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주: 이번 기사는 라오 몽 하이 박사의 캄보디아의 사법제도와 정부기구 현황 및 인권상황에 대한 다섯 번째 연재기사로, 이번 호에서는 캄보디아에서의 공판 전 조사와 재판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캄보디아의 재판전 조사와 재판과정
라오 몽 하이 박사 (사진: UPI)
공판 전 조사
형사범죄의 경우, 경찰이나 검찰에 어떤 사람이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고발이 접수되거나 경찰이나 검찰이 어떤 사람에게 범죄 혐의를 둘 경우, 경찰은 수사를 실시한다. 법에 따르면, 검사가 조사를 총괄하도록 되어 있다. 용의자는 구속영장을 청구받아서 체포되는데(영장 없이 체포 후 나중에 구속영장을 받기도 함),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법원에 출두해야 한다. 그 사이의 시간 동안 경찰은 수사를 위해 용의자를 구속한다.
용의자는 초기보고서(경찰이 범죄행위에 관해 처음 작성한 보고서) 및 증거물과 함께 관련 일심법원([자치]시법원 또는 도법원)에 있는 검사에게 송달된다. 검사는 용의자를 간단히 조사한 후 이를 사건으로 다룰 지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사건으로 다루기로 한 경우, 검사는 법원에 조사판사(investigating judge)를 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데, 그 판사는 사건에 대해 간략히 들은 후 검사의 조사를 위해 용의자를 수감시킬지 여부를 결정한다. 수감이 결정된 경우 판사는 구금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용의자는 시 또는 도에 있는 구치소에 수감된다.
법에서는 경찰이 기록해 법원에 제출한 용의자의 증언을 비롯한 모든 증거들이 잠정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재판에서 피고인을 고발하거나 반대로 혐의를 반박하는 다른 증거들이 나오지 않을 경우, 경찰이 제출한 증거는 피고인의 유죄를 판정하는 데 크게 고려된다. 경찰이 제출한 증거의 사용은 경찰 조사과정 시 변호사가 없을 경우, 또는 검사가 용의자가 자백내용을 부정하고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할 때, 아무런 관심이나 적절한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우려할만한 일이 된다.
이러한 조사과정은 현행범 사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법에는 검사와 판사가 이미 용의자를 기소하는 데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사건은 더 이상의 추가조사 없이 재판에 송부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과정은 사용되지 않는다. 모든 사건들은 조사판사들에 의해 조사가 이루어진다.
피의자의 구금은 4개월을 넘길수 없지만 조사판사는 2개월을 더 연장할 수 있는데, 이 때에는 상세한 이유를 제시해야만 한다. 용의자는 보석을 신청할 수 있으며, 이를 거부당할 경우 항소법원, 그리고 그 다음에는 대법원에 보석 거부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중죄일 경우 보석은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수감기간이 법에 규정된 6개월로 연장된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어왔다. (부적절한 수감기간) 연장은 소위 "UNTAC법"으로 알려진 "과도행정기 동안 캄보디아 내 사법제도, 형법, 소송절차와 관련한 규정" 제57조에 따라 1개월에서 12개월의 징역형과 벌금형을 받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판사들 중 어느 누구도 이 조항에 따라 처벌된 경우가 없었다. 수감기간 연장을 유발시키는 요소는 많이 있는데, 업무과중과 제 시간에 조사를 종결하지 못하는 무능력함, 전문성 및 (인적, 재정적) 자원의 부족, 태만 또는 피의자를 방면시키고자 하는 조사판사들의 의지 부족 등이 그것이다. 심지어 일부 사건의 경우, 단순히 용의자를 변호할 변호사 부족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캄보디아에는 조사판사가 따라야 할 증거에 관한 법, 그리고 조사절차에 관한 세부기준이 없다. 일부 조사판사들은 다른 판사들보다 좀 더 지략이 풍부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냥 경찰이 수집한 증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어떤 조사판사들은 피의자에게 그들의 권리를 알려주고, 변호사들에게도 조사장소와 시간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나머지 판사들은 그것조차 하지 않는다. 또한 법의학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이들 판사들은 오로지 증인, 증거물, 일반 의사, 그리고 약물검사결과에만 의존할 수 있을뿐이다. 그리고 판사들은 경찰의 허가 없이는 통화기록조차 받아볼 수 없다. 그러므로 경찰과 조사판사 양측 모두 용의자의 자백에 크게 의존한다. 일부 경찰관들은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신체적 고문을 사용해왔지만, 조사판사들이 고문을 사용했다는 보고는 없었다. 아마도 이들은 (신체적 고문 대신) 정신적 고문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단 조사가 완료되면, 조사 판사들은 사건파일을 관련 검사 및 지방법원장에게 보내 기소를 유지할지 기각할지를 요청한다. 검사는 고소의 기각에 반대해 결정사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면 법원장은 사건을 심리판사에게 배당하고 심리판사는 재판일정을 정한다.
