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덟 살 연상의 남자와 결혼했는데 시집에서는 나이도 어리고 간질병까지 있는 저를 극구 반대했지만 남편의 고집을 꺾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남편한테 시집와서 철도 들었고 농사일도 배웠습니다.
한국바람이 불 때 남편은 한국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저는 농사도 지으면서 시아버지의 대소변을 3년동안 받아냈습니다. 저에게는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남을 자신처럼 믿으며 동정심이 너무 많은 것입니다.
오랜 동안 마을에서 부녀주임사업을 하면서 저는 마을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면 돈을 선뜻 선대해주었고 대부금을 맡아서 다른 사람들의 빚을 물어주기도 했지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감사한 마음은 잠깐이었고 아직도 저의 돈을 물어주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남편 없이 아들 둘을 키우는 시누이가 있는데 위장결혼 비용에 7만 5천원을 빌려주었고 또 남편이 자살하고 세 살밖에 안 되는 애를 키우는 친정올케를 살리려고 남편의 동의도 없이 6만5천원을 꿔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펑펑 한국에 잘나가는데 저의 시누이와 올케는 번마다 기각되고 말았습니다. 꾸어준 돈은 받을 길 없는데다 친정아버지가 다리를 상해서 병원에 입원하다 보니 집에 남은 돈마저 다 쓰게 됐습니다.
세상이 불공평하고 사람들이 야속하게만 느껴진 저는 남몰래 안주도 없이 혼자 술을 마시면서 눈물을 흘리는 날들이 많아졌고 몸은 망가져 병이 늘어나고 마음은 더 아프기만 했습니다. 그 무렵 한 친구의 생일에서 만난 한 이혼한 남자와 두 달간의 로맨스도 있었습니다.
6년후 남편이 한국에서 돌아왔을 때 저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남편한테 아들을 낳아주려고 했지만 번마다 실패했습니다. 아내로써 집안살림도 제대로 못했고 이국 땅에서 고생한 남편까지 배반한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았던 저는 남편이 한국에서 돌아온 지 일년 만에 이혼을 했습니다.
요행 한국으로 나갔다 돌아온 시누이를 만났는데 제가 만원만 해결해달라고 했더니 외면하는 것이였습니다. 시누이는 자기는 연길에 집과 차도 사고 아들까지 결혼시키면서도 집까지 팔고 힘들게 살아가는 저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결국 남을 제 자신처럼 믿은 제가 바보로 되였습니다. 이제 저에게 남은 건 온통 후회투성입니다. 저에게 유일한 기쁨은 공부를 잘하여 장학금을 타오는 사랑스러운 딸애입니다. 현재 하숙생들한테 밥도 해주고 옷도 씻어주는 등 잡일을 해서 우리 모녀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제 일년 반만 고생하면 딸애가 대학교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면 저도 조용한 시골에 내려가 친정부모님들을 모시고 그들이 돌아갈 때까지 지켜주고 싶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지 4년만에 남편은 다시 한국에 나갔습니다. 그 후부터 우리 부부는 컴퓨터에서 메신저를 주고받으면서 차차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일년 반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여보,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과실이 많소. 내가 동의해서 꿔준 돈도 있는데 결국 그 돈을 받지 못하자 당신만을 원망하고 애인문제도 그렇소. 비록 당신한테는 말을 안 했지만 나도 여자문제가 깨끗한 건 아니었소. 한국에 온후 당신과 친구처럼 보내면서 속죄하는 마음에서 내 곁을 떠났다는 당신의 본의를 알았을 때 나는 후회하기 시작했소. 당신이 몸도 여의치 않는데 돈은 내가 다시 벌면 되지 않겠소. 난 지난 일들을 다 중천에 날려보내고 당신과 새롭게 시작하고 싶소. 오늘 돈과 화장품을 당신한테 보내오. 당신이 날 받아주길 바라오.”
남편의 이 마음속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한편으로는 남편이 남은 여생이 나마 착한 여자를 만나 잘살았으면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남편을 배신했던 자신이 원망스럽고 지금 신체상황도 많이 나빠져 남편한테 짐만 될 것 같아서 선뜻 대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박선생님의 조언 듣고 싶습니다.
안애란 님께
돈을 갚지 않는 그런 친척들을 질타하기에 앞서 아내로서 남편이 벌어온 돈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여사님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 돈은 결코 하늘에서 떨어진 로또가 아니라 남편이 6년동안 피와 땀으로 벌어온 돈이며 한 가정의 생활을 유지해야 할 경제적 래원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집까지 팔아버린 상황이라고 하니 여사님이 가족들에게 준 피해가 얼마나 큰가를 다시금 뉘우쳐야 합니다.
거기에다 불륜까지 저질렀으니 여사님이 입이 열 개라고 해도 변명할 수 없게 되였습니다. 여사님이 유일한 희망인 딸애한테 남편만큼 사랑을 줄 수 있는 아버지는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여사님은 자신의 과오를 만회하려고 각고의 노력을 했습니다. 지금은 남편과 가정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라도 자신의 과오를 미봉하려면 딸애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며 다시 남편과 재결합하는 것이 가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며 유일한 길입니다. 서로의 아픔을 무마해주고 서로의 부족함을 미봉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부부가 아니겠습니까? 여사님이 남편에 대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책임이 아직도 남아있다면 옳은 선택을 하리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