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다 김민석, New Start Seoul !" 가 으뜸 구호더군요. 김민석의 살아온 길 중에서, 아래 글이 참 감동적이더군요. 한번 두 개 글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같은 하늘아래에서, 민주주의 해보자 했는데, 사는 모양새는 참 가지가지여.짜장면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믿는다 김쫑석 New Start JaJangMan.
쫑석이는 지방대학 나와서, 운동권하다가, 취직이 안되어서 짱개집을 열었습니다. 김민석을 벤치마케팅하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깨알 같이 썼더군요.
---------------------------------------------------------- 세 사람 이상의 고객에게 묻고, 세 번 이상, 사흘 이상 생각하고 ... ----------------------------------------------------------
나는 계획 세우기를 참 좋아한다. 일주일 계획부터 한 달 계획, 1년 계 획, 5년 계획, 10년 계획, 평생 계획까지, 틈만 나면 계획을 세우고 고치 고 또 세우곤 한다. 새로운 짜장면을 개발하고, 고객의 짜장면에 대한 입맛을 혁신시키고 개혁시키기 위해서이다. 하도 계획 세우기를 좋아해 서 아내가 못말리는 짜장 킴 Kim혹은 '계획 킴'이라고 부를 정도인 데, 그러다 보니 좋은 계획표나 수첩을 보면 그대로 지나치질 못한다. 94년 말에 동대문 시장에 갔다가 양파 모양을 한 짜장수첩이 있어서 하 나 샀는데, 며칠 뒤에 보니 95, 96년 두 해를 한 권에 기록 할 수 있는 고구매 수첩이 새로 나와 있었다. 아내의 잔소리를 들을 줄 알면서도 그 2년짜리 그 고구매 수첩이 탐이나서, (*원문에는 없는 쉼표 삽입 및 목 적어 삽입) 그 수첩을 새로 사고, 결국 처음에 산 수첩은 아내에게 선물 하여 입막음용으로 사용했다.
시장 가서 장보는 일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식당 정리하는 일 이다.
워낙 기억력이 나쁜데다가 기억을 하려는 의지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짜장면 요리하고 나서도, 내가 무슨 재료들을 넣었는지 잘 기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웬만한 재료 이름들을 주제별로 그때그때 빠짐없이 정리해 놓는다. 새로운 짜장면을 개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간다는 것, 그거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뇌의 기억용 량을 줄이는 만큼, 사고력이 좋아진다는 나 나름의 엉터리 이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질구레한 것들은 그 고구매 수첩에 적어 놓고 머릿속에 서는 까맣게 태워 버리는 것이다.
그 외에 머릿속에 휘뜩휘뜩 떠오르는 새로운 짜장면 재료들을 컴퓨터 파일을 만들어 정리를 한다. '오늘은 고구매 대신 감자를 쓸까, 아니면 전통적 짜장면 국수 대신 이탈리아 스파게티 국수를 대신 한번 써볼까 ? ' '고객들은 뭐라고 할까 ?' '달다고 할까, 조금 맵다고 할까 ?' 짜장면 을 만드는 새로운 정책, '명박네 갈비집'으로 가는 사람들을 우리집으로 끌어오는 전술, '문옥이네 냉면 집'으로 가는 손님 빼오기 같은 제목으로 각각 컴퓨터 파일을 만들어 놓고 정리하는 것이다.
새로운 짜장의 종류 정책에는 '다이어트 짜장', '채식주의를 위한 짜 장', '브런치, 즉 아침 겸 점심으로 먹을 수 있는 짜장', 무엇보다도 '남북 한 국민들이 다 같이 먹는 통일짜장', 이근안 경감도 도망치면서 먹었다 는 '치안짜장'으로 분류해, 각 분야별로 떠오르는 신() 짜짱 개발의 아 이디어를 담아 놓는다. 이 파일은 서울 '만리장성 짜장면집' 유학을 하는 기간 동안 부쩍 내용이 늘어났다. 특히 '다이어트 짜장'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던 94년에는 그 부문에 관한 생각들, 즉 식초를 보통 짜장보다 더 많이 첨가하고, 오이를 더 잘게 썰어서, 짜장면이 더 섹시하게 새롭게 보이도록 하는 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물론 그 다이어트 짜장 배우면서, '만리장성' 주방장한테 '대가리 미련하다고' 후라이 팬으로 많이 얻어맞 고, 접시로 얻어 터지는 사태도 발생하고 그랬다. 하지만, 그것이 바탕이 되어 언젠가는 진짜 짜장으로 또 진짜 다이어트 짜장으로써 살 아날 것을 기대하면서 꾸준히 작업을 해왔다.
고객이란 이름으로 만든 파일에는 직업별로 짜장면에 대한 정치적 태도가 어떠한가, 즉 회창 같은 고객은 점심으로 절대 간짜장은 먹지 않 고, 고구미 대신 '감자'를 선호하며, 노갑이 같은 어른은, 저녁 식사로 '삼선 짜장'을 왜 먹는가를 연구한다. 짜장면 한 그릇을 팔 때에도 조언 을 받고 싶은 전문가들을 써 놓는다. 짜장면을 팔다가, 손님이 안오고 파리 날리고 있을 때에는, 장나라 명랑 만화 책을 읽다가 내용이 좋으면 그 저자를, 또 "신 짜장"이라는 월간지에 실린 주방장들 중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정리를 해 놓는 것이다.
