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가 지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소만이란다. 들에는 농부의 모내기 손길이 바쁘다.옛날 모내는 날은 정말 들뜬 날이었다.
우선은 많은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것이 좋았고,모를 쪄 낼때 부터 수건을 둘러쓴 아낙들의 걸쭉한 우스게 소리가 해학적인 것은 말할것도 없고 그 구성진 농요의 끝없는 이어짐으로 즐거운 것과 왁짜지껄한 웃음 소리에 풍요를 예감하고 결국에는 어머니가 옆에
계시는 기회를 보아 아버지와 동네 과부를 정분났다고 깔깔대며 놀려되면 어머니는"아이구! 이사람들이 무슨 소리하냐"며 웃음으로 넘기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논주인의 여유와 아량이 아니었나 생각된다.이윽고 중참때가되고 멸치 국물에 국수 한그릇씩을 말아먹고 논에 들어서며 손에 모를 나눠쥐고 ,못줄잡이의"어이"하고 외치는 소리에 일제히 허리를 굽히며 모를 네댓개씩 잡고 심어 나갈때의 그 신들린듯한 손놀림은 물소리만 "숑숑" 나는 가히 예술의 경지가된다.이때 힘은 들지만 신이난다는 신호로 한쪽에서 부터 온 들판을 떨어 울리는 듯한 구성진 목소리로 불러대는 노래소리(정자소리:이 논-베-미-가 반-달-만-큼- 남았-구나)는 선후렴이 짝짝 들어 맞는 그야말로 평화롭고도 즐거운 농가의 모습이 아닐수가없다.또 간혹 못줄잡이의 심술이 발동하여, 아직 손에잡힌 모를 다 심지 못한 아낙이 있는줄 뻔히 알면서도 못줄을 번쩍들어 올리는 익살에 모두가 웃음으로 받아 넘기는 넉넉함도 잊을 수가 없고, 우리논 모꾼의 정자 소리에 다른집 모꾼의 화답이 온 들판에 울려퍼지면 그야말로 태평성대가 된다. 또한.발이 푹푹 빠지는 무논을 이리저리 뛰면서 못단을 공급 하는 나에게도 "물이튄다"며 눈을 흘기며 웃음과 함께나무라는 야단마져도 정겨웠고, 지금은 잊을 수가없고, 그리운 추억이다. 간혹 거머리가 붙어서 피를 빨아도 기급을 하면서 푸념을 하던 그때가 지금은 다시 돌아 올 수가 없는 것이 눈물겹다.
이윽고 한 도가리(베미) 마칠 때가되어 갈때 형수님과 누님들이 점심 함지를 머리에이고 나타나면 서둘러 끝을 내고는 도랑물에 손발을 씻고 각자 학교에 안간 어린자식들이 혹시라도 때를 굶을 새라 살펴 챙기고는 넓은 곳을 찾아 혹은 가족끼리 이웃끼리 앉아 땡볕도 아랑곳 않고 애둘러 끼니를 때운 다음 젖을 물리는 사람,채양모자를 눌러쓰고 잠시 눈을 붙이는 사람으로 휴식을 취하고 이내 오후 작업에 지친 몸을 일어킨다. 이때.손바닥 넓이의 칼치를 애호박 넣어서 칼칼하면서도 달작지근하게 조린 칼치조림은 말할 것도 없고 열무 국물김치의 시원한 맛은 그냥 혀가 깨곰을 쫒는다.이제는 어머니가 안 계시는데 어디가서 그 맛을 얻을 수가 있을꼬------?
일이 끝나고 삯을 받아드는 얼굴마다에 행복이 어려있었다.
"봄바람은 화창하게 불어 오는데
서산에는 또 하루해가 저문데
오늘도 임 소식은 끝내 없건만
그래도 아쉬워서 문을 못닫소."
첫댓글 선배님 정말 재미가 있습니다. 저는 여자라서 이런일을 못해보아 초등학교 3학년때 어찌나 모내기에 참여하고 싶은지 엄마를 졸라 1번 심었다가 곧 쫓겨나곤 아직까지도 1번도 미경험 일에 방해 된다고 정말 옛날이 그리워요 안녕 13회 윤정애
워낙 단문해서 내놓을수도 없는 글을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니 황송하고 부끄럽습니다.열심히 노력 하겠습니다.어느동네
후배님이신지요?
존경하는 윤선생님 따님 용등에 살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