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달인 개그의 달인이 되고 싶은 남자
1년 전 ‘영화 속 개그맨’ 인터뷰 때 만난 김병만과 ‘달인’이 된 김병만의 얼굴에는 한 가지 차이가 있다. 눈 주변의 짙은 다크서클이다. 지금 개그맨 김병만은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요즘의 그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짙은 다크서클은 근래 그의 치열한 스케줄이 남긴 흔적이고 훈장이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도 대기실에 오자마자 의상 체크에, 밀려오는 전화를 처리하느라 1분 1초를 쪼개고 쪼개는 중이었다.
작년 12월 초 첫선을 보인 ‘달인’은 일종의 브릿지 코너였다. 코너 중간에 짤막한 콩트 형식으로 들어가는 내용이었는데, 방송된 후 3~4주가 지나자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방송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화두의 중심에 서 있는 ‘달인.’ 그 탄생 배경이 궁금해서 물어봤다.
“저는 진지한 상황을 순식간에 뒤집는 코미디를 좋아합니다. 비극적이고 슬픈 상황을 웃음으로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거죠. 예전에 TV를 보다가 진짜 달인들이 굉장히 진지하게 무언가를 몰두해서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막상 그게 안 되면 어떨까?’라는 발상에서 출발했어요”라며 진지하게 말을 잇는다.
“한 번만 웃기면 본전”이었던 콩트가 지금?“유투브에서 1만 건 이상의 조회를 기록하는 코너가 됐다”며 싱글벙글인 그는 단연 생활 개그의 달인이다.
PROFILE
안녕하세요? 8년 동안 개그콘서트에서 여러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린 웃음의 달인 ‘진지’ 김병만 선생입니다.^^ 제가 개그콘서트에서 코미디를 한 지도 벌써 8년이 되었네요. 지금은 의젓하게 후배들에게 아이디어도 주고 그러지만 사실 저는 개그적인 끼가 전혀 없던 사람이었어요.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한 울렁증 같은 게 있었죠. 하지만 예전에 무대에서 4년 동안 연극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경험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코미디들은 전부 연기적인 부분과 닿아 있거든요. 진지함을 엎는 그런 상황 코미디니까요. 지용진 기자
김대희 & 장동민대화가 필요해 “밥 묵자!” 개그도 한번 잡아 묵자!
사실은 어색한 침묵이 흐를 것만 같았다. 이들이 “밥 묵자”를 외치기 전까진. 개성이 뚜렷한 공개 코미디 코너의 특성 때문에 코드가 맞지 않는 이들은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코너가 있으니 바로 ‘대화가 필요해’가 그것이다.
이 코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애드리브와 개인기가 아닌 연기로 승부한다는 것. 마침 연영과 출신으로 무대와 영화에서 정극 연기를 펼친 김대희가 이 코너의 ‘대빵’이다. 거기다 개인기 없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럽다는 장동민이 합류했다. 이들이 보여주는 발군의 연기력과 순발력은 관객을 동화시키고 TV 앞의 시청자를 집중하게 만든다.
분위기도 참 좋다가 순식간에 상황을 뒤집어버리니 이 코너 속의 가족은 참 ‘콩가루’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어찌 보면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니, 오히려 울어야 하는 거 아닌지. 이처럼 생활과 밀접한 소재는 경상도 어른이 계신 김대희의 가정사에서 나왔다.
장동민 역시 유쾌한 아버지 탓에 생활 개그가 고갈될 리 만무하다. 가공 없는 이들 개그의 매력을 ‘유기농 친환경 개그’라 표현하면 오버일까?