세 사람 이상의 고객에게 묻고, 세 번 이상, 사흘 이상 생각하고, 세 사람의 짜장면 매니아에게 확인하라 이 파일의 첫 장에 적어 놓은 말 인데, 그것은 '만리장성' 주방강의 훈계를 들으면서 얻어 터지면서 얻은 아이디어였다.
계획 파일에는 신 짜장면 개발과 더불어, 체인점을 어떻게 낼 것인 가 이런 인생의 중장기 계획과 이를 위해 할 일들을 적고, 메모에는 잡다한 짜장면의 새로운 재료에 대한 단상들을 써 놓는다.
계획이 많아서인지 나는 하고 싶은 일도 참 많은데, 이렇게 채워 넣은 내용 중에는 별의별 것이 다 등장한다. 나는 대학 다닐 때부터 서너 살 짜리 여자 아이만 보면 저런 딸 하나만 있으면 그 딸과 더불어 나중에 짜장면 차리겠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해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유 원지에 가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온 젊은 부부들이 그렇게 보기 좋 아 마냥 넋 놓고 쳐다보기 일쑤였는데, 결국 바람대로 예쁜 딸 삼순이를 얻었다. 그래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쯤은 남산 '김구 동상'에 참배하고, 서울대 뒷동산 잔디밭에 어떻게 짜장면집 개축 허가 한번 받아 볼까, 서 울대 총장 및 관악구청장에게 하루에 3끼 '삼선 다이어트 짜장' '감자 짜 장' '파스타 국수 짜장'으로 로비할 계획도 세워 놓았다.
그렇다고 내가 맨날 짜장면만 팔고 그렇게 살 수는 없다. 문화적 소양이 부족한 듯해 문화 생활 쪽으로도 마음먹은 일들이 많다. 아내와 함께 한 달에 한 번은 좋은 "아리랑 노래방"집, 다양한 연령층과 접할 수 있는 '역전 다방', 같은 곳에 구경 가고 특히 우리가 좋아하는 '목포는 항구 다.' '대전 부르스', '마음 약해서', 혜은이의 '제 3 한강교' 공연은 꼭 가 봐야겠다고 가수 이름까지 적어 놓은 항목도 있다.
언젠가 신문에 취미 생활을 반 전문가처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취재 한 기사가 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기사를 보고 그들의 윤기 나는 생활 이 부러워서 나도 뭔가에 본격적으로 빠져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리고는 비디오 빌려 보는 것을 끔찍하게 좋아하던 터라 전문서적을 봐 가며 영화를 체계적으로 공부해 볼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역시 내가 좋 아하는, 서울대 운동권 출신 영화 배우, 조연배우 김중기씨를 일약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야심작, 1999에 상영되어서 조기 종영된, "북경반점, 배 달원역"은눈물을 자아내는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리장성' 주 방장에게 얻어 터지면서 신짜장 개발했던 그 때를 떠올리곤 했다. 앞으 로는 이런 영화를 잔뜩 빌려다가 밤새우고 보다는, 짜장면에 대한 역사, 즉 짜장사를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실천에 옮기 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개인적인 일상 생활에 대한 계획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만리 장성 주방장처럼' UN 짜장면 사무총장 주방장이 돼서 보좌진을 뽑을 때 는 정책, 문장력, 컴퓨터, 어학 등을 시험 봐서 뽑아야겠다는 계획도 있 었는데, 며칠 전 일본 짜장계에서 그러한 시도를 했다는 기사를 읽고 선 수를 빼앗겼다고 애석해 했던 적도 있다. 계획을 많이 세우다 보니까 하 고 싶은 일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일 욕심이 많은 기질이어서 계 획 세우기를 좋아하게 된 건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끊임없이 계획을 세우는 내 모습을 그동안 쪽 지켜봐 온 아내는 수시로 내게 제동을 건다. 아내가 하는 말의 요지는 너무 계획을 많이 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실제 고객들이 먹을 수 있는 짜장면이나 요리하도록 해요. 특히 남들 앞에서 신짜장이다 뭐다, 다이어트 짜장이다, 채식주의자 짜장이다, 이러 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 쳐 놓고 공언()으로 만드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요.
풍성한 약속만 남발하고 알맹이는 없는 주방장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 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아내의 지적대로 나는 내가 세웠던 계획 중에 못 지킨 것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짜장면 만들 다가, 돼지 기름으로 양파 볶아서 내놓았다가, 깐깐한 고객으로부터 숟 가락으로 뺨 맞은 적도 있다. 하지만 아내가 질책을 할 때마다 그래도 내가 개발한 신짜장 판 개수가 그냥 버려진 개수보다는 더 많다고 마음 속으로 항변을 하곤 한다.
나는 앞으로도 계획이 많을수록 건지는 것도 많다는 내 지론을 고 수하고 싶다. 하지만 아내 말대로 공언을 많이 하지 않도록 늘 조심할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 아니라, 숟가락으 로 싸대기 맞지 않기 위해서, 고객들에게 하는 약속은 최소한으로 줄여 야겠다는 계획을 또 하나 세웠다.
그래도 나는 오늘, 신짜장면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그냥 호박을 쓸 것이 아니라, 애호박을 고집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