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스의 예상과 달리 올리브 농사가 흉작이 되었다고 가정해볼까요. 이 경우 만약 탈레스가 기름 짜는 기계를 구입했다면 그가 입은 손실은 엄청났을 겁니다. 그러나 기름 짜는 기계를 사용할 권리만을 구입했기 때문에 그가 입었을 손해는 단지 그 권리를 확보하는 데 드는 금액이겠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파생금융상품은 계약하는 시점에 손실의 한도를 확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생활의 파생금융상품
파생금융상품의 작동원리는 실생활에서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입도선매(立稻先賣)를 예로 들어 볼까요. 벼의 가격은 작황에 따라 변합니다. 이에 따라 농가 수입도 들쭉날쭉 변동하게 되지요. 농가는 자신의 수입이 이처럼 불확실하게 결정되는 것보다 어느 정도 안정적이기를 바랄 겁니다. 이 경우 중개업자가 어떤 특정한 가격을 제시하고 그해 가을에 수확한 벼를 그 가격에 모두 구매해줄 것을 약속할 경우 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벼의 가격이 떨어져 자신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그해 가을에 수확한 벼의 가격이 사전에 서로 합의한 수준에 비해 높아진다면 농가는 사후적(事後的)으로 손실을 보게 되겠죠.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농가는 사후적으로 이익을 보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벼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이 농가로부터 중개업자로 이전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파생금융상품은 거래 당사자 간에 위험을 이전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파생금융상품에는 투기적인 성격도 있습니다. 조지 소로스(Soros)의 퀀텀펀드 같은 헤지펀드들은 파생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요. 헤지펀드들은 자유 경쟁을 통해 적정한 시장가격을 빨리 형성시켜 주기도 하고, 여러 가지 위험들을 분산시켜 주는 긍정적인 기능도 수행합니다. 하지만 단기(短期) 모험적인 투자 성향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부정적인 기능도 하지요.
파생금융상품의 빛과 그림자
모든 사물에 빛과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파생금융상품에도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파생금융상품은 위에서 본 것처럼 누구나 회피하고 싶은 위험을 상품화해서 경제 주체들이 자신의 위험 선호도를 바탕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만든 것입니다. 위험을 피하고 안전하게 돈을 벌고 싶어하는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고 큰돈을 벌려고 하는 투자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파생금융상품은 투기를 불러 금융시장에서의 전반적인 위험도 증가시킬 수 있는 단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미래 금융시장에서 파생금융상품의 역할이 증대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파생금융상품을 도외시하는 것보다 파생금융상품을 잘 이해하고 활용해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죠.
[쉽게배우는 경제 tip] 파생금융상품은
금리, 환율, 주가의 변동으로 인해 기초 자산의 가치가 달라지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고안된 금융상품을 말합니다. 여기서 파생이라는 용어가 붙는 이유는 뭘까요. 파생(派生)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 보면 '사물이 어떤 근원으로부터 갈려 나와 생김'으로 정의돼 있습니다.
즉 파생금융상품은 돈을 꾸고 빌리는 것, 주식 및 외환 거래 등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상품의 거래로부터 변형된 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생상품은 크게 증권선물거래소 등에서 거래되는 장내 파생상품과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장외 파생상품으로 구분된답니다.
조선일보 2008.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