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소망은
너의 따뜻한 가슴에 손 얹고
바람앞에 쓰러지는 구보소리 들으며
한 올 한 올 번지는
새치 물살로 서고 싶을 뿐
목말라 하는 너를 기다리는
축약의 시간은 길고 깊다
못 가운데로 물풀들 발걸음을 묻고
늪은 그 뒤를 따라오고
날마다 꿈꾸는 태어남의 환상
나는 네 속에서 죽기 위해
오늘도 몸부림친다
시퍼렇게 살아서 썩지 않으려고
바람을 불러 온몸을 뒤집는다
<詩作메모>
겨울언덕이 뜨거운 제 가슴을 아무리 퍼내어도 한 그루의 나무 따뜻하게 데워줄 수 없어 절
망하던 날, 아무도 없는 장자못가에 오랜 시간 서 있었다.
옛날 옛날에 깊고 푸른 물길 속에서 팔뚝만한 고기들을 낚았다고 추억하는 사람들. 전설과,
전생과, 과거가 뒤엉켜 수면위로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진다. 추억이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은
그리움에 젖어 들고 장자못에 그리움 빼곡히 젖어들면 이내 가슴이 저려온다. 푸른 물길 사
라진지 오래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비밀스런 이야기들이 사방 다 헤쳐져 장자못은 절망의
얼굴을 숨겼다. 햇살 한 자락 내려올 때쯤 드디어 기억나는 말
환생! 다시 태어나기 위해 장자못은 겨우내 온몸을 뒤척였다.
조개구이
적막을 깨트리려고
불꽃을 바친다
사소한 틈조차 내비치지 않던
완벽한 밀착이
가끔씩 속을 보여준다
긴장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드는 일인가 알고 싶을 때
침묵하는 조개를 바라본다
먼바다를 그리워하며
꿈속에 기대어
파도 삼키고 있는 푸른조개는
급하게 다가온 작은 불꽃이
목마른 기다림이라고 말하며
출렁거리는 따뜻한 그리움에
어깨를 살며시 얹는다
사랑이라고 덧칠해진
달콤한 철망에 빠지면
파멸도 아름다움이다
충돌
약속을 어긴건 내 잘못이었다
금 밖으로 나가면 절벽이라고
화를 내며 무조건 달리는 것이
옳은 길은 아니었다
부딪치는 몸에서는 소리만 나는게 아니라고
튕겨져 나온 부품들이 차근차근 일러준다
위로의 말 건네다 발목잡힌 사람이 있다고
시치미를 떼며 나도 아프다는 증명서를 내민다
한 생애를 정리한다는 일이
너무 쉬워서도 안되겠지만
지면마다 인증서가 너덜거리고
붉은 도장이 검열을 마쳐야 헤어질 수 있다
부딪치는 것은 순간이었는데
너 없이 가는 길이 이렇게 멀리 있을 줄이야
강변역에서
새벽부터 발효시켰을
그의 손맛을 덥석 집어 들었다
아직은 온기가 남아있는 몸에서
끝까지 버텨보려고 고집을 부리던
붉은 팥알 같은 양심이
반쪽의 삶 속으로 툭툭 터져 나온다
바닥을 보고 말겠다고
긁기만 하던 냄비 속에서
마지막 남은 뜨거운 김이
부르르 몸을 털었다
존재의 이유를 물으면서
전철이 가까이 다가옴을 알리는 것은
언제나 깃발보다 바람이 먼저 고개를 든다
아우성치며 머리위로 지나가던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강물위로 뛰어든다
섬사랑
세상의 모든 갈증에 목이 조여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면 좋겠다는 바램을
바람결에 들었군요
파도 끝에 흰거품 철철 거리며 매달려 왔어요
끝날 것 같지 않던 기다림은 노래로 이어져
어느덧 귓가에 다가섰어요
나의 부름에 당신이 대답했어요
기쁜 날은 꼭 눈물이 나요
보고싶었다고 말하려 했는데
굳어지는 몸이 느껴져요
단단한 속을 알 수가 없어
당신은 되돌아 갈 수밖에 없겠죠
바다는 깊이 잠들었는데
도대체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요즈음 늘 이렇게 마음 가볍게 떠오릅니다
아직 들려주고 싶은 노래 남아 있는데
이제 우리 언제나 또 만날까요
한 번쯤 다시 볼 수는 있겠지요
내가 가라앉기 전에 꼭 돌아 오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