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좌석표는 32A 날개뒤 왼쪽 창측이라 구경하기엔 안성마춤이다 승무원의 출발준비 멘트가 나오고 비행기는 출발선에 정확하게 갖다댄다
달리기 경주때 흰출발선에 준비하고 서있는 선수처럼 말이다 이어서 출발멘트 비행기가 어울리지 않게 바퀴로 달려간다 날개의 이음새 부분을 털털거리며 간다 관제탑도 보이고 저멀리 보이는 벙커들은 격납고와 K2의 시설인듯싶다 한참을 가더니 출발 대기중이라는 멘트가 나오고 창건너편에 전투기인듯 정찰기인듯한 날렵하게 생긴 비행기가 출발선에 갖다댄다
비행기가 뜨는 활주로는 가운데있고 좌우의 길은 엔진가열하는 길로U자로 연결해 놓았다 합치면 W자가되는 셈이다 공항요원의 빨간색 깃대가 옆으로 흰색인지 회색인지 모르는 깃대가 머리위로 직각을 만들었을때 비행기는 쿠구우우웅! 소리를 내며 앞으로 가더니 이내 머리를 쳐들고 날아간다
다음은 우리차례 조금전 속도가 술챈 사람이 터덜터덜걷는 걸음이었다면 지금은 100m 달리기 선수가 출발에 사활을 건것 처럼 출발부터 속도가 겁나게 빠르다 활주로에 페인트로 표시된 부분이 튀어올라 내게로 오는듯 보인다
눈을 찔끔 감았다 뜨는데 흔들림이 멈추고 내몸이 자빠진다 야아 떴다! 그런데 저 거므스름한 것이 뭘꼬? 도시를 에워쌌다 영화에 나오던 우주도시가 투명한 돔에 덮여 있듯이 저 꺼먼 매연 속에서 내가 숨수~ㅣ고 살았다니 생각하면 답답하다
공항청사도 보이고 대기중인 비행기도 보이고 금호강을 따라난 다리마다 지나가는 자동차도 보이고 두류타워도 보인다 우리아파트를 찾는데 시퍼런 산이 가로막는다 능선으로 난 가르마 같은 길은 뻘건색이고 다 퍼렇다
웬 소나무가 이리많을꼬 아니지 나무보다 자동차와 집이 더 많으니 하늘이 시커멓지 하는데 이제서야 선명하게 보인다 모델하우스의 유리상자 안의 모형도 같다 성냥갑 만한 논밭때기들 손가락 마디 만한 지붕들 위로 한뭉테기의 구름이 지나간다 성글게 펴놓은 이불솜같은 구름이 한켜로 깔리고 그아래 또 한켜의 구름이 있고 또 그아래 드문 드문 구름이 보인다
저끝을 뭐라해야 하나 수평선 , 지평선 , 이건 구름이니 운평선 이 맞는가 둑위에 끝없이 펼쳐진 호수위에 얼음이 얼었을때 그위에 눈이내려 덮었을때 그 매끈한 눈덮힌 눈바다가 한참을 따라오더니 이젠 우리가 그위에 있다
아무리 눈닦고 봐도 땅이 보이는 구멍은 하나도 없고 녹다가 내리고 또 그위에 내린 히말라야의 만년설 처럼 보인다 내가 수소풍선을 달고 여길 한번 걸어봐, 빠지는지 안빠지는지? 내가 무슨 라이트 형제라고 날으는 양탄자도 없으면서 아서라, 내머리속은 디지털 카메라, 눈은 렌즈가되어 열심히 찍는다
눈썰매장 처럼 제법 경사를 만들어 주기도 하다가 쓸어담아 모아논것처럼 높은 것도 만들었다가 , 만년설이 녹아 빙산을 만들어 내듯이 지지직 소리를 내며 갈라진 얼음덩이가 여러 모양을 만들어 내는것처럼 동물모양의 빙산이 떠가는것 같은 형상도 만들었다가 ,갈라진 자리가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그아래 바다가 보인다
검푸른색 한지를 구겼다가 펴놓은것 같은 바다가 하얀 포물선을 그리며 지나는 배를 떠받치고 있다 위에서본 제주도는 정말 예쁘다 지붕 색깔도 가지가지 논밭은 모자이크한 밥상보 마냥 요리조리 맞추어 놓았다 공항의 화단에 심겨진 주먹보다 더큰 하귤이 제주도 임을 가르쳐주지만 시내는 도시와 똑같다 싶어 실망하는데 하늘을 찌르는 와싱톤 야자수가 이국인듯한 느낌을 만들어 준다
가는곳 마다 구멍이 숭숭난 혐무암으로 낮은 담을 쌓아 화산이 활동 했었음을 기억케하고 테우리의 수목원 나무들은 안보던게 많다
말오줌때 나무는 빨간 두쪽의 열매집이 갈라진 곳에 까만 구슬같은 열매가 멀리서 보니 온통 빨간꽃이다 굴거리 나무는 까만 열매가 벗찌처럼 주렁주렁 달려있다 한라산에 서식하는 나무는 참신기한게 많다
가이스까 향나무, 섬회양목, 구실잣밤나무 ,소귀나무, 담팔수, 붉가시, 종가시, 백서향, 눈향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참식나무, 생달나무 ,녹나무, 후박, 까마귀쪽나무, 돈나무, 다정큼나무, 덕윤노리나무, 누리장, 협죽나무, 쥐똥나무, 고추나무, 팽나무, 쪽동백, 때죽나무, 산딸, 제주광나무, 비쭈기나무, 곰의말채나무, 이나무, 후피향나무, 까마귀벼게나무, 협다리나무, 구환자나무, 먼나무, 백장금나무, 흑두릅나무, 검은재나무, 주엽, 황벽, 자귀나무 가시나무 ,쉬나무, 새덕이나무, 방안지, 꾸지, 붓순, 자목련, 가시뽕, 산뽕, 풍게나무, 새우나무, 곰솔, 비자,매실, 후피향나무, 복사앵도, 황금향나무는 잎이 군데군데 황금색이고 낙우송은 침엽수에 가까운데 빨갛게 물이들어 가을을 연상케 한다
450종의 알로에 중에 신기한것은 대꼬즈마 대같이 안이 비었다고한다 길리란디이는 잎은 모두 아래로 착붙었고 꽃만 하늘로 향해서 신기했고 국화중에서는 귀부인이 처음본것이었다 풀어놓은 실같은 것을 나무에 걸어놓아 물어보니 그것도 식물이란다 뿌리도 없는게 공기중의 수분을 빨아들여 산단다 역시 걸려있는것 중에서는 주머니에 영양분을 모아서 공급한다는 디스치리아도 있고 난실에는 낮익은게 많다 내가키우는 풍란 ,온시리움, 등등....