PROFILE 오홋! 김대희는 연영과 출신이로구만. <개그콘서트> 초창기 멤버로 지금까지 왔구나. 대단하다. 작년엔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까지! 불똥처럼 튀어 오르진 않아도 꾸준히 타는 장작의 묘미랄까. 오래가는 건전지가 생각나는군. ‘그까이꺼’ 장동민은 개성 강한 캐릭터 한 방으로 순식간에 떠올랐지. 어눌한 바보 연기에다 말 안 듣는 수위 아저씨까지. 이 친구도 워낙에 연기력이 좋더라구. 아하~ 그러고 보니 방송극작을 전공했구나. 어쩐지…. 정지원 기자
정주리 & 한현민안팔아 ‘동물’ 개그와 ‘학습’ 개그의 환상조합
그녀는 예뻤고 그는 멋졌다. 심지어 ‘안 팔아’를 갖다 붙이기엔 럭셔리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니 근데 이게 웬걸? 그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정주리 특유의 “안 팔아~”와 감히 따라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한현민의 표정이 섞이자 절로 웃음이 나온다.
매주 화요일 검사 날이 돌아오면 ‘작가님과 PD님한테 까일까봐’ 노심초사하는 이들의 개그 원천은 다름 아닌 캔맥주! 주량의 끝을 알 수 없는 정주리와 인터뷰 전날 여덟 캔을 가뿐하게 비워버린 한현민은 어쩔 수 없는 찰떡궁합 커플이다.
“이건 개그맨들끼리 쓰는 말인데 장동건 같이 코너를 살려주는 사람을 ‘니마이’라고 하고 저희처럼 무조건 망가지면서 코너를 이끌어가는 사람을 ‘쌈마이’라고 하거든요? 저희는 전형적인 쌈마이죠.”
‘안 팔아’는 사실 예전 이홍렬의 ‘귀곡산장’을 생각하면서 무서운 분위기로 가려고 했었다. 그래서 일부러 빨간 의상을 고집한 건데, 막상 무대에 올려놓고 보니 무섭기는커녕 객석에서 미친 듯이 웃음이 터져 나와 지금의 스타일을 고수하게 된 것.
99퍼센트의 영감과 1퍼센트의 운으로 승부하는 정주리의 ‘동물’ 개그와 늘 샘솟는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팀을 이끄는 한현민의 ‘학습?개그의 완벽 조화는 이제 4차원도 모자라 8차원까지 넘나든다.
PROFILE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개그맨이 되겠다는 의지로 전라남도 벌교에서 서울로 상경한 한현민. 세상 물정 모르고 무작정 뛰어든 서울 생활, 재수 시절 술로 키운 입담으로 당당하게 예원대 코미디 연기학과에 입학, 전유성 이영자의 가르침을 받고 쉬지 않고 달려왔다. 남들 밥 먹듯 하는 낙방 한 번 없이 당당히 SBS 공채 8기 개그맨 시험에 떡~ 하니 붙어버린 정주리. 고난의 세월 없이 개그 콘테스트 대상까지 거머쥔 그녀, 너무 예뻐져서(?) 개그맨을 못할 뻔한 시절을 제외하곤 늘 인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들은 친밀한 선후배 관계 이전에 쉬지 않고 달려온 개그 인생의 동반자다. 이유진 기자
유세윤닥터 피쉬 개그? 재미있을 때까지만!
오라오라오라오라 예~! 이 시대 최고의 밴드 ‘닥터 피쉬’를 만났다. 이젠 버라이어티쇼까지 발을 넓힌 과거의 ‘복학생’ 유세윤.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더니 갈수록 활동 폭이 넓어진다. 그리고는 덜컥 정체불명의 앨범까지 내놨다.
타이틀곡은 ‘난 항상 여기에 있는데 뭘 그리 서두르나, 이 사람아.’ 팬은 단 한 명이다. 하지만 실제로 유세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오랜만에 돌아온 <개그콘서트>에서 홈런을 날린 그이기에 인기 유지에 신경을 쓸 법도 하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단순하다.
“재미없어지면, 그냥 안 해야죠.” 음, 화끈하고 냉정한 대답이다. 버라이어티쇼에서 굳이 친한 척하며 연기하는 게 싫어 아예 안 친한 컨셉트로 가버렸다고. 그렇다. 실제 그의 모습은 TV 속 이미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크게 남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말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덕분에 자칫하면 오해받기도 십상이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멋진 포즈를 취해주는 그에게 누가 침을 뱉으랴. 이 건방진(!) 스타의 매력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킬 듯하다.
