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을 살짝 넘어 서울로 가는 문턱에 내설악 피안의 세계 비경을 담고 있는 백담마을이 나왔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발원해 가야동 계곡과 구곡담을 흘어온 맑은 물이 합쳐지는 백담계곡을 따라 마을이 위치해 있어서인지 모두가 ‘백담’이라는 단어로 식당이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처음 이 마을을 찾아온 내게는 생소한 풍경이었지만 그들 나름의 의미가 담겨져 있어서인지 이젠 누구도 낯설지 않은 이름 이라고 했다.
그 중에서도 백담사 입구에 돌아 앉은 ‘백담 황태구이’는 30년 전통을 간직하고 묵묵하게 진한 황태구이의 맛을 지켜내고 있었다.
먼길 찾아왔다며 긴 걸음으로 맞아준 황옥분 사장님.
눈매가 서글서글하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떨어질 것처럼 선하게 생긴 분이었다. 인제에서 태어나 인제를 한번도 벗어나 본적이 없다는 황 사장님. 지난 9월 뜻하지 않게 백담황태구이 집을 하게 되면서 어려움도 숱하게 겪었다고 말했다.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자랑할 것이 뭐 있느냐”며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반찬 맛있게 드시는 모습 보면 도리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인제 용대리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4개월 반복한 누런 황태에 직접 키운 콩이며, 양념들을 듬뿍 듬뿍 얹어내어 다른 집보다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나름대로의 맛을 지켜내고 있어서인지 손님들도 잊지 않고 찾아 주고 있다고 한다.
“내가 직접 먹는다는 생각으로 만들면 잘 만들어지지 않겠어요? 특별한 비법은 없지만 짜지도 맵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입맞에 맞춘 것이 주요한 듯 해요”
“다른 집들에 비해서 반찬 맛이 깔끔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요. 더 맛있게 해야겠다는 생각뿐이고 손님들이 다 드신 빈 그릇을 치울 때 뿌듯함마저 들어요”
이미 백담 마을에서도 입에서 입으로 소문난 집으로 통한다. 백담황태구이를 찾아왔다 맛있게 드신 뒤 입소문을 내주어 제주도, 울릉도 등 찾아오기가 여의치 않음에도 찾아오는 손님들께 사장님이 할수 있는건 맛있는 황태구이를 내어놓는 일 밖에 없다며 웃으신다.
서울에서 3시간, 강릉에서는 이제 1시간 30분이면 여유롭게 인제 백담마을을 찾아갈 수 있다. 교통이 편리해서인지 서울에서 저녁시간 황태구이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저 백담황태구이의 입맛이 생각나 저녁 산책 나오듯 그 먼길 마다 않고 찾아와준 손님이 고마울 뿐이라는 황사장님.
설악산 줄기아래 고즈녁하게 앉아 있는 예쁜 마을 인제, 여름이면 래프팅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과 가을이면 병풍처럼 둘러싸인 설악산 단풍을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백담마을.
“물론 장사는 이익을 남기기 위해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안 남아도 그로 인해서 한분의 손님이라도 더 찾아오시면 우선은 밑질망정 앞으로는 더 큰 이문이 남을 거에요” 그녀의 웃음에서 담백한 음식의 맛이 가식없이 느껴진다.
“양념 아끼면 절대 맛있는 음식이 될 수 없어요. 남들은 황태구이에 콩기름 사용하지만 전 들기름 사용해요. 그러다보니 들기름 한가마 짜면 열흘 먹기가 빠듯해서 남는게 없다며 주방이모가 잔소리 하기도 하지만 손님이 찾아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황사장님의 알 듯 모를듯한 구수한 사투리가 황태구이의 맛에 정감을 더해준다.
‘이집 황태구이는 언제 먹어봐도 맛있어요’ 하고 손님들이 칭찬할때면 “사는 맛이” 난다는 백담 황태구이의 황옥분 사장님.
이번 여름, 백담황태구이의 맛을 찾아 인제 백담사 앞에 위치한 ‘백담황태구이’집으로 떠나 보는 일정도 괜찮은 추억여행의 별미가 될 것 같다.
[이중앙뉴스/박서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