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산 억새에 대한 명성은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가을 즈음이 되면 으레 신문의 Travel의 지면을 채우곤 하던 그 은빛억새의 사진들....
명성산 억새가 절정인 기간은 10월 둘째주라 하는데 우리 성당 산악회가 날짜는 제대로 잡은것 같았다.
두 주전에 10월 18일(토)명성산 억새 군락지 산행에 대해 주보에 공지하자 선착순 45명이 2-3일만에 인원이 금새 채워졌다.
글을 쓰는 나만 해도 작년 3월에 눈이 덮힌 명성산, 하얀 억새밭이 아닌 사운드오브 뮤직에 나오는 파란 언덕을 연상케하는 5월말의 명성산행, 이미 두번이나 가보았지만 억새군락지는 처음이었다.
토요일 아침, 형제 자매님들께 나누어 줄 기념품 수건을 든 박스가 무거워 박스와 엄마 아빠를 차에 태워 성당 앞에 내려준 둘째놈의 배웅을 뒤로 하고, 차에 오르니 20분전이라 형제 자매님들이 아직 다 오지는 못한것 같았다.
하나 둘 모인 형제,자매님들- 원장수녀님을 포함한 43명 일행은 성모상앞에서 주임신부님과 주모경을 바치며 하루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하고 8시 30분쯤 성당앞을 출발하였다.
출발하면서 나누어 준 김밥과, 따끈한 백설기,생수, 과일과 과자가 골고루 있는 과자봉지, 달리는 차창 밖으로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드넓은 하늘엔 구름이 빠르게 지나가고 그 위로는 눈 부신 가을 하늘이 모처럼 가을 산행을 떠나는 우릴 설레게 한다.
달리는 도로 옆에는 노랗고 빨간 가을 꽃들이 끝없이 빠르게 지나가고 꽃길 넘어 길건너 들판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파도처럼 출렁인다.
퇴계원 지나 늘 막히는 곳-진접에서 조금 막혔지만 내촌 휴게소에 정차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열심히 달려 산정호수 이정표를 따라 작은길로 들어서니 산정호수 주차장까지 6km 남았다고 써 있다 약간의 멀미를 느꼈지만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니 승용차, 대형버스들이 주차한 주차장에는 이미 어마어마한 차들이 와있었다.
하지만 평일이 아닌, 주말의 산행, 그것도 테마별 축제기간인 산행은 평소 주말보다 인파가 몰리기 마련,각오한 바이고, 문제는 산에 올라갈 때 얼마나 지체가 될것인지도 염려스러웠다.
일정대로 10시반에 도착해서 등산진입로로 올라가니 그래도 갈 만 했다. 조금 올라가서 모여서 스트레칭을 하고, 억새군락지를 향해 우리 일행은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울음산(鳴聲),명성산이란 이름은 태봉을 이룬 궁예가 왕건의 쿠테타에 밀려 이 산으로 쫓겨와 망국의 슬픔에 통곡하자 이 산도 따라 울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등산초입로 계곡옆으로 곱게 물든 단풍과 발아래 누렇게 떨어진 낙엽들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우릴 반기는 듯하다.
가을 가뭄으로 계곡의 물은 어느때보다도 말랐고, 고여 있는 물 색깔도 탁하게 보였지만 그래도 용이 승천했다는 등룡폭포에 이르니 다른 곳 보다는 물이 많아보였다. 지난 5월에 왔을때는 계곡에 물이 제법 많았는데, 대신 새악씨 볼처럼 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보며 아쉬움을 달래보기도 하며
좀 가파른 길을 조금 오르다보니, 아 여기부터 억새군락이 시작된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어른 키만한 억새들이 은빛으로 곱게 반짝인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가을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의 물결은 환상적이었다. 팔각정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내려다 보면 더 장관이었을 풍경을 못봐 아쉽지만 43명 대식구가 앉아 쉴만한 곳을 찾아야 했기에 선발대가 자리 잡은 곳에서 가지고 온 막걸리, 족발, 과일들을 맛잇게 먹는데, 아뿔사 주차장에서 무거운 짐을 각자 나누어 지고 올라오는 과정에 족발을 찍어먹을 새우젖, 야채, 쌈장을 가지고 가신 형제님은 우리가 쉬는 곳이 아닌 조금 더 팔각정까지 올라가버리셨다.
하는 수 없이 먼저 고기만 먹고, (다행이 족발은 삶을 때 간을 조금 한다) 나중에 야채와 쌈장을 먹어야 하는 해프닝도 즐겁기만 했다. 어디 늘 예정대로 계획대로 진행이 되는 것이 인생이던가 예기치 않은 일의 즐거움도 있는 것이 인생이나 산행이나 비슷한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억새밭을 배경으로 단체사진도 찍고 좀 쉰다음, 2시반에 예약된 등산로 초입에 있는 가든식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일행 중 팔각정 전망대에서 억새물결을 보기 위한 일행은 위로 올라가고 나머지는 각자 하산을 시작하였다.
