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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명졀증후군 있어요 2008.02.04
황금 같은 명절 연휴가 시작 되는군요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법
즐거움 속엔 항상 스트레스가 있기 마련이죠
여자들의 명절 증후군은 익히 매스컴이나 우리 어머니, 아내 등을
통해서 많이들 공감도 하고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남자)가 격는 명정스트레스에 대해서 좀만 말하려고요
일단 가장 먼저 와닿는게 보너스 입니다.
항상 하는 실망이지만 올해도 마찬가지
이놈의 회사는 왜 맨날 명절때만 되면 더 어려워 지는건지 ㅠㅠ
아내가 며칠전에 명절 지출 예산을 짜보더군요.
짠다고 뭐 달라질건 없지만 어쩌겠습니다.
"없을수록 계획있는 지출" 제 아내의 모토 입니다.
잠자리에 들려는 저에게 아내가 말합니다,
"자기야 잠깐 이리 나와서 앉아봐"
와, 이말 남편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말입니다. 죄가 있건 없건
일단 앉아 보라면 사지가 떨려옵니다.
오늘의 안건은 보나마나 보너스 겠죠.
그렇게 살았으면 기대도 안할만 한데.......
이렇게 한바탕 당하고 나면 자연적으로 두번째 고민은 해결 아닌
해결이 납니다.
두번째 고민은 선물 명단이 었죠. 쥐뿔도 없다는데 뭔 선물 돌리겠습니까
제 머리속에 있던 명단에서 엑스표가 줄줄이 그어지고 선물단가도
절반 이하도 뚝 떨어 집니다. 저도 거래처에서 선물이 몇개 들어옵니다.
배,삼푸,참기름 뭐 이런것들요. 이런거 가지고 오면 아내는 포장지에
있는 누구누구가 라고 붙어 있는 스티커 부터 제거 합니다.
재활용을 하는거죠 ㅋㅋ, 그래서 풀로 꼼꼼히 잘 붙인 선물을 제일
싫어합니다. 뜯어내고 나면 자국이 남는다고 ㅎㅎㅎ
받은 선물도 못쓰고 돌고 도니 잠들면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을 위안삼아
잠을 청합니다.
다음으로 귀성길 입니다. 전 제작년까진 귀성이란 말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정말 행복한 놈이 었다는것을 깨달았죠. 외아들이고 부모님도 항상 같이
살던지, 같은 동네에 살고 해서 명절 귀성이란 남에 나라 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집 재건축 관계로 부모님이 2년 예정 지방으로 내려 가시면서
작년부터 귀성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 ㅋㅋㅋㅋ
운전을 극도로 싫어하는 저로써는 굉장한 스트레스 더군요
일단 즐거운 맘으로 출발하죠.
아내도 옆에서 재잘재잘 아이들도 오랜만에 외출(?).
화기애애한 분위기 정확히 30분 가더군요. 초등학생 남매 이넘들도
이제 멀미 안할때도 된거 같은데 둘다 까만 비닐봉지 귀에 걸고 갑니다.
아내도 곧 꿈나라~~~
밤길 운전 그야 말로 고독의 시간이 다가 오더군요. 길이라도 뻥 뚫려 있습니까?
눈은 침침해지고 졸음은 밀려오고 다리도 아파오고. 무아지경에서 운전합니다.
이때 잠에서 부시시 깬 아내
"화장실"
운전할때 남자들이 가장 듣기 싫은 말입니다. 특히 장거리 운전시 남자들
중간에 쉬는거 싫어 합니다. 힘드면 쉬어 가라고 하지만 일단 남자들은 운전대만
잡으면 고고씽 입니다. 여자들이 볼땐 참 단순무식이죠. 남들은 잘 모르지만
전 그렇습니다. 빨랑 목적지에 가서 다리 쭉 펴고 눕고 싶단 생각밖에 없습니다.
돌아오는 귀경길 이건뭐 두말 하면 잔소리죠. 한도 끝도 없는 귀경행렬을 보면
정말 혀 깨물고 죽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날개 달린 차는 언제 상용화 될려나
불도저로 확 밀어 버리면서 갈까, 하여간 별 생각 다 합니다.
자 그러고 처가집 전라도 광주......
그냥 욕먹고 맙니다. ㅋㅋㅋ
아내도 이젠 결혼 12년 차다 보니 자기가 먼전 귀찮다고 안 갈려고 합니다.
딸자식 키워봤자라니까 ㅎㅎ (농담)
"다음 명절에는 처가집 가자" 란 말로 위로를 하죠.
제 아내 "어유 인간아!!" 란 표정으로 절 쳐다보면서 그냥 속아 줍니다.
그리고 서울 와서도 쉬지는 못하죠 여기저기 소소한 곳 인사 드리러 다니면
연휴 마지막 날 밤이 오고 엄습해오는 짜증과 허탈함이 오겠죠 ㅠㅠ
오늘 신문에 요번 연휴 해외여행 20만 이라는데 어휴~~~~`
언제 저런 시절 오려나
여보, 얘들아 올해도 미안하다.
이런 저런 스트레스가 있어도 서로 서로 이해 하면서 즐거운 설 보내야 겠죠.
여러분도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참 우리 회사 40먹는 노총각 직원은 연휴동안 나와서 일하게 해달하는데요
피씨방에서 숨어 있느니 차라리 일하겠다는데,,,ㅎㅎㅎ
이빨(?)로 반장된 아들녀석 2008.02.15
아들놈 3학년때 일이었습니다.
