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를 찾아가는 여행
박 성 진
오이소박이를 담그면서 벌써 설레인다. 내일 사람들이 내 오이소박이를 먹을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난다. 남편을 두고 아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라 괜히 미안하고 고맙다.
달리는 차장 밖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부모님도 지금쯤 모내기 중이겠지.’ 내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지만 부모님이 걱정된다. 수녀님의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밝은 미소에 걱정하는 마음이 사라진다.
수녀님이 내어 준 책자의 나의 인터뷰란에 글을 적고 짝궁과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 소개는 항상 내가 했는데 짝궁이 내 소개를 하고 내가 내 짝궁 소개를 하니 새롭다. 좋아하는 꽃, 동물, 사람, 노래, 색깔, 운동, 행복한 일들, 자랑스러운 일, 장점, 생활신조, 버리고 싶은 마음, 갖고 싶은 마음 등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다. ‘난 이런 사람이였구나.’ 일깨워준다.
아이들의 노래 소리와 시를 읽는 소리는 천상의 소리이고 신부님의 “넬라 판타지아” 노래는 내 마음을 울린다. 초등4학년 여학생의 플롯 연주는 여행의 품격을 높힌다.
보성녹차밭 주차장에서 서로 한 가지씩 해온 음식을 놓고 뷔폐식으로 점심을 먹는다. 김치, 김, 과일, 깻잎.매실장아지, 멸치볶음, 오이 소박이, 떡 등 가지도 다양하다. 식장이 반찬이라 어떤 고급 뷔폐보다 훌륭하다. 밥을 먹고 나면 친해진다더니 벌써 가족인 듯하다.
삼나무 향기를 맡으며 푸른 녹차잎을 보니 눈이 싱그럽다. 바람이 고맙다. 내 땀을 식혀준다. 예전에 아들과 남편이 함께 왔을때는 녹차 전망대까지만 보고 내러 갔는데 오늘은 아들이 고집을 피운다. “녹차가 없다고 해고 저 꼭대기까지 갈 거야.” 정상에 오른 순간 가슴이 퍽찬다. 산 넘어 산. 산 넘어 바다. 아들이 마치 ‘일월오봉도 같다.’ 라며 기뻐한다. 아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든다. 한 폭의 멋진 수채화를 볼 수 있게 해준 아들에게 감사한다.
I can 능력 알아차리기. 신체를 통한 행복찾기를 한다. 수녀님이 질문을 한다.
"찬하야 너는 무엇을 보았니." "녹차를 보았어요."
"찬하야 너는 지금 행복하니." "예, 나는 지금 행복해요. 녹차를 볼 수 있어서”
“찬하야, 무엇을 볼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하니” "나는 정말 행복해요. 나의 소중한 두 눈으로 녹차를 볼 수 있어서” 이젠 서로 하겠다고 손을 든다.
내가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행복한가! 눈.코.입.혀 등 나의 몸이 얼마나 소중한가!
강진 갯벌을 보며 다산초당 천일각에서 아들과 삼행시를 짓는다. 잘 안된다면서 깔깔깔 웃는다. 이것이 행복 아니겠는가! 13년 전 혼자일때 다산초당 여행은 나에게 여유를, 10년전 남편과의 다산초당 여행은 사랑을, 오늘 아들과의 다산초당 여행은 행복을 준다.
숙소를 가기 전 소를 보기 위해 농장을 갔다 농장으로 가는 길에 산딸기도 따 먹고, 가위바위보를 하여 아카시아잎 떼기도 하고, 명아주와 강아지풀의 뿌리를 뽑아 원뿌리와 수염뿌리를 비교해 보고 신체의 능력 알아차리기도 했다. 생태학습장이 따로 없었다. 소들을 보고 아이들은 너무 기뻐하는데 소들은 놀란 모양이다. 소들에게 조금 미안하다.
