다는 으름장에 모두들 시큰둥했다. 그러나 멧돼지가 평화롭게 서성대는 남측의 비무장지대를 통과해서 드디어 군사분계선을 통과하여 곳곳에 부동자세로 서있는 북한병사를 보는 순간 모두들 그 안내원이 시키는 것만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을 것이다. 그렇게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마 오랫동안 ‘북괴, 공산당, 괴수...’ 이런 단어로 이념화된 결과의 반증일 것이다.
북축 출입국사무소에 내려 마침 앞에 있는 북한병사에게 ‘안녕하십니까?’ 하고 생전 처음 북한사람에게 말을 걸어보았으나 냉랭하고 신경질적인 눈초리만 받아야 했다. “허~ 참~ 내~ 원...” 순서가 되어 북한 검사관(군인)의 번뜩이는 눈이 내 얼굴과 사진을 대조했는데...마치 두 모습이 서로 틀려보이는 것 같을 정도로 긴장.
다시 버스에 올라, 드디어 북측의 비무장지대를 통과하여 북한 땅을 달리는데...원래 그런 지형이었는지 나무 하나 없어 보이는, 둥글동글한 화강암이 첩첩이 얹혀져 있는 바위산, ‘마사토’산들이 북한의 첫 경관으로 다가온다.(마치 월출산의 잔잔한 바위들이 산 밑에 내려앉은 꼴) 그 밑에 짙푸른 호수(석호?)가 바탕을 이루고, 억새무리가 하늘하늘 거리는 것이 상당히 이국적(?)이다.
그렇게 10여분 들어가니 바닥에 지피식물들이 거의 없이 소나무 몇 그루만 댕그러니 남아있는 민둥산의 연속이고 멀리 금강산의 전경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 경관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북한 사람들의 생활이다. 마을과 마을 사이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벌판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씩씩한 몸집으로 걸어가는 일단의 사람들이 있다. 어쩌다 가깝게 보니 소박한 복장에, 수건이나 목도리를 머리에 둘러싼 아주머니들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먼 산을 바라보는 아저씨들에(남측의 버스가 지나가면 그렇게 시킨다고 함), 다 똑같아 보이는 허름한 단독주택의 연속에, 이따금 일단의 군인들이 뭔가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에...그런 것들을 더 천천이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버스 역시 냉정하게 속도를 낸다.
금강산 초입의 민둥산
멀리 금강산 축
현대아산 시설지구에서 바라본 금강산
설악산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금강산 바위산
북한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장전항 입구에서 버스에 내려 사진 몇 장 찍고, 다시 오던 길을 10분 정도 뒤돌아서, 현대왕국 같은 집단시설지구를 지나 금강산 호텔에 도착. 이 호텔을 짓는데만 20여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그만큼 돈도 없고 기술력도 적어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원래는 북측 사람들이 이용했는데, 현대아산이 남측 관광객 숙소로 정해서 리모델링을 했다고 하며, 그러나 운영은 북측이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호텔의 근무자 대부분은 북한사람들이고 일부 연변족 사람들이 와서 허드렛 일을 한다고 한다. 호텔이라 그런지, 그간 이력이 나서 그런지 이 곳 북측 사람들은 조금 친절하기도 하고, 말을 건네기도 한다. 역시 남남북녀인지, 그런 미인들을 뽑아왔는지 건강해 보이고 훤칠한 여종업원들이다.
여기서 5분 거리에 있는 온천에서 시설도 좋고 물도 좋은 온천욕을 즐긴 다음, 북한식당을 찾아갔으나 예약이 되지 않아(예약이 안되면 그만한 음식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다고 함), 결국 일반음식점에서 식사와 술.
둘째 날/ 구룡폭포, 상팔담, 삼일포, 공연
창문을 열어 발코니에 나가니 차가운 냉기가 불어온다. 호텔 앞마당 저 편에 김일성, 김정일이 빨간색을 배경으로 나란히 선 사진탑이 있다. 이 곳에서 바라본 금강산은 마치 저항령을 보는 것 같다.
아침식사는 뷔페식인데, 북한식 떡(방울떡?)이 곁들인 간단한 한식이다. 북한측 종업원들이 누이처럼, 엄마처럼 자상하게 서비스를 한다. 그러나 쓸데없는 말이나 표정은 없다.
호텔 발코니에서 바라본 금강산...설악산의 저항령과 닮았음
8시 30분. 구룡폭포 코스로 향하는 십여대의 버스가 일제히 출발했는데, 아마도 북한측의 출발신호를 받고 떠나는 것 같았다. 주요 지점마다 군인이나 접대원(안내원)을 배치시킨 이후에 출발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무표정하게 부동자세로 붉은 깃발을 들고 서있는 감시군인들을 가깝게 보니 의외로 앳된 소년들이 많다. 고등학교(북측은 중학교 6년)를 마치고 대학에 가지 않는 모든 남자들은 일단 군대에 가서 3-7년의 군대생활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소년들이 많다. 7년이 지나 장기복무를 하든가, 또는 제대를 해서 국가가 정해준 일을 한다고 한다...
길 양쪽으로 금강송, 미인송이라고 떠드는 안내원의 판에 박힌 해설을 들으며, 우리 조계종에서 복원불사를 하고 있다는 신계사(중규모 절/ 사람 보이지 않음)를 지나서, 버스 종점인 주차장에 도착. 이 곳부터 산길의 화장실은 소변에 1달러, 대변에 2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해서인지 화장실이 북적거린다. 간단한 먹을거리, 차, 그림들을 파는 노점상이 있는데...여기도 잡상인이 있네 하면서 동료 레인저들이 한마디씩 한다.
출발해서 5분 정도 거리에 목란관이라는 휴게소가 있다. 이름도 그럴듯하고, 건물모양도 주변과 조화되는 동양화적 건물이다. 이런 시설이 바로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으로서의 자격이 있는 시설이다. 설악산의 비선대 휴게소를 이런 식으로 다시 지어야 한다.
목란관 / 아래는 겨울의 목란관(자료)
우리 등산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돌길을 20여분 올라가서야 양편으로 확트인 계곡풍경이 전개되는데...천불동 계곡 보다는 다소 넓은 대신에 다소 낮아 보이는...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관이다. 이 곳보다는 설악산의 백담계곡 상류나 십이선녀탕 계곡이 더 빼어날 것이다.
몇 개의 철제다리, 흔들다리를 지나는데 널빤지 바닥이 한 두칸 뻥 뚫려 위험해보이는 다리도 있다...남쪽 국립공원 같으면 직무유기다, 다 자르겠다 난리부르스를 쳤을 산행객들께서 얌전히 얌전히 건넌다. 매섭고 차가운 계곡바람에 옷깃을 여몄지만 이제 제법 땀이 밴다. 군데 군데 북한측 사람들이 하는 노점상들이 있었는데, “쉬었다 가시라요, 천천히 가십세다”하는 말투를 외면하기 어렵다. ... 나중에 안 얘기인데...이 곳 노점상들의 일부가 설악산에서 과거에 노점상을 했던 사람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원 세상에...
계곡의 다리들
등산로는 온통 돌 길.
(2)로 이어집니다.
첫댓글 홍박사님의 봄 여행에 대한 답글로... 초겨울 답사기 입니다
소장님의 여행기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