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모 그룹이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카피를 내세우며 일등주의를 부추긴 적이 있다. 지금도 잘나가는 그 그룹을 보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지만 이 승자독식의 구도를 아무 데나 적용시키는 어리석음을 부추긴 점은 한번쯤 짚고 가야 할 것이다. 특히 비바람에 깎이며 생긴 대로 묵묵히 오랜 세월을 견뎌온 산을 놓고 '감히' 등수를 매기는 따위의 작업까지 하게 된 것에는 인간의 오만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어딘가 지명을 얘기할 때 곧바로 특정 산 이름을 대명사처럼 붙임으로써 다른 산들을 '잡산'으로 떨어뜨리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 병풍 모양 기암·아찔한 절벽 '감동적'
중국 장시성(江西省) 상라오(上饒)시에 위치한 싼칭산(三淸山·해발 1,816m)은 이런 면에서 국내에서는 2등 콤플렉스에 시달렸음직한 산이다. 가까운 안후이성(安徽省)의 황산이 한국인들 사이에 중국 산 관광지의 대명사가 돼 버리는 바람에 국내에서는 '三淸山'이라고 하면 "어디?"라는 반문을 받는 신세가 됐다.
산&산팀이 해외 산을 찾는 길에 싼칭산을 오르게 된 것은 이 같은 연유에서다. 이미 국내에 수차례 소개된 황산을 봄철에 다시 한 번 소개하는 것도 그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나 아직 덜 알려진 산을 발굴해 보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때마침 싼칭산이 지난해 7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며 그동안의 '설움'을 씻을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싼칭산을 꼼꼼하게 돌아보고 내린 결론은 '결코 황산에 뒤떨어지지 않는' 명산이라는 것이다.
산행이라고 부를 만큼 산길을 헤쳐 나가는 맛은 없지만 코스를 잡기에 따라 땀깨나 흘리기에 충분한 아찔한 오르막을 경험할 수 있다.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마다 파노라마처럼 모습을 바꾸며 펼쳐지는 절경도 보는 이로 하여금 장엄함을 느끼게 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다. 특히 싼칭산은 겨울철 눈이 올 때에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입산통제가 거의 없어 사계절 절경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입구에서부터 큼직한 플래카드들이 싼칭산의 세계자연유산 지정 사실을 밝히며 대대적인 환영의 뜻을 나타낸다. 주차장에 내린 뒤 곧바로 남산케이블카에 오른다. 길이 2.43㎞의 이 케이블카는 2인승으로서 마치 스키장의 리프트처럼 줄을 지어 오간다. 산행 기점까지의 운행시간은 약 45분. 케이블카를 타는 시간으로는 약간 길어 보이지만 전형적인 골산(骨山)인 싼칭산의 압도적인 모습에 취하며 올라가다 보면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천문산장의 돌문을 지나면 산행이 시작된다. 취향에 따라 무한대(∞) 모양의 등산로를 따라 정면에서 오른쪽과 왼쪽 산길을 모두 답파하거나 체력적인 문제를 고려해 왼쪽 산길만 답파하는 두 가지 산행을 선택할 수 있다. 산&산팀은 전자를 선택했다.
돌문을 지나 외길에 가까운 계단길을 오르내리며 오른쪽으로 10분쯤 가면 오른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바위의 절경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8분 뒤 신룡주점(식당). 오른쪽으로 악어 모양의 봉우리가 보이면 여기서부터 급한 오르막 계단을 각오하는 게 좋다. 5분 뒤 까마득하게 급경사로 촘촘한 계단이 나타난다. 군데군데 쉬어가라고 전망대 모양의 쉼터까지 5개나 만들어 놓은 이 계단은 모두 290개. 대부분 혀를 빼무는 이 계단이 이번 산행의 가장 난코스. 5분간 숨을 턱에 붙이고 오르면 용봉찻집. 케이블카를 타고 오면서 봤던 병풍 모양의 기암을 눈에 담고 다시 계단을 쉼 없이 오른다. 다시 15분간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의 향연. 눈앞에는 두 개의 젖무덤을 닮은 '쌍유봉'이 반겨준다. 여기서부터 다소 완만해지는 계단을 따라 조금만 더 가면 싼칭산의 동쪽으로 펼쳐진 산줄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8분 뒤 내리막길이 시작되면 다시 병풍첩을 접은 듯 싼칭산이 숨겨 놓았던 모습을 차곡차곡 드러낸다. 싼칭산의 오른쪽 뒷모습들이다. 5분 뒤 단아하게 산에 걸터앉은 여성의 모습을 한 '동방여신'을 카메라에 정신없이 담고 있노라면 다시 10분 뒤에는 싼칭산의 상징인 '거망출산'(보아뱀 형상의 기암)이 하늘을 찌르며 나타난다. 높이 146m의 이 기암은 넘어질 듯 아찔한 모습이다. 이후 30분가량은 이 거망출산을 중심으로 주위를 돌아가며 산행이 이뤄진다. 다시 20여분 뒤에는 천문산장의 돌문에서 올라와 싼칭산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과 마주친다.