아들놈을 앉혀 놓고 제가 한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아들아 아빠가 학교 다닐때 한번도 반장을 못해봐서 그런데
너가 대신 아빠의 한을 풀어줄수 있겟냐?"
옆에 있던 아내가 펄펄 뛰며 1학기땐 돈 들어가서 안된다며 할려면
2학기때나 하라고 하더군요. 역시 울 마누라 답군...
그래서 그렇게 잊고 몇개월이 지나고 아들놈이 2학기가 시작 되면서 반장에
도전 하겠다고 출사표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막상 이녀석이 출사표를 내미니 뭐 내세울만 한게 없더군요
공부도 그닥.... 생김새도 그닥... 리더쉽 영 제로
단지 한가지 된다면 속된 표현으로 이빨이 좀 ㅎㅎㅎ
가끔 제가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면 이녀석 학교에서 애들 모아 놓고
얘기 해주나 보더군요. 학교 다닐때 왜 웃긴 얘기 잘하는 애들 있잖아요.
그래서 반장 입후보 연설할때 남들처럼 판에 박힌 얘기 하지 말고 웃긴 얘기나
하나 해주라고 했죠
아들놈이 할 얘기는 바로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대충 얘기를 해줬죠
옛날옛날로 시작해서 귀한 아들이 태어나서 이름을 길게 지으면 오랜 산 다는
점쟁이 말을 듣고 이름을 너무 길게 지어 나중에 뭐 물에 빠졌는데 서로 서로
아이의 긴 이름만 부르다가 결국 아들이 물에 빠져 죽고 말았는 이야기.
이 얘기의 포인트가 바로 이 긴 이름의 반복이죠.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석 치치카푸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푸리카 무두셀라 구름미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이름이 정확하지는 않고요 저도 뭐 어렸을때 들은걸 대충 기억하고 있는 거니까요
이름이 문서화 되있는것도 아니고(ㅋㅋ)
하루간에 걸쳐 아들 녀석이 외우더군요
전 웃긴 얘기만 하고 끝내면 좀 가벼워 보이니까 얘들이 웃으면 "이렇게 항상
밝고 명랑한 반으로 이끌겠습니다." 하고 끝맺음을 하라고 했죠.
다음날 대견하게도 반장이 됐더군요(요즘은 회장이라고 하더군요)
"애들 반응은 좋더냐?"
"물론 대박 ㅎㅎㅎ"
"몇표나 얻었냐?"
"26표"
"너희반 몇명이냐?"
"32명"
완전 몰표 수준이었습니다. 배삼용,구봉서 시절의 코미디가 지금도 통하다니
참 명품 코메디는 세대가 없더군요
그런데 이녀석이 마지막 맨트는 안했답니다. 밝고 명랑한 반 만들겠다는
"그럼 마지막에 뭐라 그랬냐?"
"음.. 저를 반장으로 뽑아주신다면 이 얘기의 주인공 이름이 몇 글자인줄
가르쳐 주겠습니다"
켁!! 애들도 무지 궁금했나 봅니다. 이 녀석에게 몰표를 줄만큼 ㅋㅋㅋ
철없는 아빠와 아들 2008.02.25
일요일날 5학년이 된 아들녀석과 함께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케이블에서 쑈 프로가 하더군요
" 쟤네 누구냐?"
"빅뱅"
아 쟤네들이 빙뱅이구나 했죠
"몇명이냐?"
"음. 다섯명인가.."
갑자기 아들놈 하고 장난이 치고 싶더군요
"야 우리 그릅 몇명인가 알아 맞추기 하자. 꿀밤 때리기"
"음.....그래"
아들놈이 먼저 문제를 내더군요
"클래지콰이?"
얼레 이녀석 생각보다 수준이 좀 높네 했죠
얼마전 티비에서 본 기억이 나서
"3명"
"아빠가 낸다. 음... 소녀시대?"
아들놈이 썩소를 날리며
"9명 넘 쉬워"
"FT아일랜드?"
아 우리 딸이 좋아하는 애들인데 전 살짝 방에 잇는 딸아이에게 눈짓을 했죠
딸아이가 손가락 다섯개를 펼쳐 보이더군요
"5명"
아들녀석이 다시 한번 썩소를 날리며
"송이 가만 있어라, 아빠 커닝 반칙" 하면서
느닷없이 주먹으로 꿀밤을 먹이더군요
어 이거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은근히 화도 나고 해서
"육각수?"
저도 왜 육각수가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죠
"2명"
얼레 생각지도 못한 정답에 전 어이가 없더군요
"너가 어떻게 육각수를 알어?"
"얼마전에 도전 1000곡에 나왔어"
이런.... 이런....
"아빠 쉬운거 내줄께 슈즈?"
전 자신있게 대답했죠
"12명"
다시 한번 주먹이 날아 오더군요
전 분명 12명으로 알고 있는데 13명이라네요 물론 아들놈이 정확하겠지만
언제 1명이 늘어난 거야......
결국 전 약이 올라 한마디 했습니다.
"현철과 벌떼들?"
".............."
전 썩소를 날리면 힘껏 한대 패주고 그만 하자고 했습니다. ㅎㅎㅎㅎ
근데 현철과 벌떼들 몇명이죠? ㅋㅋㅋㅋ
3대가 사는 우리집의 먹이사슬 2008.02.26
요즘 저희집이 사정이 생겨서 3대가 모여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 그리고 저희부부,그리고 아들,딸
작은집에서 6명이 모여 살다 보니 나름대로의 먹이사슬(?)이 생기더군요
세랭게티 초원에만 있는줄 알았던
먼저 아들 초딩5학년 거두절미하고 6대독자 입니다. 그야말로 집안에 무서운거
없는 안하무인 이죠.
