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는 경북 동남부에 있다. 태백산맥 줄기의 보현산을 중심으로 한 산악지대에 둘러싸여 있다. 동쪽으로는 경주시와 포항시, 서쪽으로는 경산시와 대구광역시, 남쪽으로는 청도군, 북쪽으로는 청송군과 군위군에 맞닿아 있다. 경부고속도로와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철도(대구선·중앙선), 국도(4번·28번·35번)가 지나는 교통 요충지다. 예로부터 땅이 기름지고 수리시설이 발달, 농산물 생산지로 유명하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사업지구(영천첨단부품소재산업지구)인데다 대구와 울산에서 가까워 첨단산업도시로의 변신도 꾀하고 있다.
영천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북쪽으로 보현산(해발 1124m), 서쪽으로 팔공산(해발 1192m), 동쪽으로 운주산(해발 806m), 남쪽으로는 사룡산(해발 685m)이 시 경계를 이룬다.
영천의 진산(鎭山), 보현산 전경
영천을 감싸안는 주산 역할을 하는 것이 보현산이다. 보현산은 영천과 청송, 포항의 경계를 이루며 솟아있는 둔중한 육산이다. 무성한 억새가 산정의 운치를 더한다. 정상에는 우리나라 3대 천문관측소 가운데 하나인 보현산천문대가 있다. 보현산천문대는 국내 최대인 1.8m 광학망원경과 태양플레어 망원경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눈으로 보는 것 보다 1백만배 이상의 관측이 가능하다. 능선의 전망도 장쾌하다. 청소년들의 견학 장소로 인기가 높다. 해발 1000m고지에서 정상까지 데크를 따라 오르는 ‘보현산 하늘길’에서는 동자꽃·은초롱꽃 등 계절마다 피어나는 아름다운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다.
보현산 밤하늘 별빛 따라 영그는 꿈
영천 보현산천문대로 이어지는 ‘보현산 하늘길’
화북면 정각리 보현산 자락에는 보현산천문과학관이 있다. 보현산천문대가 국립 연구기관이어서 평상시 일반인의 체험이 쉽지 않아 영천시가 2009년 관광객들이 쉽게 천문관측체험 등을 할 수 있도록 30억원을 들여 만든 것이다. 원형돔으로 된 주관측실과 슬라이딩돔 형태의 보조관측실, 천체투영실, 시청각실, 전시실 등으로 이뤄졌다. 400㎜ 반사망원경과 12개의 보조망원경, 가상 우주여행체험시설 등을 갖춰 ‘별자리·우주여행체험’을 하려는 어린이와 청소년 등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보현산천문과학관이 있는 정각리는 별빛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해마다 5월에 열리는 ‘보현산 별빛축제’ 때의 별 관측행사를 비롯해 고로쇠 수액 시음, 산나물 채취, 고구마·사과 수확, 도토리 줍기 등의 체험과 자연생태학습 프로그램이 사계절 다양하게 펼쳐진다. 마을 안에는 고려시대 양식의 ‘정각리 3층 석탑’이 있다.
길게 뻗은 숲, 승마와 휴양이 있는 곳
영천 화북면 자천리 도로변에 있는 ‘오리장림(五里長林)’. 도로가 나기 전 ‘오리(2㎞)’에 걸쳐 숲이 이어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천연기념물 제404호다.
