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의 계시록 1-4
The City of Garbage
남자는 자신을 연방군 툭무부대인 블랙버드소속이라고 밝히고 군복코트 품 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세실 앞에 내려 놓았다.
세실은 남자의 얼굴을 흘낏 보고 사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남자는 세실의 표정을 관찰하려는듯 그녀의 얼굴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진 안에는 한 남자의 흉위 초상이 흰 배경위에 인화되어 있었다.
" 이 사람, 알고있습니까? 아닌 사이가 아니라도 본 적 있지 않 습니까?"
사진 속의 남자는 검은 눈을 똑바로 뜨고 굳은 얼굴로 카메라의 렌즈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검은 베레모를 쓰고 연방 군복을 입고 있었다.
세실은 숨을 짧게 들이쉬었다.
그 남자다.
그녀의 이마에 다짜고짜 총을 들이댔던 젊은 군인남자.
그때의 그는 검은 베레모를 쓰고 있지 않았지만 그 남자의 표정없는 창백한 얼굴은 사진 속의 남자 그대로 였다.
"알고 계시군요 역시."
세실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무서운 눈길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깍지낀 손의 손등에 인중을 대고 남자는 심문자의 위용을 시퍼렇게 드러내며 그녀를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세실은 고개를 정신없이 흔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은 소독된 메스처럼 날카로웠다.
"아니요 난 몰라요. 몰라요."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딥롤-6가에서 나오는 것이 목격되었다는 치안대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논리에 어긋난 거짓을 꾸미려 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그저 목격자 조사일 뿐입니다. 당신은 [올림푸스] 라는 조직을 알고 있습니까?"
"아니예요! 당신... 지금 뭔가 오해하고 있어요. 목격자 조사라고요? 이 좁은 방안에서? 날 내 보내 줘요!"
세실은 온 몸을 떨면서 남자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 봤다
그 시선이 그 남자의 생각의 일편을 보여준다. 아무리 존대와 존칭으로 꾸며도 그 무서울정도로 집념에 찬 남자의 서늘한 시선은 숨겨지지 않았고 그 속에는 그와 다른 본심이 웅크리고 있다는 것을 세실은 뚫어 봤다.
이 남자는 그녀를 테러리스트로 의심하고 있었다.
세실은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채 연방군에게 끌려간 사람들이 어떤 꼴이 되는 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어렸을때 그녀의 폐기물 구역 이웃들이 가난하고 불만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테러리스트 혐의를 받고 먼 곳으로 끌려가서 결국 한 상자의 유골로 돌아오는 것을 무수히 보았었다.
그녀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살기 위해 이 도시를 떠나려는 것이 아닌가.
살기위해. 살기위해.
세실은 핏발선 눈으로 그녀의 앞에 앉아 있는 심문자를 째려봤다.
두사람 사이에 시퍼런 마른 전류가 흘렀다. 남자는 맥락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섬뜩하게 지었다.
그 남자의 휘어진 왼쪽 입꼬리가 방울뱀의 딸랑이는 꼬리끝과 같다고 세실은 생각했다.
그는 사진을 꺼낼 때와 마찬가지로 품 안에 손을 집어 넣었다. 이번에 그 남자가 품에서 꺼낸것은 투명한 상자 안에 포장된 가느다란 주사기 였다.
세실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 어쩔 수 없군요. 휘트먼양. 이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아주 유감스러운 일입니다만... 저희에겐 시간이 여유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면. 강제할수 밖에 없군요."
세실은 도저히 얌전히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남자가 스스로 지껄이는 말에도 은근히 내비치듯 주사기 안에 든 약물은 인도적 차원에서 경찰도 쓰기 꺼린다는 그 독하기로 악명높은 자백제인 것이 틀림없었다.
세실이 의자를 밀치고 덜컹 일어서자 맞은 편의 남자도 거의 동시에 자리를 박찼다.
세실은 좌우를 두리번 거렸다. 사방은 밀폐된 공간이었다.
그녀는 의자를 두 손으로 집어 들었다. 남자는 곧바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세실은 비명도 기합도 지르지 않고 있는 힘껐 의자르 휘둘렀다.
그러나 그녀가 휘두른 의자는 허공을 갈랐다. 세실은 의자의 무게와 그것에 실린 자신의 힘 때문에 오히려 의자에 휘둘려져 휘청였다.