하지만 이 녀석에게도 천적이 있습니다. 바로 접니다.
이녀석이 6대독자라면 저도 나름 5대 독자 입니다. 낼모레가 마흔인데 한마디로
철이 없습니다. 아들의 안하무인이 저한테는 안통하죠. 같은 초딩 수준이니까요.
저도 문서상 이집안에 세대주 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넘을수 없는 벽이 있죠
바로 저희 아버지, 이분도 말안해도 아시겠지만 4대 독자 십니다.
평소에는 조용하시던분이 약주만 드셨다하면 수다맨으로 돌변하십니다.
그리고 나이가 드실수록 고집 또한 더 완고해 지시더군요
하지만 이런 분에게 맞설수 있는 다트호스가 있었으니 바로 제 아내입니다.
아내도 이젠 결혼13년차 그리고 얼마전 부터 직장도 다니다 보니까
파워가 세지더 군요.
집안에서 아버지에게 말대꾸를 할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죠. 사실 저나 어머님은
뒤에서 부추기는 편이죠. 어머니는 속이 시원하다며 며느리 뒤에서 역성을 드십니다.
하지만 이런 아내도 역시 시어머니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더군요
그렇습니다. 우리 집 먹이사슬에 가장 정점은 역시 어머니 였습니다.
but, 그러나 어머니에게도 어쩔수 없는 한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집의 막내 딸아이 입니다.
평소 말없이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아이인데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는
애교 작렬합니다. 지 나름의 생존 방법을 터득한거죠
이렇게 우리집은 먹고 먹히는 세랭게티 초원과 같습니다.
내년 6월까지 일시적인 동거에 들어간 3대가 사는 우리집은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ㅎㅎㅎ
어설픈 아내의 거짓말 2008.03.03
얼마전 부터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가 첫 월급을 타면 뭐 부터 할까? 하는
궁금증을 내심 가지고 있었습니다.
짐작대로 아내는 아들 보약부터 챙기더군요 ㅎㅎㅎ
하긴 지금까지 변변한 보약 한번 못 해줬던게 내심 걸렸나 봅니다.
전화상으로 뭘 살건진 저하고 의논을 하고 "김관장에서 나오는 똘이장군"
(정식명칭을 좀 바꿨습니다 ㅋㅋ)이란 홍삼 액기스 제품을 선택했다고 해서
알아서 하라고 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가보니 아들놈 책상위에 똘이장군 박스가 놓여 있더군요
그리고 벌써 한봉을 먹었는지 빈봉지 하나가 놓여 있고 좀 떨어진 곳에
"바이탈홍삼" 뭐 어쩌고 하는 박스가 한개 더 있더군요
그 박스를 들고 이리저리 보니 위에 조그맣게 "증정품" 이란 스티커가 붙어 있더군요
비싼 제품이다 보니 증점품으로 하나 받았나 했죠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야 우리 아들 엄마가 돈 버니까 홍삼까지 먹고 좋겠다 아빠도 홍삼 좋아하는데...."
하면서 농을 걸었죠
그랬더니 아내가 슬쩍 방으로 들어가더니 박스 하나를 가지고 나오면서
"이건 당신꺼"
하면서 박스 하나를 내밀더 군요
아까 봤던 그 "바이탈홍삼" 어쩌고 하는 그 증정품 .......
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니 뭐 내꺼 까지 사왔어 비쌀텐데......"
"뭐 그렇게 비싼건 아니고.... 음..... 그냥 당신 서운할까봐 당신꺼도 하나 사왔어....."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오더군요
거짓말 잘 못하는 아내가 내 눈을 못쳐다 보고 먼산을 보면서 삐죽삐죽 거리면서
얘기 하는 모습도 다 보이더 군요
그래서 전 박스를 여는척 하면서 자그맣게 붙어 있는 "증정품" 이란 스티커를
떼서 아내 손등에 살포시 붙여 주었습니다.
손등위에 스티커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아내가 그제서야 배시시 웃으면서
'어머 이런게 붙어 있었네...."
항상 하는 일이 좀 어설픈 아내
"설픈아 담 부턴 좀 확실히 속여라 어!!!"
와이프랑 모텔에 간다구? 2008.03.11
친구와 오랜만에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긴 와이프와 가끔 모텔에
간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집 놔두고 왠 모텔이냐?"
"넌 밥만 먹고 사냐 가끔 바람좀 쐴겸 색다른 분위기 연출이지 임마"
"넋빠짐놈..."
2-3달전 친구와의 전화 내용이 었습니다.
그리고 전 저번주에 그 넋빠진 놈이 됐습니다.
얼마전부터 시작된 부모님과의 동거 생활. 그리고 나날이 눈치 빤해지는
초딩 남매. 이런 중압감(?)에서 일탈을 생각했죠 ㅎㅎ
하루밤을 자고 오자니 너무 속보이는 행동 같고 해서 일요일 낮을 선택
했습니다.
첨엔 어이 없어 하던 아내도 갑작스런 외출과 봄 햇살에 수줍은 미소를
짓더군요. 물론 부모님에게는 친구부부와의 점심약속,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점심약속 같이 가자는 말과 함께 아빠차 타고 한시간 걸린 다는 엄포도
잊지않았죠 아이들이 멀미를 심하게 하는지라 제 의도대로 집에 있겠다는
반가운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ㅎㅎ
친구가 추천해준 모텔에 도착한 시간이 일요일 낯 12시
참 죄지은것도 없는데 왠지 숙스럽더군요. 차를 주차하고 후문으로
들었갔습니다.
