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사진)은 지난 주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발표한 ‘사교육 경감 7대 긴급대책’은 정책결정 과정에 참고할 제안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 장관은 1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교육 정책을 관장하고 최종 결정을 하는 사람은 교과부 장관”이라며 “여의도연구소의 방안은 정책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제안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연구소나 각종 자문회의에서 발표하는 것들은 어젠다일 뿐”이라며 “교과부에서 오랜 시간 검토해 발표하는 것만이 정책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안 장관은 여의도연구소가 제안한 내신 절대평가는 자칫 과거 정책으로 되돌아가자는 순환논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내신 반영 방식은 오랜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하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목고 입시안 개선에 대해서도 안 장관은 “교과부가 이미 케이스마다 깊이 연구해서 내놓은 정책이 있다. 우리는 최선책이라고 본다”고 말해 여의도연구소의 특목고 입시 내신 반영 금지 방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안 장관은 “대통령과 ‘학원의 부당 행위만큼은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는 화두를 공유하고 있다”며 “1일부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부처와 협의를 시작해 7월 중 강력한 ‘학원 단속 추가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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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지휘봉 잡은 李대통령>(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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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시도교육감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전국 16개 시도교육감을 초청해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신호 대전교육감, 안병만 교과부장관, 이 대통령, 설동근 부산교육감, 김상만 울산교육감. 2009.6.24 jobo@yna.co.kr |
대입제도 대수술 시사..`중도.서민' 국정개혁과 연결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사교육 병폐와 입시 위주 관행에 신음하는 교육제도를 뜯어고치기 위해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이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과 간담회를 갖고 "현재와 같은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초.중.고교 교육은 변할 수 없다"면서 "청소년들이 입시에 시달리지 않고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나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학생들이 사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교육감들이 점수 위주의 관행을 개선해 달라"며 현행 점수 위주 선발 방식의 대입 제도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현행 입시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서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사교육의 병폐를 제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교육을 안 받아도 대학 가고 취직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국정 철학이 집권 2년 차를 맞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이 대통령은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사교육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교육비 절감안을 마련하라고 엄중히 지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서민 부담을 줄이려면 사교육을 없애는 일이 매우 중요한데 뭘 하느냐. 학원 로비의 힘이 센 모양"이라면서 "(정권 출범) 1년이 넘었는데 지금은 사교육을 잡는다고 해도 우리 딸도 안 믿는다"고 지적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언성을 높이거나 특정인을 질책한 발언은 아니었지만 평소의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대목일 수 있다는 게 참석자의 전언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사실상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개인사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자수성가형'의 대명사로 꼽히는 이 대통령은 경선 후보 시절부터 '가난했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교육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었던' 자신의 성장기를 들면서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이 '불패 신화'를 이어가면서 오히려 교육이 빈부 격차와 계층간 불신을 확대 재생산하는 현재의 모순된 상황을 이 대통령으로선 더 이상 용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적 측면에서 볼 경우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국정개혁 기조로 언급한 '중도'와 `서민'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서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피부로 느끼는 정책 두 가지로 교육 정책과 부동산 정책이 꼽힌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사교육과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나선 것은 서민층의 마음을 사로잡아 외연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 따라 정부는 조만간 현행 대학입시제도와 사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보완대책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지난 4월 학원 심야교습 제한 등을 골자로 한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과 국회 교육위 소속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사교육 대책안이 다시 힘을 받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곽승준-정두언 안'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됐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로 볼 때 이같은 강력한 사교육 대책이 주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곽승준 위원장과 정두언 의원 등도 사교육비 절감 방안을 다시 원안대로 강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오는 26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주관으로 '사교육과의 전쟁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주제로 열리는 토론회에서 지난번에 좌절된 원안을 다시 내놓고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힐 계획이다.
원안의 골자는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 ▲외고 입시에 내신 반영 전면 금지 ▲외고 입시 학교장 추천제 폐지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 ▲문과ㆍ이과ㆍ예체능 계열별로 대학 전공에 상관없는 과목의 내신 반영 및 수능 과목 제외 등이다.
이밖에 방과 후 학교의 민간위탁 운영 및 평가 강화, 교원 평가제 실시 등이 포함됐고, 불법ㆍ고액 과외에 대한 신고포상제 및 세무조사 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