남자가 그녀의 턱아래에서 갑자기 솟아나와 그녀의 팔목을 세게 뭄켜쥐었다. 엄청난 악력에 세실은 비명을 질렀다.
손가락에 힘이 풀리자 움켜쥐었던 의자는 바닥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세실은 입술을 꾹 닫고 눈을 크게 떴다. 남자가 그녀의 소매를 걷는다. 남자는 입에 텅 빈 투명한 플라스틱 케이스를 물고 있었다.
그녀가 올려다본 남자의 시선은 그녀의 팔에 집요하게 고정 되어 있었다. 세실은 남자의 손에 잡힌 오른팔에 시원한 바람이 닿는 것을 느꼈다.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남자가 하얗게 드러난 세실의 팔에 주사기바늘을 꽂아 넣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
세실은 힘껏 고개를 젖혔다 앞으로 내질렀다.
그녀의 단단한 이마가 그녀의 오른팔에 주사기르 ㄹ꽂느라 정신이 없던 남자의 눈 두덩에 거세게 부딪혔다.
한순간 남자의 손에 힘이 풀리자 세실은 있는 힘껏 몸부림쳐 그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몸을 던지며 쓰러졌다.
"이....자식..."
남자는 세실의 박치기에 당한 왼쪽 눈을 한 손으로 감싸고 쓰러진 세실에게 다가왔다. 세실은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일어서려 했다.
그녀가 무릎을 피려는 순간 남자의 구두발이 세실의 배를 날카롭게 걷어찼다.
채찍같이 예리한 로우킥이 었다. 세실은 몇발짝이나 뒤로 튕겨져 나뒹굴었다. 뱃속에서 토기가 일어났다. 세실은 헛구역질을 하며 어께를 부들부들 떨었다.
내장이 뒤틀리는 기분이엉ㅆ다. 골 속의 뇌가 멍이 든 느낌이었다.
굉장히 아팠지만 아픈 만큼 세실은 그에게 굴복할 수 없었다. 그녀는 고통으로 흐려진 눈에 억지로 힘을 주어 남자를 노려봤다.
그녀는 후들 거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남자는 왼쪽눈을 가렸던 손을 떼고 굳은 표정으로, 비틀거리며 벽에 등을 기대는 세실을 향해 다가 왔다. 말끔하던 그의 얼굴에 푸른 멍자국이 나있다.
그의 오른 손엔 여전히 자백제가 든 주사기가 들려있었다.
"왜 그렇게 반항하는 것 입니까? 이거 한 방이면 당신도 저도 참 편해지는 데말이죠. 말괄량이 아가씨."
그의 어조는 여전히 격식이 넘쳤지만 목소리는 잔뜩 흥분에 젖어 짐승처럼 낮게 그르렁 댔다.
세실은 피식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곧추세워 보였다.
"엿이나 먹어. 개새끼"
남자는 한 달음에 세실의 앞까지 달려와 그녀의 멱살을 잡아쥐고 그녀의 등을 벽에 댄 채로 위로 끌어올렸다.
놀랍게도 그녀의 몸은 남자으 한 팔에 가볍게 이끌려 허공에 떴다.
세실은 남자의 손 아귀에 막힌 기도를 트려고 반사적인 마른 기침을 해댔다.
남자는 묘하게 웃는 표정이었다. 눈가는 휘어지고 입가는 곡선인데 얼굴 천체는 경직 되어있었다.
"다시 한번 지껄여보시죠. 말괄량이."
남자는 세실의 눈 바로 앞에 주사기를 들이댔다.
"더 쉽게 말하실 수 있도록, 아예 그 아름다운 입술에 약을 놓아드릴까요?"
점점 다가오는 주사바늘.
남자는 정말로 자백제를 세실의 입안에 놓을듯이 가깝게 들이댔다. 세실은 두 손으로 그녀의 벽을 쥔 남자의 손을 긁어대며 반항을 시도 했지만 남자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거의 차단된 산소공급으로 까맣게 어둠에 잠식되어가는 시야와 시시각가 다가오는 주사바늘의 날카로움이 세실을 공포에 젖게했다.
낭떠러지에서 춤을 추는 기분이었다.
춤의 비트는 갈수록 빨라지는 심장의 고동소리.
절정에 이르러 세실은 먼데서 새하얗게 터지는 고음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처음에 그녀는 그것이 환상인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이 아니었다. 갑자기 그녀의 목을 누르던 남자의 팔 힘이 사라졌다. 그녀는 아래로 추락했다. 낭떠러지는 얕았다.