그리고 카운터에 쭈볏쭈볏
"방 있어요?"
라는 말과 동시에 너무나도 일사 천리로
"숏타임이시죠"
하며 무언가를 제 손에 쥐어주는데 정말 2초도 안되는 순간에 어느새
제 손엔 304호라고 적힌 키와 과자 몇개와 일회용품이 담긴 바구니
하나가 쥐어줘 있더군요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내와 눈이 마주치고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내가 내가 들고 있는 바구니를 쳐다보며
"애들도 아닌데 왠 과자를 주고 있어?"
"낸들 아냐 왠 과자 ㅎㅎ" (그런데 저희 그 과자 다 먹었습니다. ㅋㅋ)
여관세대인 저희로써는 요즘 모텔 정말 좋더군요. 애들말로 "좀짱인듯"
3-4 시간 정도의 색다른 데이트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왠지 식구들 얼굴이
밟혀서 마트에 들러 식구들 좋아하는 초밥까지 사들고 우리 부부는 발그스래한
얼굴로 집에 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슬쩍 물어보더군요
"언제 또가?"
"맛들렸냐?" ㅎㅎ
매주 나갈수 있는 핑계거리만 만들수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그런데 문득 생각이 나더군요
아내에게 속삭였습니다.
"우리 교회 다닌다 그럴까?"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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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뻘쭘한 얘기 읽어주시고 흐뭇하게 받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날의 기억 한가지가 계속 머리에 남네요
빗살창문 사이로 들어온 3월의 햇살...
가장 편안한 아내와 같이 봄햇살을 본지가 언제였나 싶었습니다.
고단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았다는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요번 주말 봄햇살 나들이 한번 계획들 해보세요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
아내에게 선물하고 삐졌다 2008.03.20
언제부턴가 화이트데이 사탕 선물이 딸아이 사탕 사는 김에
아내꺼도 사다주는 식의 의례적인 행사가 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의례적인 행동에 아내의 제동이 들어오더군요
"이런 상투적인거 말고 선물하나 해줘라, 귀걸이 선물"
아내가 이젠 살만큼 살았다고(?) 대 놓고 선물 얘기를 합니다.ㅎㅎ
"여자는 선물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남편의 성의를 바라는 거야"
전 이말을 너무 순수하게 받아 들였나 봅니다.
아내몰래 인터넷으로 악세사리 쇼핑을 시작했죠. 가격대별로 잘 나와 있더군요
5만원짜리 이하를 검색하다. 뭐 히트상품이라고 돼 있는 "1만2천9백원"
하는 귀걸이 하나를 골랐습니다.
물론 돈도 없었지만 가격이 아니라 성의란 말을 되새겼죠
월요일에 물건이 도착하고 전 기쁜 맘으로 핸드폰으로 찍어서 아내에게
전송을 했죠
"자기야 진짜 샀구나, 어머 넘 이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란 문자가 오더군요, 전 내심 흐뭇해하며 또한 저의 탁월한 안목을 뿌듯해
하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들어가자 마자 아내는 제 턱밑에 두손을 모아가며 채근을 하더군요
전 주머니에서 종이 포장을 꺼내밀었죠.
딱 여기까지가 저의 행복이 었습니다.
"케이스가 없네에....."
케이스? 뭔소리지....
아내는 선물을 꺼내 들곤 이리저리 고개를 까웃거리 더군요
"이거 아까 핸드폰으로 전송한 물건 맞아?, 보석이 안 박혔네..."
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저에게 보여 주더군요
"앵"
아내의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은 분명 제가 보낸게 맞는데 빛의 반사
때문인지 정말 링 테두리에 열댓개의 보석이 박혀 있는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사진이더군요.
그리고 아내는 심드렁한 표정이 었지만 고맙다는 말은 잊지 않고 귀에
차더군요
그리고 몇분이 흐르고 아내가 새초롬한 표정으로 절 부르더군요
"이거 도금은 맞습니까?"
존대말이 나오면 뭔가 있다는 동물적인 감각에 전 방어 태세에 들어갔습니다.
"....글쎄 맞겠지"
"찬지 10분도 안되서 나 귀에 덧 났습니다. 가서 연고 좀 가져오세요"
"이런...."
약을 바르며 아내가 묻더군요
"얼마짜리야? 한 5만원?"
"...."
"음 그럼 내가 객관식으로 맞혀볼까?"
하며 아내가 스스로 문제를 내더군요
"1번 14900, 2번 12900, 3번 9900, 4번 5000원 배송료 별도, 몇번이야?"
전 속으로
정말 악 소리가 나더군요 보기 2번 100원 오차도 없이 맞춰 버리네 ㅋㅋㅋ
전 묵비권을 행사하며 방을 빠져 나왔습니다.
전 식탁에 놓여있는 아버지가 먹다 남긴 소주를 한모금 했습니다.
아들놈이 따라 나오며 한마디 하더군요
"아빠 싸구려 사와서 엄마 속이다 걸렸어?"
"이런..."
그래서 전 아들 어깨를 잡고 말했습니다.
"아들아 너 커서 여자가 뭐 사달라며 성의가 어쩌고 저쩌고하면
그냥 몇달 점심 라면으로 때우더라도 질러라 알았지 질러"
이글 아내가 볼텐데
"그래 정답 2번이다. 됐냐 ㅎㅎㅎㅎ"
3개 언어를 쓰는 우리집 2008.03.26
저희 집은 3개 언어가 난무합니다.