PROFILE 방송극작 전공? 그래서 캐릭터와 상황 설정이 유달리 돋보였던 건가.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코너에서 복학생 캐릭터로 온갖 촌스러운 행동을 일삼으며 등장하더니 ‘사랑의 카운슬러’로 훈훈한 이미지를 심어줬었지. 그것도 모자라 ‘무릎팍도사’로 버라이어티쇼를 휩쓸고 ‘닥터 피쉬’로 또 한 번의 히트를. 역시, 무서운 유세윤이야. 정지원 기자
송준근
준 교수의 은밀한 매력 Would You Please 밀어 줄래~?
송준근은 진지하다. ‘집중토론’에서 특유의 억양으로 “김덕뱁니다~”를 외쳤던, 혹은 축 처진 뱃살을 들이밀며 느끼하게 “Oh, Relax, Calm Down~”을 날렸던 사람이 맞나 싶다.
스스로 거울을 봐도 3분 이상 못 본다는, 과도하게 진한 쌍꺼풀을 제외하고 김덕배와 준 교수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거리를 활보해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드물단다.
“코너 같이 하는 미영이, 효인이랑 다녀야 겨우 저를 알아보세요. 그래서 아예 머리를 기르는 중입니다. 하하하!” 김덕배가 잘나갔을 땐 이름을 김덕배로 바꿀까 심각하게 고민했고, 준 교수가 잘나가니 후속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그는 현재보다 앞으로 대중을 웃길 ‘미래’를 고민한다.
“너 느끼한 거 한 번 해봐라” 하는 김병만 선배의 한마디에 정말 하루 만에 ‘준 교수’ 유행어 종합 세트를 만들어냈지만, 지금도 무대 위에 올라 관객들이 웃음보를 터뜨려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100편 봐서 하나 건지면 다행”이란 생각으로 느끼한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를 다 봤고, 온갖 영어 강의를 다 시청하는 그는 아무리 봐도 ‘개그 모범생’이다.
“준 교수가 끝나면 분장 없이 멀쩡하게 나와서 진지하게 웃기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김덕배도, 준 교수도 아닌 그만의 옷을 입고 대중을 만날 그날이 기다려진다.
PROFILE 나는 비교적 시험 운이 좋다. 수능 성적으론 꿈도 꾸지 못할 대학에 토익 특기자 전형으로 붙었고, 남들 수십 번씩 떨어진다는 개그맨 공채 시험에 단 두 번 만에 붙었고, ‘김덕배’와 ‘준 교수’로 데뷔 1년 만에 유명해졌다. 물론 운발만 있었던 건 아니다. 고교시절 단짝이자 개그 경쟁자(?)였던 유상무에게 자극받아 개그맨의 길로 들어섰지만, 개그를 포기할 수 없어 대학까지 그만뒀다. 이제 나의 앞날엔 김덕배와 준 교수를 넘어 ‘송준근’을 알릴 일만 남았다. 남은경 기자
박지선조선왕조부록 왜 이래? 나 웃기는 여자야!
개그우먼으로 살아온 지도 어언 1년이 지났고, 신인상까지 받았건만 박지선은 아직도 모든 게 신기하다. 매니저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송국으로 출근할 때면 자신을 알아보고 먼저 인사해 주시는 아주머니들, 사인해 달라는 아이들, TV에 자신이 나온다는 것. 이 모든 사실이 박지선은 여전히 신기다.
‘여자 옥동자’라느니, ‘성형부작용녀’라느니 그녀의 외모가 설왕설래되는 것도 오히려 기쁘다. 가끔은 할머니들에게 예쁘다는 소리까지 듣는다니 이 어찌 감지덕지한 일이 아니겠는가! 졸린 듯한 눈을 치켜뜨고 어눌한 말투를 구사하며 배짱 좋게 잇몸을 활짝 드러내고 “움하하하!” 호탕한 웃음을 웃는 ‘원빈 마마’ 박지선.
평소 웃긴다는 소리깨나 듣고, 학교 행사가 있을 때면 사회도 좀 맡아보고, 한 번 본 사람이라도 먼저 가서 인사하는 오지랖 넓은 그녀였지만 개그우먼이 될 줄은 자신도 미처 몰랐다.