함박골큰기와집. 삼나무 숲이 기와집을 안고 있다. 잔디마당 앞 큰 장독들과 밀밭이 인상적이다.
찬치집인냥 저녁 준비를 한다고 다들 분주한 가운데 남자 아이들은 축구를 즐긴다. 남자들은 공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함박골큰기와집지기들께서 너무 풍성한 저녁을 준비해 주셨다. 항상 빠지지 않는 삼겹살, 이곳이 완도 바로 옆 해남이라 전복, 농장 주인께서 준비해 주신 낙지, 부추전에 더덕막걸리까지.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먹는 이 저녁에 정이 넘쳐 흐른다.
생각지도 못한 캠프파이어를 했다. 아이들이 대나무살대를 가지고 불놀이를 한다. 이렇게 즐거워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앞마당 밀밭에서 밀을 잘라 밀도 구워먹었다. 구수한 내음이 아직도 난다. 장기자랑. 아들이 작사한 버블껌 노래는 최고였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즐거워할 줄 몰랐다. 아들의 능력을 이상하다고한 엄마인 나만 몰랐던 것 같다. 춤추고 노래하고 아이들의 축제 아니 모든 사람들의 축제이다. 집에서 가지고 온 물건들을 하나씩 내어 놓았다. 여행지에서 아나바다운동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이다. 한 분의 소감이 기억난다 “불행하다고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파랑새는 바로 여기에 있네요. 우리 아이들이 파랑새입니다.” 행복은 항상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다.
원을 만들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머리나 어깨에 손을 얹고 그 사람을 위해 기도를 해 주었다. 그 다음 사람 또 그 다음 사람 그러니 나를 위해 43명의 사람이 기도를 해주고, 나 또한 43명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도를 해 주었다. 감동의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나를 위해 내 가족을 위해서만 기도를 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 위해서도 기도하리라. 벅찬 감동과 행복을 안고 잠이 든다.
찬란한 아침 밀밭 앞마당의 미사는 신자가 아닌 나 초자도 평화롭고 평안하게 만든다.
일부는 아침을 준비하고 일부는 점심의 김밥을 쌌다. 나의 실력을 발휘했다. 처음으로 50줄이 넘는 김밥을 싸본다. 노동의 힘든 보다는 함께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 아침은 전복죽.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 또 이 전복죽을 먹어 보랴. 이 많은 것을 준비 해 주신 함박골지기님들께 한없이 감사한다.
땅끝 해양사 박물관은 바다 속에 들어온 듯하다. 이 박물관은 30년간 선원생활을 하신 관장님이 다른 사람에게 아름다운 바다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수집한 것들을 전시한 것이라고 한다. 관장님 사모님의 해설은 명품이였다. 특히 해마는 한번 맺은 부부사이는 평생한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나도 남편과 해마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이 많은 것을 수집한 관장님의 따뜻한 마음을 배우고 싶다.
윤선도의 시 ‘오우가’를 낭송하며 녹우단 은행나무 그늘에 앉는다. 가만히 앉아 녹색비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이 많은 유물이 남아 있는 것은 기록하는 습관 때문이다. 정약용도 마찬가지다. 나도 감사하는 마음을 기록하여 본다.
땅 끝에서 서서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가 저리도 푸르렀던가.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바다가 보인다.
공룡들의 삶의 터전인 우황리에서 아침에 싼 김밥을 먹었다. 공룡박물관에서 여러 암석과 단층들을 보면서 아들이 4학년때 배운 것을 이야기한다. 배우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쳐버릴 돌들인데. 유홍준교수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 박물관을 내려 오는 길에 아들이 제의를 한다 “나를 믿어봐 게임을 하자” 아들은 눈을 감고 나는 인도한다. “엄마 무서워” 눈의 감사함을 알았다는 아들이 사랑스럽다.
이번 여행에 대해 서로 소감을 나눈다. 모두들 가슴에 행복을 소중히 안고 한 가족이 되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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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준비 해 주신 김활란 수녀님외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