저희 부모님 경상도 어르신들이라 오리지날 경상도 사투리를 쓰십니다.
그리고 제 아내 전라도 섬 출신이고 고등학교때까지 목포에서 자라서
애써 표준말을 구사하지만 억양자체에서 부터 전라도 사투리가 묻어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 단어들은 아직도 전라도 사투리가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제 아들,딸 초딩남매 입니다. 초딩 언어를 구사하죠
이 모든 언어를 중간에서 정리해주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전 서울에서 자라서 나름 표준어를 구사합니다. 그리고 경상도 사투리는 워낙
듣고 자란게 있어서 99% 알아는 듣습니다. 전라도 사투리도 처갓집이나 아내를
통해서 많이 들었고 제 친구들도 전라도 출신이 많아서 익숙합니다.
그리고 초딩 언어도 인터넷을 통하던 아이들을 통해서 대충 뜻은 압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 집안에 자연스럽게 제가 통역을 맡아합니다.
평일에는 서로가 바쁘고 다 같이 모일수 있는 시간이 일요일 아침일 경우가
많습니다.
일요일 아침식사 할때 이 3개 언어가 다 나옵니다.
어머니 : 헝우야(아들이름 형우) 낮씻고 잇몸칬나?
아들 : ?
나 : 세수하고 양치 했냐고
아들 : 아 당근 했죠
어머니 : ?
나 : 했데요
딸 : 아빠 나 밥 먹고 컴 해도 되죠?
아버님 : 뭐한다 카노?
나 : 아, 컴퓨터 한데요
아버님 : 송이야, 자꾸 그란거 디다보고 있으면 눈 배린데이
딸 : 네?
나 : 컴퓨터 오래한면 눈 나빠진다고
아내 : 어머니 싱건지 내 드릴까요?
어머니 : 뭐?
나 : 동치미요
어머니 : 치아라
아내 : 네?
나 : 됐데
어머니 : 헝우야 짐 무그라
아들 : 짐이 아니라 김이요
어머니 : 그래 짐
아들 : 김~~~ 이요
어머니 : ... 짐 ~~~~
옆에 계시던 아버지 웃으시면서 쓰러지십니다.
아내 : 아버님 그렇게 오저요?
아버님 : ....
나 : 그렇게 웃기고 좋으시냐고요
아버님 : 하므
아내 : ....
나 : 좋으시데
전 답답해서 한마디 합니다
" 나 없을땐 대체 대화를 어떻게 하는거야? "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 당신이나 답답하지 우린 나름대로 좀 늦어서 그렇지
다 알아들어, 당신이 오버해서 통역하는거야 "
나만 답답한거였구나....ㅎㅎ
마트 쇼핑중 남자들의 이런저런 생각 ㅎㅎ 2008.04.01
퇴근길에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언제 퇴근하삼?"
낼모레면 나이가 40인 아내가 하삼체로 문자를 보낼때는 이유가 있다
1. 마트 가야할 일이 있을때
2. 밥을 안했거나 반찬이 없을때
3. 술한잔 걸쳤을때
전화를 했다.
빨리 퇴근해서 초저녁부터 아버지와 막걸리 한잔하고 한숨자고 일어
났더니 쌀이 떨어져서 밥도 못하고 마트에 가서 장좀 보잔다
1.2.3번이 다 걸렸다. 장하다
예전에 신문기사를 통해선가 이런말을 들은적이 있다.
전투기 조종사가 출격하때의 스트레스 보다 남자가 마트쇼핑하는
스트레가가 더 높다고, 그냥 가십적인 기사인지는 모르지만 난 동감
한다.
홍조를 띤 아내를 모시고 마트에 도착해서 우린 일사분란한 행동으로
각자의 맡은 물량을 향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내가 마트에 도착해서 30분이 지나면 경련을 일으킨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내는 동선까지 체크하며 쪽지를 들고 쇼핑에 임한다.
내가 맡은 물품은 우유, 화장지, 쌀...
우유코너에서 도착하면 많은 유혹들이 있다. 큰용기에 덤으로 200미리
짜리를 붙여놨다. 십중팔구 유통기간이 짧은 것들이다. 몇번 아내에게
핀잔을 들은 적이 있어서 가장 긴 유통기간을 골랐다.
화장지 코너에 도착하면 참 머리가 묵직해진다.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화장지를 보면 대충 봐도 한 30여가지의 종류와 각기 10원단위까지 틀린
가격들 그리고 갯수들. 안 돌아가는 머리 굴려 가면서 단가를 계산한다.
거기다 중량까지 계산에 넣어야한다. 미적분 같다.
쌀코너에 도착했다. 여기도 단가 계산에 들어간다. 언제부턴가 20키로
포장에서 18키로 포장이 등장했다. 몇번 속았다.
계산대에 도착하니 아내가 먼저 왔있다. 벌건 얼굴에 브이자 까지 그리며
먼저 왔다는 유세를 하고 있다.
계산대에 물품을 올려 놓으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아내의 스킬이 있다.
"계산하고 있어 금방 뭐 하나만 더 사올게"
계산을 다 끝내고 싸인을 하고 있으면 그때서야 로션 하나를 들고
"여기 추가요"를 외친다. 이미 늦었다. 줄서서 현금 계산한다.
집에 도착하고 주차를 하면 아내는 화장지 하나를 들고 줄행랑을 친다.
그리고 곧 한무리의 식구들이 내려온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각자 자기 물건만 챙겨서 올라가도 남은건 쌀한포대만 남는다.