“제가 워낙 비독립적이고 긍정적인 편이라 어른들 말씀 잘 듣고, 남들 하면 그냥 따라하는 게 많았어요. 공부도 어차피 해야 하는 거 즐겁게 하자는 마음이었고, 학창시절 수업을 들으면서도 좀 재밌게 가르치면 좋을 텐데 해서 사범대학에 가게 됐죠. 개그맨 시험을 본 건 제 인생의 가장 독립적인 결정이었어요.”
무계획의 대표 주자로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며 순간을 즐긴다는 박지선은 오늘도 어떻게 하면 웃기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하는 행복한 웃음의 전령사인 듯했다.
PROFILE KBS 22기 공채 개그맨 박지선입니다! A형의 피를 타고난 저는 원래 매우 소극적인 아이였죠.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가, 특별활동시간에 애국가 지휘를 한 번 맡았는데 여러 사람들 앞에서 뭔가 한다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그때부터 봇물 터지듯 제 숨은 끼가 발현됐던 모양이에요. 반장도 하고 오락부장도 하고 ‘웃기는 아이’가 됐죠. (고려대학교) 교육학과에 진학했으니 선생님이 될까도 생각해 봤지만 고시 준비하는데 너무 갑갑하더라고요. 휴학하고 개그맨 시험을 봤더니 덜컥 붙은 거죠. <개그콘서트> ‘300’ 코너로 데뷔해서 ‘삼인삼색’ 성형부작용녀로 얼굴 좀 알리고, 지금은 ‘조선왕조부록’에서 주상의 승은을 받지 못하는 원빈 마마로 매주 일요일 밤, 여러분의 안방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켁~! 안영윤 기자
안윤상 & 레이버퍼링스 버퍼링 없는 무한질주 본능
데뷔 2년차 신인 안윤상과 8년간의 무명 시절을 겪어낸 레이. 둘의 조합은 언뜻 쉽게 떠올려지지 않는다. “다른 개그맨 형이 셋이서 코너를 하자고 꼬드긴 거예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 형만 쏙 빠지고 저희 둘이 하게 된 거죠.”
순도 100퍼센트 우연이었던 둘의 만남은 ‘버퍼링스’라는 인연을 만들어냈다. 주체 못하는 열정을 가진 신인 안윤상은 끊임없는 연습으로 선배 레이를 독려하고, 레이는 방송이 낯선 안윤상에게 노하우를 전수했다.
“저는 신인이니까 선배님한테 계속 연습하자고 졸랐죠. 60번 정도 노래를 부르고 무대에 올라가면 오히려 목이 쉴 때도 많았어요.”(안윤상) “제가 무대에서 실수한 건 다 이렇게 과도한 연습 때문이라니까요.(웃음)”(레이)
후배의 열정과 선배의 여유가 만나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낸 코너가 바로 ‘버퍼링스’. 이제는 지하철을 타면 알아보는 사람들 때문에 ‘게릴라 사인회’가 열리고, 사촌동생을 통해 휴대전화 번호가 무단 배포돼 장난 전화에 시달리는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연습하면서 농담 삼아 말했던 음반 출시의 꿈도 조만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들이 말하는 음반의 장르는 ‘R&B 소울.’ 버퍼링 없는 그들의 노래가 기대된다.
PROFILE 성우를 꿈꿨던 안윤상은 군대 시절 대대 장성 성대모사로 장병들을 쓰러뜨리고 개그의 길로 들어섰다. UCC 스타와 개그맨 공채 시험을 거쳐 2007년 개그맨이 된 그. 산전수전 다 겪은 선배 개그맨 레이를 ‘우연히’ 만난다. 레이는 삭발 투혼까지 불사르며 탤런트를 꿈꿨지만, 결국 친구 따라 갔다 MBC 대학 개그제에서 입상했고, 정작 개그맨이 된 뒤에는 온갖 장사로 생계를 유지해 온 특이 이력의 소유자. 개그와 노래와 관심에 목말랐던 두 사람이 만나 최고의 노래 개그 ‘버퍼링스’를 탄생시킨 건 ‘필연’이 아닐까. 남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