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소수 전문 산악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등산은 오늘날 인기있는 대중 스포츠가 되었다. 그러나 이같은 등산의 보편화는 등반사고의 증가라는 비극을 가져오고 있다. 금년 62세인 프랑스의 가스똥 르뷔파씨는 알프스를 1000번 이상 오른 세계적인 산악인으로 1950년에 히말라야산맥의 안나프르나 원정대에 참가한 베테랑이다. 사고없이 등산의 즐거움을 만끽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 다음은 르뷔파씨가 말하는 산과 인간, 안전등반에 관해 프랑스판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마련한 대담기사이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1983년 10월호)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22년 전 기사이지만 지금 다시 보니 오히려 그때보다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시간과 국경을 초월하는것 같습니다. 읽어 보시고 같이 공감하시길 바랍니다.
문: 등산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나이는 몇살인가? 답: 일반적으로 말해서 15살이나 16살에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높은 산에서는 젊음이 언제나 최상의 이점은 아니다. 등반에는 완강한 육체적 용맹성이 요구되지만 인내와 자제는 더욱 중요하다. 30대 또는 40대의 남자가 극한 상황에서 젊은 등반가 보다 더 오래 살아 남을 수 있다.
문: 그렇다면 등산가가 되기 위해 아주 젊어서부터 등반을 시작할 필요는 없는가? 답: 나에게서 등산을 착실히 배운 사람 가운데 리차드 에어튼 이라는 영국인 사업가가 있다. 그는 45살에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56살이었는데 매우 평범한 등산가였다. 매년 여름 2주일 동안 우리는 같이 산에 올랐다. 점차 그를 어려운 코스로 안내 했는데 그랑까쀠생의 동쪽 코스를 정복했을 때 그는 75살 이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등산한 것은 1980년으로 리차드는 그때 80살 이었다. 나이가 18살이건 80살이건 중요한것은 오르겠다는 의욕이다.
문: 등산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답: 최소한도의 진지한 준비태세를 갖추지 않고서는 비탈길이나 산 또는 고갯길 조차도 올라갈 수 없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힘들이지 않고 안전하게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진정한 등반기술이 있어야 한다. 등반기술은 프랑스 전역의 산악지방과 평원지대에 있는 등산학교에서 익히면 된다. 등산학교는 베르동협곡과 같은 석회암 지형이나 뽕뗀블로 주변의 암벽들, 내가 어렸을 때 등산을 시작했던 꺌랑끄라고 불리는 바위투성이의 지중해변의 후미진 절벽들이 있는 평야지방에도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등산할 때 직면하는 갖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는 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등산가들은 높은 산에서 맞닥뜨릴 위험부담 없이 고지대적응이나 암벽오르기, 불편한 장소에서 참고 기다리는 훈련을 할 수 있다. 훌륭한 등반가들은 모두 이러한 곳에서 훈련을 쌓았다.
문: 기술만으로 훌륭한 등산가가 될 수 있는가? 답: 물론 그렇지 않다. 높은 산의 세계는 불안정하며 계속 변화하고 있는 데다가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갑자기 소름 끼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진짜 산악인이라면 이같이 산에서 일어나는 급작스러운 상황변화들을 미리 계산하고 예견하고 점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육감을 개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변화있고 험난한 지역을 자주 장시간 걸어 보는 것이다. 나는 14살 때 샤모니에 오르기 위해 친구 몇 명과 함께 브리앙숑을 향해 떠났다. 우리는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아 찾기 어려운 길을 따라 걷고 작은 고개들을 넘었으며 또 나무 밑에서 잠을 잤다. 그때의 산행을 생각하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좋은 훈련이었던 것 같다.
문: 등산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 자신의 능력에 맞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한 출발하기 전에 등산코스를 알아야 한다. 집에서 지도와 안내서를 보고 사진들을 조사하며 등산코스를 개척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그리고 친구들과 등산 안내자들로부터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 한다. 초보자는 절대로 혼자 등반해서는 안된다. 전문적인 산악 안내인이거나 숙달된 친구거나 간에 동반자를 선택하는 일은 등반코스를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나의 첫 등산동료는 앙리 물랭이라는 산악인으로 내가 15살 때 처음 만났다. 나는 모든 등산인들이 이처럼 훌륭한 등산선배를 만나기를 희망한다. 산과 싸우는 냉혹한 현실을 가르쳐 주는 한편 여러분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문: 산에 오를 때 어떠한 장비를 준비하는가? 답: 튼튼하고 편안한 등산화 한 켤레.얼음을 깨는 하켄과 로프는 하루의 등반을 위한 기본 장비이다. 바위나 얼음에 단단히 매달려야 하는 등산코스에는 피톤, 등산용 아이젠을 준비해야 한다. 나일론 배낭 속에 방한용 자켓, 두건이 달린 판초우의, 나침반, 작은 응급치료 약품통, 보안경, 지도, 성냥, 물통, 예비용 로프와 장갑을 꾸리는 것도 중요하다. 모리스 에르조그와 뤼 라쉬날이 1950년 안나프르나 정상에 다다랐을 때 에르조그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신의 장갑을 잃어 버렸다. 그가 배낭속에 국기 한 장 대신 여벌의 장갑 한 켤레를 넣어 갔다면 자신의 손가락을 절단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문: 등산은 안전할 수 있는가? 답: 등산에서의 안전은 무엇보다도 등산하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맑은가에 달려있다. 노련한 산악안내인들은 "젊은이, 산에 오를 때는 머리를 써야 해요" 라고 내게 말해 주곤 했다. 등산가들은 등반 도중 산에 대한 자신의 지식, 육체와 정신적 힘의 여분, 직면한 어려움, 기상상태, 동료의 능력 등을 끊임없이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등산을 단념하는 것은 때로는 계속 오르는 것보다 더욱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문: 당신은 열 다섯 번이나 선두에서 등반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등반에서 선두를 맡는 것은 언제나 위험한 공로로 찬양 받는가? 답: 나는 언제나 어려움을 좋아 했으나 위험은 싫어 했다. 공로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계속된 어려움을 극복한 것을 의미할 뿐이다. 내가 그랑 조라스 북벽을 지나 워커포인트에 오르기로 결심했을 때 동료들은 그 계획을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워커포인트는 그보다도 7년 앞서 이탈리아인 3명에 의해 단 한번 정복되었을 뿐인데 그들은 등반에 대해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그 후 아무도 그곳을 오르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친구와 나는 첫 등반에 실패한 후 1945년 7월 16일의 재도전에서 워커포인트를 정복한 두번째 등반대가 되었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프랑스인 최초의 중요한 등반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입장에서 볼 때 단순히 무모한 도전은 아니었다. 나는 오랫동안 워커포인트 등반에 대해 생각했으며 수시간 동안 망원경을 통해 그 거대한 화강암벽을 관찰했다. 내가 행한 모험은 계산된 모험이었던 것이다.