이때 만큼은 식구 많은게 참 좋다. 쌀을 짊어 지면서 18키로의 고마움은
느낀다.
난 작은 소망이 하나있다. 나중에 큰집을 사면 난 방한개에 쌀,화장지,
생활용품을 잔득 사다 놀거다. 6개월에 한번씩만 마트 갈수있게...
그럼 4-50평대는 되야되나
휴~~~ 그냥 자주 다녀야 겠다. ㅎ
맞고 들어온 아들, 아빠의 복수 2008.04.03
며칠전 동네에 아는 형님과형수님 하고 좋은 술자리를 하고
있는데 저희 아들이 얼마전 하교길에 싸움을 했다는 소릴 듣게
됍습니다.
형수님 말로는 둘이 치고 받고 길바닥에서 뒹굴기 까지 해서
형수님 아들이 뜯어 말렸다고 하더군요
저희 부부는 전혀 모랐던 일이었죠. 저희가 모르고 지나칠 정도
였으니 크게 외상이 있다거나 한건 아닌가 봅니다.
걱정이 좀 되었지만, 한편으론 마냥 어리게만 봤던 아들놈이
남자라고 싸움도 하고 다닌다니, 아빠 입장에서 좀 대견(?)한
생각도 없지 않더군요
"뭐 싸우면서 크는 거죠" 하면서 전 웃어 넘겼습니다.
그런데 문득 누구하고 싸웠는지는 알아야 할것 같아서 형수님
한테 물어 봤습니다.
"저기 슈퍼집 아들"
슈퍼집아들... 슈퍼집, 슈퍼집
전 순간 술이 확 깨더군요
슈퍼집 아들이라면 우리 아들과 같은 학년이지만 아들보다
머리 두개는 차이나는 흔히 말하는 "학교짱" 입니다.
그렇다면 말만 싸움이지 뭐 안봐도 일방적인 싸움이 뻔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더 물어보니 하교길에 슈퍼집 아들이 놀려서 아들이
먼저 주먹을 날렸답니다.
선빵이라, 싸움엔 선빵이 중요하지만 이녀석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상대를 봐가면서 선빵을 날려야지...
그리고 하루 이틀이 지나서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한번 물어 봤더니
아무렇지도 않은듯 순순히 얘기를 해주더군요
"너가 먼저 때렸다며? 왜 그랬냐?"
"자꾸 장난을 쳐서 난 장난치기 싫은데, 아빠가 누가 자꾸 괴롭히면
눈 딱 감고 한대 치라며, 그럼 다음부터 안 괴롭힌다고"
언젠가 그런말을 아들한테 한 기억이 어렴풋이 나더군요
"그래서 이젠 안 괴롭히냐?"
"서로 화해했어, 그런데 아직 말을 잘 안해, 하기도 싫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나름 어려운 일이었고 고민도 있었을
텐데 스스로 알아서 잘 해결했다니, 이젠 다 키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많이 맞았냐?" 전 웃으면서 넌지시 물었죠
아들녀석 창밖을 한번 쳐다보더니 나즈막한 목소리로
"애들이 빨리 말려서 그렇게 심하게는..."
하며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방으로 들어가는 6대 독자 아들의 앙상한
어깨를 보며 전 결심했습니다. 복수를 해야 겠다고
저녁상 앞에서 전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손자가 맞고 들어왔답니다."
"너도 맞고 댕기더니 야도 맞고 댕기나? 괜찮다 그러면서 크는거지"
아버지는 흘려 들으시더군요
"슈퍼집 아들한테요"
순간 아버지도 인상이 굳으시더군요, 아버지도 그녀석 명성은 익히
아는바.
"아버지 가만 있으면 안되겠죠?"
"....."
"저 그집에서 담배 안살 겁니다."
아버지도 얼굴이 붉어 지시면서
"나도 그집에서 막걸리 안살란다"
우리 두 부자는 굳은 복수를 다짐 했습니다.
아들도 한마디 거들더군요
"난 원래 그 슈퍼 안갔어요"
이로써 우리 세부자 복수에 합의 했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더 아내가 한마디 하더군요
"그게 다야?"
"."
".."
"..."
뭐 어쩌겠습니까 우리 세부자가 할수 있는 최선 입니다.
한가지 걱정은 있네요 우리 세부자의 이런 복수를 슈퍼집에서 알아줘야
되는데...
우리집 12년 친구들 2008.04.10
저녁에 냉장고 문을 여는데 손잡이가 뚝 하고 힘없이 빠져 버렸습니다.
탱크 마크가 선명한 12년된 냉장고 세월 앞에서는 이름값도 맥을 못추는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집에는 12년된 물건들이 참 많더군요.
버튼이 망가져서 리모컨이 없으면 작동이 안되는 텔레비젼, 구멍 4개 중에
두개는 화력이 시원찮은 가스렌지, 그래도 나름 선전하는 전자렌지, 그리고
안방 장롱, 장식장, 화장대.....
하긴 제가 결혼 13년차 올 10월이면 이제 만으로 12년을 살았으니, 아내 혼수품
들이 이젠 다들 S.O.S를 치고 있네요
아들하고 딸에게 이 얘기를 해주면서
"너희들 이제 학교 갔다오면 할아버지, 할머니 한테만 인사하지 말고 이 물건들
한테도 인사해라 다 너희들 보다 어른들이다 ㅎㅎㅎ"
그러고 보니 아들녀석도 12년 됐군요
"아들아 너하고 동갑내기가 주차장에 있다. 97년 12월식 우리 애마, 너가 97년 11월
생이니까 너하고 한달 차이나는 동기다. 친구 먹어라 ㅎㅎ"
딸아이가 자기 친구도 물어보더군요
"아마 거실에 있는 쇼파가 너 친굴거다 . 10살 동갑일거다"
옆에 있던 아내가 자긴 변한게 없다네요. 얼굴이며 몸무게 등등
웃음이 나왔습니다. 얼굴은 둘째치고 몸무게는 제가 너무 현실에 와닿거든요
저는 결혼 12년 동안 밤에 아내가 깊은 잠에 빠지면 몹쓸짓을 해왔습니다.
