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오늘 아침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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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천상병 (1930~1993)
평가 :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허심(虛心)과 동심(童心)
약력 : 1930년 일본 희로시 출생,
1949년 김춘수 시인의 추천으로 시 '강물'이 <文藝>지 추천
1952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2학년 추천 완료
작품 : 귀천, 요놈 요놈 요 이쁜놈, 천상병 전집
첫댓글 오랜만에 님덕에 천상병님의 글도 접하고 요즘은 마음에 살이 찌네요^^* 거두어가는것이 많아서~~~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