보현산 아래 화북면 자천리 화북면사무소 인근 도로변에는 은행나무·왕버들·굴참나무·느티나무·시무나무·회화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404호인 ‘오리장림(五里長林)’이다. 옛날 도로가 나기 전에 자천리 일대 오리(2㎞)에 걸쳐 숲이 이어졌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온갖 나무들이 자태를 뽐내 분재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호젓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여름에는 마을 앞을 흐르는 고현천의 바람과 하늘을 가리는 고목의 그늘이 청량함을 느끼게 한다. 주민들은 봄에 오리장림의 나무 잎이 무성하면 그 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믿고 있다. 인근에는 문화재자료 제452호인 ‘자천교회’가 있다. 100여년 전 지어진 한옥 교회당이다. 개신교 선교 초기의 건축 상황과 교회 건축의 토착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영천댐 쪽 임고면 황강리에는 ‘운주산 승마자연휴양림’이 있다. 산림 휴양과 승마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장과 다목적 구장·물놀이장·산책로·야영장·주말농장 등이 있는 휴양림지구와 실내외 승마장·산악승마로·외승로 등에서 다양한 승마 체험을 할 수 있는 승마체험지구로 이뤄졌다. 영천은 유소년에서부터 대학생·주부·육군제3사관학교·경찰·공무원 등 각 계층별로 시민승마단이 구성돼 있는 ‘말의 고장’이기도 하다. 한국마사회의 제4경마장(영천경마공원)도 2015년 말쯤 들어설 예정이다.
포은 정몽주 선생의 위패를 모신 임고서원
영천댐에서 임고면 양항리로 내려가다 보면 고려의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1337~1392)의 충절을 기리는 임고서원(기념물 제62호)이 나온다. 조선 명종 8년(1553)에 건립됐다. 포은 선생은 어머니의 고향인 임고면 우항리의 부래산 자락에서 태어났으며 임고서원은 포은의 위패를 모신 사액서원이다. 포은 선생 영정과 소장 전적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서원 앞에는 거대한 은행나무(기념물 제63호)가 서있다. 수령이 500년 가량 된 노거수로 높이가 20m, 둘레가 5.95m에 이른다. 정성껏 차린 상이나 정화수를 이 나무 아래에 갖다 놓고 마음을 다해 빌면 득남하거나 병이 낫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팔공산에서도 풍광이 빼어난 치산계곡, 오백 나한도 팔공산 자락에 머물고
치산폭포. 팔공산의 폭포중 가장 낙차가 크고 낙수가 풍부하다.
팔공산은 대구와 칠곡군, 영천시 등 5개 시·군에 걸쳐 있는 명산이다. 팔공산 정상(1192m)과 북쪽 시루봉(714m)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영천 쪽으로 내려가며 수려한 산세와 어우러진 곳이 치산계곡이다. 팔공산에서 가장 풍광이 빼어나다. 천년고찰 수도사(신녕면 치산리)가 있고, 계곡을 따라 오르면 암반을 타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치산폭포를 만날 수 있다. 팔공산의 폭포 중 가장 낙차가 크고 낙수가 풍부하다. 은해사와 그 말사들을 연결하는 산사길도 운치있다.
청통면 치일리 팔공산 동쪽 기슭에는 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가 자리잡고 있다. 거조암을 비롯해 백흥암·운부암·중암암 등 8개의 암자를 거느린 천년고찰이다. 괘불탱화(보물 제1270호), 운부암 청동보살좌상(보물 제514호), 백흥암 극락전(보물 제790호)과 수미단(보물 제486호) 등 천년고찰답게 국보급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국보 제14호인 거조암 영산전에는 526개의 나한상이 모셔져 있다.
수많은 유적과 고택에 스며있는 호국·충절의 기상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선구자인 노계 박인로 선생의 위패를 모신 도계서원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유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품어가 반길 이 없을새 글로 설워하노라’
조선 선조 때 가사문학의 선구자인 노계 박인로(1561~1642)의 ‘조홍시가’(早紅枾歌)다. 노계 선생은 북안면 도천리에서 태어났다. 이 곳에는 선생의 위패를 모신 도계서원이 있다. ‘노계집’ 인쇄를 위한 ‘박노계집판목(유형문화재 제68호)’이 보관돼 있다.