제 아내 잠버릇이 달라 붙는거거든요. 전 그게 싫어서 아내가 깊이 잠이 들면
밀어 버렸습니다. 신혼초에는 휙하고 밀면 정말 안쓰러울 정도로 두바퀴 반을
굴러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얼마전까지는 반 바퀴는 구르더니 이젠 굴리는건
둘째치고 몸에 굴곡이 없어서 손을 집어 넣을 때가 마땅치 않어 그냥 제가
건너편으로 옮겨서 잠듭니다.
이런 얘길 해줬더니 아내는 내 몸무게가 아니라 제가 점점 힘이 딸려서 그런
다네요. 그말도 맞는 말 같습니다. ㅎㅎ
우리집 12년된 친구들 내년 새집 들어갈때 까지 1년씩만 더 고생하자
텔레비젼 화면이 점점 줄어 들고 있는데 얼마나 버틸까요 ㅠㅠ
친구같은 아내 2008.04.15
요즘 저는 아내와 밤에 운동을 나갑니다.
운동이라고 해서 거창한건 아니고 산책 정도가 맞겠네요.
날씨도 좋고 집에 있으면 드라마에 자꾸 빠지게 되고 해서
나가기 시작한게 요즘은 산책하는 시간이 기다려 지기도 하고
어쩔때는 술 약속도 피하고 산책을 택합니다.
안양천을 따라 나 있는 산책로를 걷다보면 하루종일 결렸던
어깨도 풀어지는거 같고, 정신까지 맑아 집니다.
그리고 가끔 산책로 끝자락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잔 막걸리
한잔도 제가 산책에 끌리는 이유중에 하나죠 ㅎㅎ
아내는 파워워킹(?)를 합니다. 주먹쥔 손을 머리까지 휘저으며
좀 남사스러운 걸음걸이로 걷습니다. 저도 첨엔 쑥스러워 하다
요즘을 곧잘 따라 합니다. 대부분의 아줌마들 다들 그렇게 걷고
있더군요
이런 저의 요즘 밤생활에 회사 후배 총각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그냥 하시던데로 술이나 드세요 얼마나 오래 사실려고"
"금실도 좋네요 같이 운동도하고"
"매일 보는 사람하고 뭔 밤에 까지 같이 다녀요?"
저는 이런 말을 하는 총각들을 비웃으며 한마디하죠
"자식들 10여년 살아바라 마누라로 안보이고 그냥 친구로 보인다"
그러자 다같이 저에게 야유를 보내더군요
제가 한말이지만 친구란 표현이 참 맘에 들어서 속으로 혼자
되새겨 보며 흐뭇해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산책길에 이말을 아내에게 해주었습니다.
"마누라 이렇게 오래 살다보니 산책길에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오래된
친구 처럼 느겨지네"
전 속으로 와!! 오늘 맨트 죽였다, 하며 열심히 팔을 휘젓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쳐다 봤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맨트는
"그래서 이젠 마누라가 아니라 친구같이 생각되서 갈수록 잠자리를
멀리하세요?"
.
.
.
.
가끔 느끼지만 이 여자 참 예리하다....
(산책이 아니라 운동을 해야 되겠죠)
아빠의 3가지 소원 2008.04.21
저는 5학년 아들과 3학년 딸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각각 3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공통된 소원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뤘습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일요일날 쇼파에 누워 제 배위에 아이를 올려 놓고
낮잠을 자는거 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참 소박한 소원 같이 보이시죠. 저도 첨엔 간단히 이뤄질지
알았습니다.
일단 애는 나왔는데 아뿔사 쇼파가 없었습니다. 침대에서 하면 되지 않겠냐
하시겠지만, 전 쇼파에서 꼭 하고 싶었습니다.
전 담배를 끊겠다는 약속을 하고 쇼파를 사자고 졸랐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쇼파가 아니라 쇼파 놀 공간이 저희 신혼집에는 없었죠.
그렇게 전 좌절을 하고 암울한(?) 시절을 보내고, 둘째딸 아이가 태어나고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어영부영 거실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고 전 득달같이
쇼파를 구입하고 딸아이를 배에 얹고 오지도 않는 낮잠을 몇주 청했습니다.
한심하게 쳐다보는 아내의 눈길은 저에게 큰 장애물이 되지 못했습니다.
전 나름 행복 했으니까요.
두번째 아들에게 원하는 소원. 결론부터 말하면 어제 그 소원을 이뤘습니다.
아들과 야구장 같이 가는거 였습니다. 전 아들이 걷기 시작하기 무섭게 야구용품을
사왔습니다. 클러브, 방망이, 야구공, 보호대.. 물론 제꺼까지 셋트로..
그러나 뜻대로 안되는게 자식이라고, 커가면서 전혀 운동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저도 하는건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구경이라도 같이 가자고 졸랐지만 별 관심도
안보이더군요. 더구나 제가 응원하는 팀이 지방팀이라 원정 스케줄 맞추기도 힘들고
해서 몇년을 벼르기만 하고 있다가, 저번주 집에서 가까운 목동구장으로 원정을
온다는 소식에 전 한주내내 설래였습니다. 더구나 8년만에 가을시즌도 한번 해보자고
용을 쓰고 있는 팀이거든요 ㅎㅎ. 요즘 성적도 좋죠.
