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네가 정들자마자 이사를 간단다 이사가지 말고 오순도순 살자했건만 가야한단다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이삿짐을 옮겨주는데, 이불을 내장 발리듯 하니 바위인 양 굳건히 지키던 장롱이 한 손으로 밀어도 흔들린다 한 쪽을 밀어 방향을 틀으니 먼지 묻은 동전 몇 개가 신트림을 한다 순간 철이 엄 마는 콘돔껍질을 빨간 얼굴로 집어 감춘다 모르는 척 장롱을 기울이니 포 르노 테이프 한 개가 물미끄럼 탄 여체처럼 떨어져서도 당당하다 그제야 철이 엄마는'이거 드릴까요'한다 나는 더욱 두꺼운 얼굴로 '주면 좋지'라 며 받아 바지 뒷주머니에 꽂고 장롱을 들어내다 삼재수에 말려 오라진 신 문지를 펼쳐 본다
IMF 총재가 내한하고 뇌물 정치인이 구속되었다는 기사로 세상이 어수선 했었는데 잘도 누른 장롱의 무게
삼재수에 휘말린 신문지는 목숨을 구하고도 증인을 선다
이면에는 떡장사 할머니가 후학들을 위하여 평생 모은 돈 기억을 모두 희사했다더니 그래서 여태 견디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