여기서부터는 15분간 계단을 오르는 것 이외에는 평탄한 길이다. 인력으로 어떻게 설치했는지가 궁금할 정도로 절벽 옆을 돌아가는 어질어질한 길들은 산 자체의 장엄함에다 인간의 노력까지 더해진 것 같아 더욱 인상 깊게 뇌리에 박힌다. 이 같은 길이 3.6㎞나 이어진다. 그동안 싼칭산 서쪽으로 펼쳐지는 전망은 한국의 육산을 닮은 동쪽 산줄기와는 또 다른 골산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40여분간 길을 따라가다 마주치는 '도선교'라는 이름의 구름다리를 건너 절벽 바깥쪽으로 유리를 깔아 전망대를 설치한 '건곤대'를 지나가면 산행은 이제 마무리 수순이다. 건곤대에서 아찔한 천 길 낭떠러지를 직접 내려다보며 단련된 심장은 이후 절벽 옆으로 이어지는 아찔한 산길을 산책로 수준으로 느낀다.
다시 보아뱀 모양의 거망출산 옆을 지나 금사케이블카를 타는 곳에 이르면 산행은 끝이 난다. 2.46㎞ 길이로 설치된 금사케이블카는 8인승. 올라올 때 탄 남산케이블카에 비해 배 가까이 빨라 20분 정도면 산 아래에 닿는다. 전체 산행에는 케이블카 타는 시간을 제외하고 휴식시간 포함 5시간가량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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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삼청산 국립공원 입구의 모습. 왼쪽으로 올라가면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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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타러 올라가는 길에서도 삼청산 자락의 웅장함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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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케이블카는 스키장의 리프트처럼 2명씩 올라타고 올라가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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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삼청산 기암들의 압도적 위용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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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케이블카를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삼청산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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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산장의 돌문을 지나면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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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도중 곳곳에 보이는 대나무 가마. 산행에 지친 등산객들을 2명의 가마꾼이 짊어지고 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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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시작과 함께 오른쪽으로 기암괴석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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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0개의 가파른 계단을 한꺼번에 올라가야 하는 첫 고비. 중간중간 쉬어 오르도록 전망대 모양의 쉼터를 마련해 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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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유봉이라는 간판이 보이면 계단은 완경사로 바뀐다. 쌍유봉에서 본 앞 쪽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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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유봉을 지나 계단을 오르며 뒤쪽으로 바라다 본 모습. 왼쪽의 두 봉우리가 두개의 가슴을 뜻하는 쌍유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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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유봉을 지나 조금만 가면 삼청산의 동쪽으로 펼쳐진 산줄기가 보인다. 삼청산과는 달리 육산의 모양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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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탄하게 조성된 등산로를 따라 경치를 즐기며 걷는다. 먼 산의 모습을 즐기다 내리막 계단으로 접어들면 삼청산의 기암괴석들이 다시 병풍처럼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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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리막 계단으로 내려가기 직전 등산로에서 삼청산 쪽을 바라다 본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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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으로 절벽을 이룬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면 삼청산의 숨겨진 모습이 조금씩 나타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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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깎아지른 듯한 봉우리의 모습이 삼청산의 본 모습이다. 등산로와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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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아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앉아 있는 동방여신의 자태가 등산객들의 눈길을 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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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여신과 함께 삼청산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거망출산의 위용. 쓰러질 듯 위태한 모습이 보는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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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망출산이 오른쪽 모퉁이로 돌아서면 삼청산 동쪽의 산행은 거의 끝이 난다. 이 지점에서 지도를 꺼내 위치 확인을 해 보는 것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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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청산 서쪽은 절벽 왼쪽으로 아찔한 길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골산의 위용들이 잇따라 나타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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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청산 서쪽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동쪽의 그것과는 달리 육산의 힘찬 모습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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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벽 허리를 휘감아 이어지는 아찔한 등산로를 보다 보면 인간의 위대한 힘을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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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길 낭떠러지 위에 만들어져 있는 도선교라는 이름의 구름다리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포인트 중 하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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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과 땅이 맛닿아 있다는 건곤대는 유리 바닥으로 만들어져 낭떠러지를 직접 내려다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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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선교와 건곤대로 숙달되고 아면 절벽 옆에 붙은 등산로가 편안한 산책로처럼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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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산을 돌아 이어지는 등산로가 많이 남았다. 군데군데 쉬면서 삼청산의 모습을 끝까지 즐겨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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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듯한 재미난 모양의 기암. 이 바위가 보이면 산행은 거의 마무리 수순을 밟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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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길에서 올려다 본 거망출산의 모습. 옆에서 보던 모습과는 달리 낙타의 모습을 쏙 빼닮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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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아래까지 내려가는 금사케이블카는 올라올 때의 남산케이블카와는 달리 8인승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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