아, 그런데 아쉬운 점 하나- 일년동안 마실 흙먼지를 온통 마신것 같다. 공해가 없는 흙이니 망정이지, 9월,10월 중순이 다가도록 비가 오지 않은 흙산, 그것도 사람이 무진장 많이 몰리는 산은 정말이지 흙먼지가 대단했다.
산불이라도 나면 정말 큰일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올라오는 인파, 내려오는 인파가 교차되는 철계단에서는 병목현상이 일어나 더 지체가 되서, 바위를 잘 타는 나는 옆으로 바위를 곡예하듯 타고 날라오듯 내려와 가든식당에 들어서니 먼저 오신 분들도 계시고, 손을 씻고 들어오니 우리 일행이 다 도착하였다.
형제,자매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개포성당 산악회를 위하여! 개포성당 신자 모두를 위하여! 채워진 술 한잔으로 건배도 하고, 정담을 곁들인 버섯찌게와 산나물로 밥 한그릇을 어느새 비워냈다.
일정대로 4시30분에 차에 올라 산정호수 주차장을 출발해서 서울로 향한 우리들은 마태복음 5장 3-10절까지 돌아가며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것이다. 이하 중략-
한사람씩 봉독을 하고 원장 수녀님이 프린트해오신
山 山은 높이 만큼 뿌리도 깊다 世上을 겉으로 보기 보다는 안으로 본다
그래서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나무들이 잎을 더디 피우거나 풀 벌레들이 눈을 늦게 떠도 조바심하지 않는다.
안개가 어둠처럼 몸을 감싸도 눈 보라가 파도처럼 몸을 때려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山은 하늘이 내리시는 일로 세상이 어려움을 당하면 남보다 제일 먼저 걱정하고
世上이 즐거워 하면 남보다 제일 늦게 즐거움을 맞는다.
이 창건 시인의 시를 원장수녀님이 낭송해주셔서 다시금 오늘의 산행의 의미를 새겨보는 시간도 가졌다.
식사후의 포만감, 노곤함으로 우리 일행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잠이 들기 시작, 맥주를 마시는 형제님들의 이야기소리도 소음이 아닌 자장가로 들릴만큼 어느새 나도 스르르..... 달게 자고 났더니 역시 서울에서 나갈때 막혔던 진접 삼거리, 역시 들어올 때도 막힌다. 차가 막히는 차안에서는 역시 유머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이상훈 산악대장님의 마이크소리에 깼다. 예의 그 유머스런 진행, 웃다보니 어느새 차는 다시 달려 일정대로 6시30분에 성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옥에도 티가 있다고, 이번 명성산행은 먼지가 풀풀 많이 날렸지만, 어느새 울긋 불긋 단풍이 물든 가을산,파란하늘,하얀깃털을 흩날리는 억새, 그리고 함께 하는 정겨운 이들과 함께 가을날의 추억을 만든 하루였다
이번 6회 개포성당 산악회 원정 산행 명성산행은 예비자 2분이나 참석, 외짝교우님 두 분이 남편분들이 오셔서 우리의 가족같은 따뜻한 분위기에 영세를 하시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개포성당 등산모임의 산행을 통해 교우님들에게 친교와 전교의 기회를 제공하여 영육 모두 건강한 본당 신앙공동체를 추구한다는 취지도 살리고 우리 모두 즐거운 시간을 가진 유익한 등산이었다.
이번 서울을 떠나 성당 앞에 돌아올때까지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주님과 성모님께 감사드리고,
권용관베드로 산악회장님, 이상훈요셉 등반대장, 김일스테파노 부대장님,
이승덕요한+박병규마르첼로 총무님, 이근효나타나엘 간사님 을 포한 운영진들
시간적 물적 기여와 봉사에 너무 너무 감사하고,
작지않은 금액을 협찬해주신 여성총구역장님, 현양분과장님, 영광단장님, 겸손단장님,
김동연 말세리노 회장님, 고재영 요한 형제님, 장태익베드로 꼬미 단장님,
김광섭베드로 꾸리단장님, 김동연바오로님...
여러 형제, 자매님들 덕분에 즐겁고 풍성한 산행이 되었습니다.
하시는 일마다 잘되기를 기도 드립니다
-남봉희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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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산행후기를 잘 작성하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찬미예수님,겸손하신모후로 스크랩해 갑니다.
명성산 산행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과 함께해서 너무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