세실은 숨을 딻게 들이쉬며 찬 바닥에 얼굴을 비볐다.
"허억. 콜록 콜록... 헉 학..."
온 몸이 후들거린다. 희미한 감각 너머에서 남자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안젤라... 제길!"
"하하하하하하 꺄아하하하하하하"
그의 목소리는 곧 소름 끼친 소녀의 소프라노 에 묻혀 아스라졌다. 세실은 흐린 시야 너머로 탁자옆에 서있는 작은 소녀가 웃고 있는 것을 알아 볼 수 있었다.
남자와 같이 방에 들어온 그 군복이 어울리지 않는 어린 소녀였다. 세실은 그제서야 소녀의 존재를 기억해내고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소녀는 두 발을 구르고 양 손으로 탁자와 벽을 마구 치며 웃고 있었다.
소녀가 탁자를 치자, 탁자는 썩은 나무조각처럼 그녀의 손이 닿는 대로 바스라졌다.
소녀가 벽을 치자, 콘크리트 벽은 무서운 소리를 내며 총탄에 맞은 것처럼 먼지를 뿌리며 부서졌다.
소녀가 발을 구르자, 온 방안이 진동했고, 천장에 매달니 백열등은 음산히 깜박였다.
소녀는 폭풍이 휘젓는 습지의 풀숲처럼 웃고 또 웃었다.
소녀의 머리에서 그녀의 머리둘레에 맞지않게 커다란 검은 베레모가 흘러내려 그녀의 한 쪽눈을 가렸다.
세실은 멍하니 그 아이의 광란을 바라봤다.
소녀는 이제 탁자옆에서 벗어나서 방 안을 뛰어다니며 자지러지듯 웃기 시작했다.
연약해 보이는 소녀의 몸짓이 스친 자리에 온전히 남아있는 것은 없었다.
세실은 현실감 없는 그 광적인 광경에 느낀대로 중얼거렸다.
"괴물......"
남자는 세실의 옆에 서있었다. 그는 제멋대로 뒤어다니며 방 안을 부수는 소녀를 향해 알 수 없는 외국어로 소리치기도 하고 이상한 손짓을 보내기도 했지만 소녀는 그의 그런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로 얌전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웃고있는 소녀르 안정시키는데 온 정신을 기울이는 듯 했다.
그것이 세실에게는 기회였다.
세실은 몸을 낮게 웅크리고 방문 쪽으로 움직였다.
사실 하늘이 도운바가 컸다.
그녀가 문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문고리를 잡으려는 순간, 그리고 그렇게 도망가려는 세실의 모습을 남자가 발견하고 몸을 그녀쪽으로 돌리는 순간, 방 문이 벌컥 홍수에 터진 댐마냥 열리고 잔뜩 무장을 한 군인들이 우루루 몰려들어왔다.
그들은 복장으로 보아, 남자나 소녀와 소속이 같은 연방군인들인듯 했다. 하지만 그들은 긴 겉코트를 걸치고 있지 않았고 두꺼운 방탄 조끼를 군복 위에 입고 있었다.
"괜찮습니까? 리빙스톤 소위님?"
그들은 들어서자마자 남자의 안위를 물었고 곧바로 손에 들고 들어왔던 긴 봉을 들고 금발의 소녀 주위 를 느슨하게 에워쌌다.
미친 사람처럼 웃어제끼며 방안을 때려부수는 어린 소녀의 모습은 목격자가 아무리 군인이라 하더라도 조금쯤은 놀랄만큼 그로테스크한 장면이었지만 그들의 행동은 태연스러웠고 사태에 대처하는데에도 신속했다.
남자는 세실을 가리키며 '저 여자를 잡아!' 라고 소리쳤지만 그 소리는 소녀의 웃음소리, 나무 탁자가 뜯기는 소리, 군인들이 방에 돌입하면서 생긴 소란에 묻혀 지워져 버렸다.
세실은 여유롭게 그녀를 또렷히 노려보고 있는 남자를 향해 가운데 손까락을 한번 더 세워 주고 열린 문틈으로 방 밖으로 빠져나왔다.
방밖의 복도는 텅텅 비어있었다.
세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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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불치정신병 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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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나라...★
마마의 계시록 1-4
나나나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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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0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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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주인공세실 잘못하면 죽을뻔했군요;;; 자백제라... 세실은 무사할지 걱정되네요^^[머소설이지만 자기일같이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