재판
법률에 따르면, 중죄에 관한 재판은 피고 측 변호사 없이는 심리가 진행될 수 없다. 법원은 피고인이 변호사를 선임할 처지가 안 될 경우 변호사를 제공해야만 한다. 이러한 원칙은 변호사가 충분하지 않고, 법률적 구조를 위한 재판 비용 지불 용 재원이 부족한 캄보디아와 같은 나라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가난한 피고인들은 전적으로 시민단체(NGO) 소속 변호사에 변호를 의존하지만,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해 줄 변호사는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법원은 또 다른 문제도 안고 있는데, (법원이 요청한) 특정 일과 특정 시간에 피고인을 법원으로 이송시키는 것에 관해 교도소와의 원활한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때로 피고인이 법정에 늦게 이송되어 오거나 아예 결석하는 바람에 재판이 연기되거나 지연되곤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출두통지를 받은 증인들이 법정에 증언하러 오는 것을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사건들의 경우 도둑맞은 물건의 주인들조차 법정에 나오는 것을 성가시게 생각한다. 그리고 때때로 중죄에 관한 사건들이 피고측 변호사 없이 진행되기도 한다.
조사판사가 철저한 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수집한 증거는 확실한 것이란 가정을 전제한다. 따라서 심리는 사실 확인을 위한 공식적인 절차일뿐으로, 진행시간 또한 30분에서 몇 시간 정도로 아주 짧게 이루어진다. 심리가 하루 혹은 그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모든 재판의 심리는 심리판사가 피고인과 증인의 신원을 확인한 후 (어떤 경우) 피고인의 권리를 열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 후 검사가 기소장을 읽는다. 그러면 심리판사는 피고인과 증인에 대한 질문과 대질심문을 이끈다. (만약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다면) 피고측 변호사가 변론을 하고 검사측 증인을 반대심문하며, 검사가 부과한 혐의에 대해 반론을 펼치고 증거도 반박한다. 때때로 피고측 변호인과 검사 사이에 논쟁이 교환되기도 한다.
