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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주연을 맡고,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를 만든 폴 토머스 감독이 연출을 맡아 국내 개봉 전부터 일찌감치 화제가 되었던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는 스스로를 파괴하고 궁지로 몰아넣는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석유재벌이 된 한 사내의 일생을 통해 현대 미국 사회의 또 다른 초상을 그린 영화라 할 수 있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미국 남서부 유전을 배경으로 한 평범했던 은 채굴 광부가 뼛 속까지 기름내로 채운 석유재벌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 인간과 사건을 묘파하는 냉혹하고 건조한 시선은 하드보일드(hard boiled: 범죄나 폭력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그리는 문학ㆍ예술 스타일) 영화라고 할만하다.
영화는 “우리가 살면서 겪는 대부분의 고통의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다”라는 잠언처럼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는 불신, 잘못된 방향으로 인생의 목표를 정했을 때 오는 모든 고통은 스스로가 그리고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이 짊어지게 된다는 교훈을 극중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라는 인물을 통해 그려낸다.
홀로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광부 플레인뷰는 어느 날 서부의 작은 도시에서 석유가 나고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그는 석유를 찾기 위해 아들 H.W(딜런 프리지어)와 척박한 도시 리틀 보스턴으로 향한다. 마을의 모든 주요 행사가 카리스마를 가진 목사 엘라이 선데이의 설교로 좌우되는 광신도적 교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척박한 마을 리틀 보스턴. 마침내 플레인뷰는 유정탑으로 엄청난 부를 축척하지만 욕망과 탐욕에 가득 찬 그의 인생은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플레인뷰는 사업가로서 자수성가하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인물로 아들 H.W가 사고로 청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도 오직 석유 발굴에만 집중한다. 외려 그는 “H.W는 괜찮아요?”라고 묻는 누군가의 질문에 “아니 다쳤어”라고 너무나 무감각하게 답한다. 또 그는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청력을 잃은 아들을 가엽게 여기기는 커녕 방해물로, 주변인들에게 내보이기 창피한 존재로 취급하기도. 아들이 집밖으로 나도는 것이 싫어 우유에다 술을 섞어 억지로 먹인 후 아들을 재우는 장면에서는 냉혹함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플레인뷰는 가여운 인물이기도하다. 자신 외에는 아무도 믿지 못했던 사람, 그러나 그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기댈 누군가를 찾았던 그는 가짜 이복동생 행세를 하며 나타난 헨리(케빈 오코너 분)를 자신의 오른팔로 여기며 믿고 아끼게 된다. 심지어 플레인뷰는 “이제껏 만난 사람마다 최악이었어. 같이 일하는 사람은 도저히 못 믿겠어. 너를 보니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며 속엣말을 털어놓기도 한다.
영화에서 플레인뷰를 연기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바로 이러한 주인공의 악랄하고 비겁함 혹은 부드러운 성격의 양면성을 완벽히 표현해내며 거의 원 톱으로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데이 루이스는 배역을 맡고 제작에 들어가기 까지 2년의 시간 동안 플레인뷰의 인물 분석은 물론 세기 전의 석유업자의 삶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는 등 배역에 푹 빠져 있었다는 후문이다.
석유재벌로 성공하겠다는 한 가지 목표만을 안고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삶은 살았던 주인공 플레인뷰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비춰지진 않았지만 그를 그토록 승부욕에 집착하게 만든 요인이 있진 않았을까? 그것이 어린 시절 가난이든, 애정결핍이든 그의 마음에 큰 생채기를 남겼을 것이고 때문에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이끌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에만 집착하게 만드는 것. 플레인뷰는 비판의 대상이라기 보단 보다듬고 사랑으로 감싸주고 싶은 인물이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나의 왼발>과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양극단에 놓인 영화다. 모든 것이 박탈당한 채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남자와 세상의 모든 것을 얻기 위해 패도의 길을 달려가는 남자. 왼발만 움직일 수 있는 남자가 가진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었던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욕망을 위해 기꺼이 악마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남자의 지독한 인생을 보여준다. 세상과 싸울 때 그들은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처한 자리가 달랐을 뿐 그들의 목표가 달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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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하는 말들이 있다. 돈 벌어서 뭐하나. 죽을때 짊어지고 가는 사람 못봤다, 등등. 이 세상에 소풍왔으니, 살아있는 동안 사람답게 아름답게 살고, 주위 사람들에게 베풀고, 좋은 이웃들과 교류하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는것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않다. 돈 벌면 호탕해지고, 경우에 따라선 약간은 방탕해지고, 남의 말 안하무인으로 받아들이고, 떠벌이가 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우리 주위엔 그렇지않은 훌륭한 부자들도 많다. 다 스스로의 인격과 품격의 문제가 아닐까 ? 어찌되었던간에, 영혼을 파는 장사꾼이나 사업가는 되지말아야 한다. 전직 프로야구선수가 사업에 실패해 막다른 골목에서 섬뜩한 짓을 하고 생을 마감했다. 영혼을 판것이다. 영혼을 포기한 것이다. 죽은 그나 피살된 모녀들의 명복을 빌뿐이다.
요즘 세상을 사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하는듯 이 영화는 뭔가 깊은 메세지를 전해주려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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