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좌가 그린 긴 족자형의 이 〈송하보월도〉는 많이 손상되어 세부를 잘 볼 수는 없지만, 앞에 바위산이 대각선으로 놓여지고 거기에서 소나무 한 그루가 화면의 오른쪽 위를 향하여 힘차게 솟아 있다. 그 아래에는 저만큼 노인과 그 노인을 따르는 하인이 걸어가고 있다. 바람이 몹시 부는지 이들의 옷자락은 소나무와 같은 방향으로 나부끼고 있고 바람에 흩날리는 솔잎이 매우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소나무 표현법은 중국 남송대의 화원 화가들이 즐겨 사용하던 기법이다. 이들을 남송원체 화가(南宋院體畵家)라고 하는데 이 중 특히 마원(馬遠)의 소나무 그리는 법과 흡사하여 조선 초기 우리 나라에 남송원체 화풍이 유입되었음을 알려주는 자료로서 중요하다. 마치 소나무를 흔들어대는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 화면에 생동감이 넘친다.
<이상좌> 이상좌는 15세기 말부터 16세기 전반에 걸쳐 활약한 도화서 화원 출신의 화가로, 본관은 전주(全州)이며, 자는 공우(公祐), 호는 학포(學圃)이다. 산수인물화(山水人物畵)를 잘 그렸다고 전해지나 정확한 생애는 밝혀지지 않았다. 어숙권의 《패관잡기》에 의하면, 본래 그는 어느 양반의 노비였으나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뛰어나 중종(中宗)의 특명으로 도화서의 화원이 되었다고 하며, 또한 1544년에 중종의 초상화를 그린 이른바 어용 화사라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 중기 화가인 이숭효(李崇孝)의 아버지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숭효의 아버지는 이배련(李倍蓮)이라는 기록도 있어서 이배련과 이상좌가 동일 인물인지 혹은 기록상의 오류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그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것들도 모두가 그가 그렸을 것으로 추측되는 것이지 진필로 확인되는 것은 없다. 이 중 대표적으로 알려진 작품이 〈송하보월도(松下步月圖)〉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