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엽서 / 프랭크 워렌 ; 신현림 크리에디터 (2008)
< 저자 소개 >
프랭크 워렌(엮음) : 비밀엽서(Post Secret) 프로젝트의 설립자이자 큐레이터
신현림(역자) : 아주대에서 문학을, 상명대 디자인대학원에서 시진을 전공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아주대에서 텍스트와 이미지, 시 창작을 강의했다.
문 : 오늘 소개할 책은?
지니 : 프랭크 워렌의 '비밀엽서'라는 책이다. 이 책은 '비밀엽서 프로젝트'라는 한 예술 기획사업으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이 평생을 간직하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적은 엽서 모음집이다.
문 : 비밀엽서 프로젝트란?
지니 : 프랭크 워렌이라는 큐레이터가 2004년 11월부터 3,000개의 엽서를 인쇄했다. 엽서에는 프랭크 워렌의 사무실 주소와 함께 비밀고백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 당신을 익명의 비밀고백 프로젝트에 초대합니다. 당신의 비밀은 아마도 두렵고, 후회스럽고, 욕망에 가득 차 있거나, 유치하고 굴욕적인 어떤 것인지 모릅니다. 그것이 진실이고, 어느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보내주십시오. 간단명료하고, 무엇보다 독창적으로..
3,000개의 엽서를 지하철역에서 나누어주고, 미술관에 놓아두고, 도서관 책들 사이사이에 꽂아두었다. 몇 주 후부터 비밀엽서들은 천천히 워렌에게 되돌아왔다. 전 세계에서 오래된 사진, 청첩장, 개인적인 아이템들을 사용해서 직접 만든 엽서들이 예술적으로 장식되어 도착한다. 어떤 비밀은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독일어, 히브리어로 되어 있었고 심지어 점자로 된 것도 있었다.
문 : 주로 어떤 비밀들이 숨어있나? 어두운 얘기들이 많을 것 같다.
지니 : 종류는 다양하다. 입이 쩍 벌어질만큼 무섭고, 두렵고, 괴기스러운 비밀도 있고 진짜 유치하고 웃겨서 배꼽을 빼는 비밀도 있다. 예를 들면 “웨딩드레스가 입고 싶어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했어요”라는 비밀도 있고, “레스토랑에서 파스타에 머리카락을 넣은 적이 있어. 파스타보다 감자튀김이 더 먹고 싶어서.. 말야.”
“난 25살이고, 키스를 전혀 못 해봤어. 내가 키스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아무도 나와 키스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야.” “직장동료들이 내가 애인이 있다고 생각하게끔 발렌타인데이에 나한테 꽃을 보냈어요.” "외국여행에서 개고기를 먹었지. 맛있더군" "아침 시간을 아끼려고 항상 옷, 신발, 양말을 입혀서 아이들을 재워요." "수천명 직원들의 월급을 삭감하라고 명령했다. 내 월급을 많이 받고 싶어서..." "남들 앞에서 나는 건강식만 먹어요. 건강에 유익한 점, 음식에 대한 정보들을 얘기하면서.. 하지만 혼자 있을 땐 인스턴트로 도배를 하죠. 호호" "남편이 술마시고 집에 들어와 쓰러지면 지갑에서 돈을 훔쳐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저수지의 개들이죠. 하지만 결혼하고 애가 셋인 엄마라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철목련>이라 말하죠” “내 아내는 옆집 부인과 바람을 피워요. 하지만 그들은 내가 알고 있다는 걸 몰라요” “직원들이 다 볼 수 있는 책상 달력에다 가짜 메모를 기록해요. 소문이 얼마나 빨리 퍼지는 지 테스트 해 보려고 말이죠.”사람들의 비밀은 은밀하고, 무섭고, 기발하고, 황당하고, 웃기고, 슬프고 너무나 많은 감정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비밀을 익명으로 보내오기까지 그들의 심적 갈등을 한 번쯤 가늠해 본다면 비밀엽서에 씌어진 비밀들을 단 한 줄의 웃음거리, 흥미로 읽어내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된다.
문 : 이 비밀엽서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지니 : 시작은 단순했지만 현재까지 그는 150,000 통이 넘는 엽서를 받았고 비밀엽서는 공동 예술 프로젝트를 뛰어넘는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었다. 이 책의 페이지 낱장 한 장이 엽서 한 장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비록 한 줄로 씌어진 짧은 글이지만 그 속에는 저마다의 인생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깊은 고뇌와 고통, 개인적인 사연이 숨어있다. 그 숨은 사연을 상상하고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숨겨져 있던 자신의 비밀을 발견해내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엽서를 통해 자신들의 비밀들과 대면하고 또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임으로써 스스로 인정하기 힘들었던 후회, 공포, 열정, 경험, 희망을 찾아냈다고 말한다. 프랭크 워렌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남자들은 비밀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자들은 정말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다. 비밀엽서 프로젝트는 미국 정신 건강 협회로부터 자살방지를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한국판 비밀엽서 프로젝트(http://cafe.naver.com/postsecret)가 진행 중이다. 번역을 하신 신현림 선생님이 2주에 한 번씩 투고된 비밀엽서 중에서 5편에서 10편씩을 선정해서 이를 나중에 책으로 묶기로 했단다. 한국판 책의 인세 수익금은 전액 자살방지단체 등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한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