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쭈꾸미
|
우여 회무침
실치회
홍어 회무침
봄 여행의 최고는 꽃구경이라지만, 먹을거리 여행도 못지않다. 꽃여행이 개화시기를 잘 겨눠서 떠나야 하는 여정인 것처럼, 먹을거리여행도 마찬가지다. 음식이나 식재료마다 제철이 있어 시기를 딱 맞춰서 찾아가야 한다. 이즈음에 여행길에서 만날 수 있는 제철 먹을거리는 코 끝을 톡 쏘는 홍어며 살찐 주꾸미, 도다리, 실치 등이다.
죄다 해산물 일색인 것은 나물 같은 채소류나 육류 같은 것이야 어디서든 가져다가 먹을 수 있지만, 신선도가 생명인 해산물의 경우는 산지 인근에서 맛봐야 하기 때문이다. 봄철에 먹을거리를 찾아 가볼만한 지역 축제와 인근 여행지를 소개한다. /박경일
충남 보령 무창포 주꾸미·도다리
알 품은 봄 주꾸미 맛보러 가자=충남 보령시 웅천읍 무창포에서는 주꾸미와 도다리 축제가 열리고 있다. 3월21일 시작된 축제는 오는 15일까지 계속된다. 봄이면 알이 꽉 차는 주꾸미와 봄철이면 살이 오르는 도다리는 어느 것이 더 낫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진미다. 주꾸미는 무와 파를 넣고 맑게 끓인 육수에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을 찍어먹는 맛도 좋고, 고추장양념을 해서 석쇠에 구워먹는 맛도 그만이다.
축제에서는 도다리와 주꾸미 등 갓 잡아올린 해산물 시식행사는 물론이고, 가두리 낚시, 불가사리잡기, 독살, 통발어업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앞서 충남 서천의 주꾸미 축제는 지난 3일 막을 내렸지만, 서천군 서면 마량리 동백숲의 붉은 동백꽃은 아직 한창이고, 주꾸미도 아직 많이 잡히고 있다.
떠들썩한 축제의 번잡스러움이 싫다면, 축제가 끝나 고즈넉한 마량리 일대를 다녀와볼 만하다. 마량리 앞바다에서는 특히 그물이 아니라 소라껍데기에 줄을 매서 주꾸미를 산 채로 잡는 까닭에 싱싱하고 맛이 좋다. 동백나무숲 정상에 있는 누각 ‘동백정’에 올라 서해낙조를 감상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보령이나 서천이 멀다면 가까이 경기 김포 대명항을 찾아도 좋겠다.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김포 대곶면 대명리 대명항 일원에서도 ‘주꾸미 축제’가 열린다. 대명항은 경기 서북부 유일의 어항이자 서울에서 제일 가까운 항구. 최근들어 싱싱한 해산물을 찾는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축제 프로그램은 다른 곳보다 빈약한 편. 그러나 당일치기 짧은 여정으로는 손색이 없다.
충남 부여 갓개포구 우여
우여(웅어) 맛을 아시나요=8일부터 12일까지 충남 부여군 양화면 내성리 웅포대교 일원에서 ‘부여 갓개포구 우여축제’가 열린다. 우여는 지방마다 ‘위어’‘웅어’ 등으로 불리는 물고기로 해수와 담수가 교차하는 곳에서 서식하는 희귀어종이다. 서해 깊은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을 위해 3월초~ 5월말까지 강으로 올라왔다 다시 바다로 되돌아간다. 이때 잡히는 우여는 뼈와 육질이 연하고 담박하다.
우여는 백제 의자왕이 보양식으로 즐겼다는 일화가 남아있다. 싱싱한 우여를 길죽하게 썰어 미나리와 갖은 양념에 새콤하게 무쳐내는 우여회는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난다. 김에 싸서 먹기도 하고 초고추장과 밥에 비벼 먹기도 한다. 축제 주최측은 금강변의 푸른 보리밭, 금강의 달빛과 별그림자, 망배산의 진달래 등 5곳의 명소를 ‘축제행사장 5경(景)’으로 꼽아 자못 시적인 풍류가 넘친다.
충남 당진 장고항 실치
매콤새콤 초고추장에 무친 실치회 맛=오는 11, 12일 이틀동안 충남 당진군 석문면 장고항리 일대에서 ‘당진 장고항 실치축제’가 열린다. 실치는 뱅어포의 재료가 되는, 몸통이 실처럼 가는 물고기. 오이, 배, 들깻잎, 당근 등 각종 야채와 초고추장을 함께 버무려 무쳐내는 실치회무침도 좋지만, 실치에 시금치나 아욱을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실치국도 못지않다.
실치는 6월말까지 잡히지만 4월 중순을 넘어서면 뼈가 굵어져 제맛을 잃는 탓에 지금이 딱 제철이다. 또 실치회는 갓 잡아올려 싱싱할 때만 먹을 수 있어 산지에서가 아니면 맛볼 수 없다. 축제기간 동안 바지락잡기, 바다낚시, 뱅어포 만들기 등의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돼 있고, 사물놀이, 축하공연, 불꽃놀이 등의 볼거리도 제법 풍성하다. 축제 참여이후 인근에 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왜목마을을 함께 둘러보는 일정을 짜는 것이 좋겠다.
전남 나주 영산포 홍어
알싸하게 잘 삭은 홍어의 맛=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전남 나주시 영산포 둔치체육공원 일대에서 ‘영산포 홍어축제’가 열린다. 영산포는 1970년대 말까지 호남 내륙 물류의 중심지로 바다에서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뱃길이 이어졌던 곳. 흑산도 일대에서 잡은 홍어를 실은 배가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오면서 자연 발효돼 영산포에서는 ‘삭힌 홍어’가 이름이 높았다.
삭힌 홍어는 톡 쏘는 듯한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여기다가 잘 삶아낸 돼지고기에 묵은지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홍어를 내세운 축제답게 홍어경매와 홍어퀴즈쇼, 홍어장사 선발대회, 홍어 예쁘게 썰기 등 홍어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또 나주곰탕, 장어구이, 나주배 등 향토음식이나 특산물을 거래하는 장터도 들어선다. 먹을거리에 몰두하는 축제니 만큼 공연이나 체험프로그램은 다소 빈약한 편. 그러나 4, 5km에 달하는 유채꽃길을 거닐며 봄나들이를 즐기고 홍탁삼합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2009-04-08
“땅끝 삼치 맛보세요~”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 갈두항은 배가 들어오는 오후에는 삼치 파시로 들썩인다. 새벽에 출항해 제주 추자도 인근에서 잡아오는 땅끝 삼치는 전통방식인 채낚기로 잡기 때문에 그물로 잡는 다른 지역 삼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신선도가 높다. 2009-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