문: 오랜 등반경력을 통해 당신은 등반기술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것을 보아 왔다. 오늘날의 등반기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 선구자들의 목적은 산의 정상에 오르는 것이었다. 20여 년 전에 태어난 등산가 세대는 등산 그 자체를 사랑했다. 오늘날 이러한 등산가들은 도로나 바다 위에 걸려있는 화강암 절벽을 오르는데, 단지 그것은 고원 위로 올라가는 것일 뿐이다. 또한 피톤, 아이젠, 카라비나 등을 사용하는 인위적인 등반도 많은 애호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보조기구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새로운 등반 코스들이 오늘날 새롭게 개척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많은 아마추어 등산가들이 사앙하기도 힘든 갖가지 장비를 갖추고 그들에게는 아주 어려운 등반코스에 도전하고 있다. 한편 수많은 고전적인 등반코스들은 등산객들이 수도 없이 박아 놓고 간 피톤으로로 인해 이제는 산위의 산책길이 되어 버렸다. 지난 10여 년 동안 프랑스, 영국, 미국 등지에는 언제나 새로운 어려움을 찾고자 하는 등산가들이 "자유"등산가파 라는 등반 경향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젊은 산악인들은 피톤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체중을 손가락으로 버티면서, 가파르고 미끄러운 암벽이나 지붕의 처마밑 같은 바위 절벽을 타고 올라간다. 나는 그들이 하는 것을 해낼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존경한다. 그러나 그들은 진짜 산악인이 아니다. 그들은 비범한 체육전문가로서 자신들의 신체적 대담성을 암벽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것이다. 한 진정한 산악인은 신체적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하산하는 데에서도 커다란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문: 매년 등반사고에 대한 보도가 급증하면서 언론은 등산을 규제할 것을 권고 하고 있다. 당신은 이에 동의하는가? 답: 안전상의 이유로 등산을 규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슬프고 따분한 안전이란 열정을 억누른다는 말과 같다. 그것은 마치 "살 필요없다"라든지 "잠에서 깨어나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당신 대신 투쟁하는 것이나 지켜 보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우리가 알차게 살면서 나이를 먹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별 볼일 없이 살면서 나이만 먹게 하려고 한다.
문: 많은 사람들에게 등산은 무익하고 불필요한 행위로 보일 뿐이다. 그런데 왜 등산인들은 거기에 목숨까지 거는가? 답: 등산은 가장 자연스럽고 본눙적인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언제나 나무, 벽, 창틀을 올라간다. 어쩌면 등산인은 그와 같은 어릴적 본능을 잃어 버리지 않은 어른들인지 모른다. 등산은 생사를 걸고 덤비는 도착된 유희는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저울질할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스포츠이다. 산은, 곤경과 극기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최후의 영역 가운데 하나이다. 산은 인생의 특수한 학교인 것이다. 등산은 또한 모든 형태의 우정을 북돋아 준다. 언젠가 아름다운 8월 어느 날 아침, 나는 친구 두명과 함께 세르뱅봉을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폭풍이 몰아 쳤다. 정상까지 올랐을 때 나는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내가 들고 있던 피켈과 바위가 천둥소리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세르뱅봉은 완전한 피뢰침이었다. 내가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하산 뿐 이었다. 발밑의 바위는 미끄럽고 천둥은 고막을 찢을 것 같았으며,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눈보라가 휘몰아 쳤지만 우리는 미끄러운 바위를 타고 내려 오면서 우리의 노련함, 침착함, 정확한 행동에서 엄숙한 쾌감 같은 것을 느꼈다. 우리는 어둠 속에 갇혀 경사진 바윗돌 밑으로 대피했다. 밤새도록 불기둥이 우리 주변에서 번득였다. 우리는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새벽 5시경에 하산을 시작했다. 정오가 되어서야 세르뱅봉 기슭에 있는 훼른리 대피소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아주 게걸스럽게 먹었던 따뜻한 스프, 등산용 햄 그리고 그 지방산 술만큼 맛있었던 음식은 없었다. 그 원정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동료와 나를 옭아맨 우정이었다. 우정이 없었다면 등산의 기쁨은 삭막하고 이기적인 것이 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등산의 요점을 설명해야 한다면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겠다. 등산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첫댓글 김승만 등산 위원장님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좋은자료가 되었다니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역쉬.....!!
좋은 정보 감사드리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보람이되네요. 감사합니다.
등산동호회가 카도활성화의 초석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와~ 등산 가야겠네요^^
함산하게되어 기쁘고 감사합니다. 등산동호회 회원모집하니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