일주일 동안 협박도 해보고 달래도 보고 했지만 안됐는데 30분에 걸친 제 아내와의
면담을 마치고 승락을 하더군요. 아마 아내가 니 애비 소원 한번만 들어 주라고
부탁했겠죠. 몰라도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던듯 합니다.
딸에게 두번째 바라는 소원. 딸아이 이 교정 입니다. 이게 왜 제 소원이냐면,
저희 집안이 대대로 돌출형 이를 타고 났거든요. 저희 누님3분다 아주 볼만 합니다.
다행히 저만 돌출형을 피해 갔는데 유전이 어디 가겠습니까. 전 제 딸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예상 했습니다. 역시나 고모들 저리 가라더군요.
유치원 졸업사진 찍을때 안 다물어지는 입 자꾸 닫으라고 윽박지르시던 사진 기사
아저씨 원망하면서 눈물 흘렸더 제 딸입니다.
저 지금도 쌈짓돈 아껴 가면서 적금 들어갑니다. 이런 아빠의 노고를 아는지
제 딸아이도 자기 용돈 아껴가며 저금합니다. 저금통장 앞에 "이교정" 이라고
써 있습니다. 이런 유전자를 탓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제 딸이 전 너무 고맙습니다.
마지막 세번째 소원들은 아들에게는 군대 면회 가는 거고 딸아이에게는 결혼식에
손잡고 들어가는 겁니다.
그래서 전 아들에게 누누히 얘기합니다. 넌 면제 이런거 생각도 말아라 난 꼭 니 면회
가야 되니까, 그리고 딸에게는 혹시나 독신 같은 소린 이 애비 눈에 흙이 들어가면
하라고 합니다. 난 니 손잡고 결혼식장에 입장 해야 되니까.
전 가끔 이 세번째 소원을 생각하면서 흐뭇해 합니다. 아들의 군복 입은 모습을 볼 생각,
그리고 딸 아이 결혼식 가족사진 촬영때 할아버지,할머니,고모들 다들 입벌리고 사진
찍을때 둘이서 입 꼭 다물고 사진 찍을 생각.... ㅎㅎㅎ
아버지 이거 받으시고 힘내세요 2008.05.02
저는 부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남매를 둔 평범한 가장입니다.
얼마전까지 한달에 한번 제 월급날 유일한 집안 외식(?) 통닭을 시켜 먹습니다.
식구가 6명이다 보니 2마리 시켜서 먹습니다.
그런데 몇개월 전부터 아내가 직장을 나가면서 아내의 월급날도 당연히 생기
면서 한달에 두번 통닭을 시키게 됐습니다.
그야말로 풍요로운 삶이죠 ㅎㅎ
그런데 또 다시 한달전부터 저희집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6식구에서 7식구가 됐습니다.
늦동이... 아 뭐 그런거 아니고요 어머니께서 동네 아이 하나를 돌보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직장 다니기전 틈틈히 봐주던 아이 였는데 그아이 집도 본격적인 맞벌이가
시작 되면서 아이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제 어미니에게 부탁을 하게 되었죠.
첨엔 거절도 해 보았지만 그쪽집 사정도 급하고 어머니도 한번 해 보자고 해서
어머니가 아이를 맡은게 한달이 되었네요. 다행히 어머니도 아이를 이뻐하시고
아이도 순하고 잘 따라 걱정했던것 보단 수월했습니다. 물론 아내와 아이들도
많이 도와주고.
이로써 어머니의 월급날도 생기고 한달에 통닭을 총 6마리 먹게 되더군요
아주 환상적인 월급날입니다. 저 10일 아내 20일 어머니 말일. ㅎㅎ
이쯤 되다보니 아이들이 불만이 생기더군요
계속 통닭만 먹을거냐...
제 대답은 간결햇습니다. "몇번 더 먹는다"
예전엔 치킨집 쿠폰 10장 모을려면 6개월 걸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달반이면
1마리 공짜로 먹을수 잇습니다.
이거 다 모으면 다음은 족발로 할겁니다. 한달반이면 다시 공짜 족발이 생기겼죠
그리고 나면 다음은 피자, 탕수육...
이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집안에서 파벌이 생겨납니다.
예전에 남자대 여자 정도 였는데 요즘은 수입이 있는자와 없는자 ㅎㅎ
요즘 급상승한 분이 어머니죠. 당연히 비수입자의 대표주자 아버지의 입지는
날로 하향곡선. 얼마전 신발장 하나를 아무 상의 없이 사오 셨다가 어머니에게
핀잔을 들으셧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아내가 안스러웠는지 아버지에게
신발장값을 드렸더니 아버지 아무말 없이 받으시더군요.
아내왈
"어머 진짜로 받으세요.."
아버지 그말 듣고 더 의기소침 해지시고 저에게 눈길을 주더군요.
저 아들된 도리도 있지만 저도 요즘 입지가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서 이 악물고
외면했습니다.
그래도 어떡합니다. 우리 집의 정신적인 지주이신 아버지의 침몰을 그냥 보고
있을수는 없어서 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아끼고 아끼는 통닭 쿠폰 아버지에게 드렸습니다.
아버지 잘 모으셨다가 두달에 한번 정도는 이걸로 쏘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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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미없다.
이게 재미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