법원은 경찰이나 조사판사가 얻은 자백에 크게 의존한다. 그리고 전문가가 제출한 서면진술서에도 많이 의존한다. 목격자나 전문가 증인들이 법정에 출두해 진술을 하고 반대심문을 받도록 할 수도 있지만, 이들의 법정 출석에 대한 요구는 전혀 없는 상태이다. 법정에 제출된 증거가 믿을만한 것이 못 되거나 증인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할 때, 판사나 검사는 피고인이 이전에 한 자백을 인용하는 경향이 있다. 만일 검사 측 증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검사들은 증인들이 전에 했던 진술들을 (만약에 그런 것이 있다면) 인용한다. 체포를 수행한 경찰이나 초동수사를 담당한 경찰관들은 거의 소환되지 않는다.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서는"(Beyond reasonable doubt) 증거의 기준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소송과정 모두를 기록해야만 하는 법정서기는, 진술서를 읽도록 명령 받았을 때 이 기록하는 일들을 중단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캄보디아의 법정서기들은 모든 과정을 기록할 수 있는 숙달된 기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피고인과 증인들로부터 법정에서 말하고 들은 내용에 대해 확인을 받아야 하지만, 먼저 빈 서류에 이들의 서명이나 지장을 받고, 나중에 서류의 여백을 채워 넣는다. 많은 사건들에서 피고 측 변호사들은 충분한 변론준비를 하지 않는듯하다. 일부는 재판 직전에야 사건을 맡기도 한다. 증인들을 법정에 세우려는 노력을 하는 변호사들도 있긴 하지만, 많은 이들이 사건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는다. 또한 변호사들은 자신들의 의뢰인들에 대한 혐의에 반박을 해보지도 않고, 보석으로 풀려날 길만을 찾는 경향도 있다. 이들은 의뢰인들에게 조사나 재판이 진행되는동안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조언조차 하지 않는다. 아무도 반대심문을 위한 증인을 법정에 출석시켜 달라고 법원에 요구하지도 않으며, 경찰이나 조사판사가 기록한 증인의 진술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다. 일반적으로 피고 측 변호사들은 의뢰인들의 유죄를 신속히 인정한 후, 유죄가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서서" 증명되지 않을 경우에조차 재판관에게 선처를 호소한다. 그들은 의뢰인의 권리에 영향을 끼치는 법조항의 합헌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는다. 사건에 승리하거나 형량을 줄이기 위해 뇌물을 쓰는 변호사들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심리판사는 매 심리 후에 짧은 휴정을 가진 후 판결문을 낭독한다. 때때로 휴정시간이 판사가 사건의 진실을 모두 훓어보기에는 부족한 20분~1시간 이내거나 아예 없는 경우조차 존재한다. 일례로, 한 유명한 노동조합 지도자의 살인사건에 대한 심리가 아침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었다. 판사는 20분간 휴정을 선언하더니, 돌아와서는 피고인 두 명에게 각각 20년형을 선고했다. 이는 캄보디아 법에서 종신형 다음으로 가혹한 형벌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판결문은 하나같이 간결한데, 죄목과 관련 법조항, 재판 시 들은 몇 개의 주요 사실이 언급되어 있고, 판결로 결론이 맺어진다.
항소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하는 데 따르는 제약은 없다. 원고, 검찰, 피고 측 모두 일심법원 및 고등법원의 판결에 항소할 권리를 가진다. 대법원은 사실관계의 세부사항이 아닌, 법리적 오류를 수정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되어 있지만, 재심을 위해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낼 수도 있고, 추후 판결에 대한 항소를 심리하기도 한다. 두 번째의 경우 법과 사실관계 모두를 고려해 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사건 하나가 일심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그리고 또 다시 고등법원과 대법원으로 가, 다섯 번의 심리가 진행될 수도 있다. 형사사건의 경우, 보석거부에 대한 항소도 들어온다. 사실상 사건심리는 일심법원에서 열리는 것이든 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것이든, 혹은 보석거부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든 관계없이 거의 똑같이 이루어진다. 사실 내용(과 관계)들은 모든 법정에서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제시된다.
따라서 형사소송절차가 매우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고등법원(항소법원)은 피고인의 구금기간이 범죄에 대한 형기를 초과하기 전에 사건을 심리하고자 해왔다. 하지만 항소를 할 수 있는 수단이나 판사와 검사의 규율유지 수단의 부족으로 인해, 사법적 무책임이 (특히 하급법원일수록) 심화되고 있다. 가끔 일심법원은 독단적인 판결을 내리며, 항의하는 소송 당사자나 피고인들의 항소를 부패나 행정부의 간섭으로 인해 거부하기도 한다.
캄보디아의 사법기관들의 기능, 특히 사법부 자체의 기능은 많은 약점과 결점을 가지고 있으며, 위에서 언급된 것들은 아주 작은 예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관들이 권력을 가진 정치권의 통제에서 벗어난다면, 그러한 결점을 바로잡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기관들은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보다는, 사실 상 권력자의 억압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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