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태권도 실천 행위에 대한 소고(小考)
서울교대 태권도부 22기 민기식 (현재 서울방산초등학교 재직)
2001.4.25.수요일. 교대 태권도부에서 발표
♡ 모든 무술의 출발은 힘에 대한 존중, 즉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수련하면서 점차 내 몸의 이기적 본성을 이기고 인간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심도와 확대를 통하여 천명(天命)추구.
♡ 나의 성장의 계기는 자연과 인간의 만남이었다. 독서는 변화의 확인과 확신의 지속적인
공부 과정일 뿐이다.
♡ 교대 태권도부에 감사하고 싶은 세 가지
1. 북한산에서의 경이로운 체험
2. 이규형 사범과의 만남
3. 배우는 생명인 후배와의 만남
♡ 좋은 선생과의 지속적 만남은 개념적 이해가 아닌 실천 행위를 통하여 보다 빠르고 효율적 인 공부를 이룰 수 있으나, 어느 한 가지 틀에 얽매여 제도화될 수 있는 저주스런 사태도 공존한다.
♡ 태권도를 통해 내 몸에 쌓인 것
용기 : 인간을 개방시키고 자유롭게 비상시키는 용기는 “물음”이다. “모르면 물어라. 잘못 이 있으면 고쳐라.”의 가르침을 거의 맹목적으로 적용해야만 우리 사회가 보다 열 리고 민주화될 수 있다. 물론 물음의 타이밍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인내 : 궁금한 것을 일시에 해결할 수 없다. 끊임없는 실천적 행위를 통하여 물음을 온축 시키고 배양시키면 어느 땐가 봄날 따사로운 햇살처럼 몸 전체에 스며든다. 기다림 의 아름다움.
공부가 쌓이면 물음이 떠오르고 물음을 계속 잡고 있으면 언젠가 의식으로 부상한다.
☆ 질문1. 태권도를 열심히 하면 건강해지는가?
답 : 아니다. 태권도 운동 과정이 사체(팔, 다리)에 집중되어 있기에 근육과 관절을 단련시 키나 건강을 관장하는 배때기(오장육부)와 마음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결코 건강해지 지 않는다.
☆ 질문2. 품새는 실전에 도움이 되는가?
답 : 도움이 된다. 정신집중을 통하여 몸과 마음의 협응이 실전의 자유로운 몸놀림에 유효 하다. 태권도 겨루기가 복부이상으로 한정되어 있으므로 몸 전체에 대한 공격, 방어를 품새 수련시 적극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 질문3. 기합소리는 실전에 도움이 되는가?
답 : 도움이 된다. 극도의 긴장과 함께 몸의 에너지가 집중되어 발출될 때의 기합소리는 상 대를 제압하는 선제 공격이다. 건강할 때와 건강하지 않을 때의 기합소리를 비교해 보 라. 자신의 언어를 찾아야 한다.
☆ 질문4. 대련시 상대방 눈을 통하여 마음을 알 수 있을까?
답 : 모르겠다. 그렇지만 눈이야말로 마음의 기미(幾微)를 읽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신체 부위일 것이다. 무술가에게 시력이 좋지 않음은 결정적인 한계다.
☆ 질문5. 실전시 태권도는 타 무술과 경쟁이 될 수 있는가?
답 : 회의적이다. 지금의 겨루기 방식으로는 타 무술과의 교류가 힘들다. 발차기 중심은 강 점과 약점을 동시에 가지는데, 허리 이상만 허용하는 공격은 실전에서 약점으로 증폭 될 수밖에 없다.
☆ 질문6. 태권도를 배우는 과정에서 다른 무술을 함께 배우면 태권도를 더 잘할 수 있을까?
답 : 아니다. 일단 태권도에 대한 자기 생각의 체계를 세우기 전에 타 무술과 함께 공부를 진행시키면 관심이 분산되어 공부가 확고히 쌓이지 않는다. 자기류를 세운 후에 타 무 술을 배우면 훨씬 빨리 습득할 수 있다. 언어 학습도 마찬가지.
☆ 질문7. 태권도를 배우면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는가?