어제부터 내린비가 바람을 만들어 성산포에서 우도행은 취소되어 정말로 서운하다 (나보고 다음에 또 오라고 그러는가)
그리운 성산포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조각에 소주두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도 않고 나만 등대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냥잔다
저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섬에서 뜬눈으로 살자 저섬에서 그리움 없어 질때까지....
성산포에선 바다를 그릇에 담을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을 슬프게 만들고 바다는 그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사람도 죽는 일을 못보겠다 온종일 바다만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보겠다
있는것으로 족한존재 모두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놓고 돌아간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산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 가라고 짚신 두짝 놔두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보지 못하는눈 육십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그대신 간곳이 영화박물관 바닷가에 하얀 그림같은 집에 경치도 좋지만 우리가 모르는 배우사진까지 다 걸어놓았고 죠트로프, 쏘마트로프라는 기법을 이해하기 쉽게 작동장치도 만들어놓았고 크로마키란 촬영법은 실내암벽을 잡고있으면 사진은 절벽에 매달려 있는것 같이 합성을해 많은 사람이 찍기도 하는데 인기있는 영화관람실도 있어 쉬리도관람하고 , 인기있었던 국내외의 키스신을 모아 보여주는곳 , 사극의 의상을 입고 사진찍는곳 , 미니 모형을 만들어놓고 자동차가 지나가는것을 찍어 모니터에 보여주니 실물과 영상을 비교할 수 있어 금방 이해가 간다
조랑말쑈장의 몽골서커스단은 입이쫙 벌어지게 만든다 떡시루만한 항아리를 머리에 올려놓고 몸만 동서남북으로 방향을 바꿀때는 모두 우습다고 깔깔댓었고 항아리를 던져올려 머리로 받아 올릴때는 아이의 머리통이 깨질까봐 손에 땀을 쥐기도하고 줄타기 묘기는 줄을감아서 매달려 있는 모습이 금방 떨어질것같아 아슬아슬 했지만 여자아이의 요가체조는 몸을 마음대로 접었다 폈다하는것이 기예의 경지를넘어 신기하다 못해 섬짓하기까지 한데 말타는 묘기는 훌륭했다
말과 사람이 어찌호흡이 그리 잘맞는지 달리는 말위에 거꾸로 매달려 안보이게 위장도하고 손을 놓고 서서 달리기도하고 한쪽발만 등에대고 달리질 않나 달리는 말위에서 뛰어내렸다 올랐다를 마음대로 하고 말이 무용을 하질않나 걸으면서 부터 말탄다던 몽골의 기마술에 박수를 보낸다
민속 마을은 실제로 갈잎을 엮어 지붕을 만들었고 담은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쌓아 고즈넉함을 더해주지만 아직도 사람이 기거하며 장사하는곳이 있어 끝도없이 많은 귤밭과 그중간중간의 갈대밭에 미친듯이 춤추는 갈대와 아직도 피어있는 연보라색 들국화와 코스모스, 그옛날 해녀의 모습을 비교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돌아올때의 좌석은 맨뒤의 제일왼쪽 창가 역시 명당이다 눈꽃송이같은 구름이 이쁘다지만 떨어지는 낙조에 시선을 빼앗길밖에.... 그냥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뜨는건지 지는건지 구분이 안가지만 낙조는 지는 서러움을 노을에 담아 더진한 색으로 아직은 떨어지기 싫다고 알리고 있지만 떨어져 내려가는 속도가 허무하리만치 빠른것은 내목적지가 다와감을 알려준다
불켜진 대지는 내혼을 앗아간다 한무더기의 별에서 네곳으로 퍼져나온 별무리의 꼬리 , 난 분명히 하늘에서 땅을 보는데 거기에 하늘이 있다
소설 혼불에 강실이 엄마가 꿈을 생각하는 대목에 나무 뿌리는 그것이 정말 삶이고 보여지는 나뭇잎이 허상이리라 생각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어찌 지금의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을까 그러나 대구라는 별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너무 많은 별이 한군데 모여있어 내가 환상에서 금방 깰수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2001년 초겨울 김정문과 함께한 제주도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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