영천에는 유적과 고택·정자도 많다. 시내 창구동에 있는 조양각(유형문화재 제144호)은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영남 3루’로 꼽힌다. 고려 공민왕 때 포은 정몽주 선생과 당시 부사였던 이용, 유림들이 합심하여 건립했다. 포은 선생의 ‘청계석벽’을 비롯해 율곡 이이, 서거정 등 이 고장을 거쳐간 명현·풍류객들의 싯구가 새겨진 80여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보물 제521호인 숭렬당은 조선 세종 때 대마도 정벌에 공을 세운 이순몽 장군(1386~1449)이 살던 집으로 세종 15년(1433)에 중국식으로 지어졌다. 시내 성내동에 있다. 자양면 성곡리에는 의병장 정세아 장군(1535~1612)이 임진왜란 후 고향으로 돌아와 여러 교우와 학문을 강론하던 강호정(유형문화재 제71호)과 조선 인조 때 삼휴 정호신(1605~1649)이 세운 삼휴정(유형문화재 제75호) 등 문화재와 고택이 특히 많다. 1977년 영천댐 공사에 따른 수몰지역의 문화재를 한 곳으로 이전한 것이다.
금호읍 구암리에는 신라 법흥왕 때 축조된 저수지가 있다. 청못(기념물 제152호)이다. 주변에 소나무숲이 울창해 산책하기에도 좋다. 인근 도남동에는 청못의 축조와 수리에 관한 기록이 새겨진 청제비(보물 제517호)가 있다. 신라시대의 수리관개시설과 관직명·인명·사회상·이두 표기 연구 등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최무선과학관. 영천시가 최무선 장군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과학기술정신을 잇기 위해 장군의 고향에 세웠다.
금호읍 원기리에는 ‘최무선 과학관’이 들어서 있다. 고려 말 화약을 만들어 왜구를 무찌른 최무선 장군(1325~1395)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과학기술정신을 잇기 위해 영천시가 그의 고향에 세운 것이다. 이 곳에서는 장군의 생애와 업적은 물론 국내 화기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한약재와 포도, 들녘 문화 향기 그윽한 곳
임진왜란 때 영천에서는 의병들이 일어나 화남면 한천 일대에서 승리를 거뒀다. 한국전쟁 때는 낙동강 방어선을 둘러싸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영천지구와 신녕지구 전투는 나라의 운명을 되살린 전투로 꼽힌다. 육군3사관학교와 국립 영천호국원도 있다. 영천은 ‘호국의 고장’으로도 불린다.
시내 완산동 등에서는 한약 달이는 냄새가 오감을 자극한다. 한약마을과 한약재전시관, 한약유통단지가 조성돼 있다. 영천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약재의 30%를 공급하고 있는 한약재 유통 중심지다. 한약재 거래업소가 150여곳에 이르며 거래 품목도 480여종으로 다양하다. 완산동과 남부동 일대는 한방진흥특구로 지정돼 있다.
영천한약재전시관. 영천은 국내 한약재 유통 중심지다.
한약재 뿐 아니다. 영천은 포도 생산량이 전국의 11%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포도 산지다. 영천와인학교와 포도밭·농가 와이너리를 차례로 들러 포도 및 와인 체험을 하고 주변 관광지도 돌아보는 ‘영천와인투어’는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화산면 가상리 들녘 도로변에는 고풍스런 유럽식 현대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제1종 미술관인 시안미술관이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유명 작가들의 작품 전시는 물론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농촌 들녘에 문화의 향기를 전한다. 시내 교촌동 예술창작스튜디오에는 젊은 미술작가들의 창작 열기가 뜨겁다. 예술창작스튜디오는 영천시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시민들의 문화예술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었다. 입주 작가 개인 릴레이전과 각종 예술 세미나, 시민 문화예술교육 등이 이뤄진다. 영천은 문화 향기도 그윽하다.
자료 협조 영천시청
영천 보현산 정상에 있는 국립 보현산천문대
영천 화북면 자천리에 있는 자천교회. 100여년 전 지어진 한옥 교회당이다.
운주산승마휴양림 승마장
완산동 금강산성에서 본 영천 시가지. 금호강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