답 : 물론. 학생들을 적으로 만나는 것은 아니나, 인간에 대한 자신과 신뢰감으로 학생들의 동정과 학급 분위기를 활기차게 이끌 수 있다.
☆ 질문8. 평생 태권도를 할 수 있는가?
답 : 물론. 인간은 자유로와 지려고 다양한 활동을 추구한다. 자유는 무제한일 수 없다. 제 한된 틀 속에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태권도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과 밀접 한 관련이 있다.
☆ 질문9. 태권도는 훌륭한 공부인가?
답: 매우 좋은 공부다. 동양 교육의 정화요, 전통 교육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살아있는 화석 이다. 마음과 몸의 단련을 통해 문무(文武)의 이상적 인간을 기르고자 한 선인의 지혜 가 도장 교육 속에 남아 있다. 현대의 껍데기만 빨아먹는 상업화된 체육관과 양적 팽창 만 추구해온 WTF는 심사기준을 명확히 하고 엘리티즘을 포기해야 전통의 건강한 도장 교육이 살아난다.
☆ 질문10. 태권도는 인간의 어떤 활동과 관련이 있는가?
답 : All or Nothing. 태권도 - 인간 몸의 활동(체육 교육) - 시간에 대한 생각(예술에 대 한 안목) - 전통 도장 교육 - 교육에 대한 새로운 이해(한문 공부) - 문화에 대한 이 해(우리 민족의 가능성) - 인간에 대한 통찰(문화 인류학) - 나를 찾는 과정
☆ 질문11. 어떻게 하면 태권도 기술을 빨리 습득할까?
답 : 질문6과 관련. 집중의 두 가지 방식(내적 집중과 외적 집중). 시간에 대한 인식(몸의 건강과 관련). 기본에 대한 존중. 고통이라고 느끼지 않는 마음의 여유.
☆ 질문12. 태권도 수련을 통하여 자신의 종교를 생성할 수 있는가?
답 : 있다. 태권도만으로도 훌륭한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다.
서울교대 품새대회 - 품새 심사 규정을 생각하며
품새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품새는 겨루기의 제도적 형식에 갇혀 있다. 품새가 바뀌는 것은 반드시 겨루기의 변화에 의해 가능하다. 겨루기와의 관계를 끊고 품새를 발전시킨다면 태권무가 되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향한 완벽 추구. 무용과 무술의 가운데에 있다고 할까? 겨루기는 시공인간(時空人間)의 상황성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품새는 겨루기를 도울 수 있고 보완할 수 있는 약속 체계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의 제정 품새는 70년대 크게 변화된 스텝 중심, 돌려차기 중심의 겨루기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품새다.
1. 품새시 발차기와 팔 동작은 겨루기 상황에 맞추어 빠르게 진행시켜야 한다.
간혹 무릎을 폈을 때 잠시 멈추는 발차기를 절도가 있다고 칭찬하는 경우가 있는데 겨루기 상황을 생각하지 않는 미적 관심은 지양되어야 한다.
2. 몸이 일체가 되어 자연스러운 품새 진행을 지켜봐야 한다.
간혹 시선을 중시하여 시선이 먼저 진행한 뒤 발, 손동작이 따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어찌 각각 따로 놀 수 있겠는가? 무술가가 얘기하는 눈, 다리, 팔의 중요도는 근원적인 몸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이지 수련과정의 선후를 달리 보는 것이 아니다.
3. 팔과 다리의 공격, 방어 동작은 목표가 정확해야 하지만 다리 동작은 균형을 잡은 가운데 목표를 최대한 높게 차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 태권도가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발차기와 스텝이다. 높이 정확하게 찰 수 있는 수련자는 낮은 위치의 목표물도 정확히 찰 수 있다. 보다 어려운 도전을 격려해야 한다.
4. 국기원에서 보급하는 동작의 의미와 기능을 기준으로 한다.
단체전 : 훈련시간을 체크하면 된다. 동작의 일체성, 자신감을 우선으로 보고 개인전의 기량을 지켜봐야 한다.
창작품새 : 훈련시간과 함께 지도자의 안무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겨루기와 직접적 관계를 떠나도 좋으니 지도자와 수련자의 다양한 시도가 격려될 수 있도록 무조건 칭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