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분데스리가를 주름잡으며 맹활약했던 차범근 선수와 월드컵 이후 아버지의 전철을 밟으며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차두리 선수로 인해 우리는 분데스리가의 명성에 대해 아주 오래전부터 들어왔고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리그이다.
과연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분데스리가에 대해 알고 있을까? 물론 이글을 쓰는 필자 역시 등록된 선수가 얼마만큼인지, 또 아마추어리그까지 합친다면 도대체 팀의 수가 얼마에 이르는지 정확히 헤아릴 길은 없다. 물론 참고 자료가 있긴 하지만 그 방대한 양에 지쳐 더 이상의 셈이 무의미할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럼 우선 분데스리가라는 말의 의미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독일은 우리가 알다시피 연방제 국가이다. 각 주마다 다른 교육제도, 다른 법규를 가지고 있고 관할 집권 정당 역시 다르다. 분드(Bund)라는 의미는 연합, 연맹이란 뜻으로, 이 단어가 리가, 즉 리그라는 말과 합쳐져 분데스리가라는 말이 생겨났으며 이는 즉, 독일 전체 연방을 아우르는 전체리그를 의미하는 것이다. 1963년 시즌과 동시에 처음으로 분데스리가라는 명칭을 사용하였고 공식적인 기록의 집계는 그때부터 이루어지고 있는것이다.
그렇다면 분데스리가는 어떻게 구성되어있을까? 우리가 흔히 들어서 알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 바이어 레버쿠젠등이 속해있는 1부리그가 독일을 대표하는 바로 분데스리가 1부리그이다. 1부리그는 18개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02~03 시즌에는 위의 세 개팀외에 헤르타 베를린, 샬케 04, 베르더 브레멘, 카이저스라우턴, 슈투트가르트, 1860 뮌헨, 볼프스부르크, 함부르크, 묀헨글라드바흐, 에네르기 코트부스, 한자 로스톡, 뉘른베르크, 하노버 96, 아르미니아 빌레펠트, 보쿰등의 18개팀으로 구성되어있다. 뒤에 소개된 3팀은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승격된 팀들로 매시즌 16위에서 18위까지의 팀은 2부리그로 강등을 당하게 된다. 지난 시즌의 경우 프라이부르크, 쾰른, 쌍파울리 세 팀이 2부리그로 강등된 팀들이다.
1부리그의 알려진 팀들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분데스리가 16회 우승의 최다 우승 기록과 역대 독일 클럽 랭킹 1위에 빛나는 바이에른 뮌헨과 작년 시즌 챔피언이자 90년대 이후 세차례의 우승을 경험한 도르트문트, 2001년과 2002년 독일 FA컵을 연달아 거머쥔 샬케 04등을 들 수 있다. 그밖에 독일 역대 클럽 랭킹 2위에 올라있으며 유일하게 40년째 연달아 1부리그에서만 뛰고 있는 함부르크, 그리고 70년대 바이에른 뮌헨과 쌍벽을 이루며 70년대에만 5번의 우승을 일궈낸 묀헨글라드바흐 등을 들수 있다.
팀별 소개는 나중에 지면을 통해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계속해서 2부리그의 구성을 알아보자. 2부리그 역시 1부리그와 마찬가지로 18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3팀이 아닌 4팀이 하위리그로 강등된다는 점이다. 일단 2부리그는 지명도나 인기등에서 1부리그에 비해 쳐지기는 하지만 선수들의 기량면에서는 1부리그의 중하위권 팀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추고 있다. 즉, 그만큼 1부리그의 몇몇 팀을 제외하고는 기량이 평준화 되어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3만여에 이르는 등록된 팀이 존재하는 독일에서 2부리그에서 1년이나마 뛰어본 팀이 겨우 111개 팀에 지나지 않고, 그나마 1년만에 다시 하위리그로 강등된 팀이 그중 22개팀에 이른다는 사실에서 2부리그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해 볼수 있을 것이다. 2부리그에 속한팀들중엔 역대 독일 클럽 랭킹 4위에 올라있는 쾰른을 비롯해, 1980년 UEFA컵의 주인공인 프랑크푸르트, 꾸준히 1부리그와 2부리그를 넘나드는 두이스부르크등이 있다.
2부리그에서 강등된 팀은 3부리그에 해당하는 레기오날리가(Regionalliga)로 내려가게 된다. 이는 지역리그 혹은 지방리그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레기오날리가는 다시 북부와 남부 레기오날리가로 나뉘어진다. 북부리그는 북부리그끼리, 남부리그는 남부리그끼리 홈 앤드 어웨이로 경기를 펼치며 각각 18개팀씩 전부 36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부의 상위 2개팀과 남부의 상위 2개팀이 각각 2부리그로 승격하게 되며, 이번 시즌엔 북부에선 뤼벡과 브라운슈바이크, 남부에선 부르크하우젠과 트리어가 각각 2부리그로 승격하였다.
반면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15위에서 18위까지였던 운터하힝, 자르브뤽켄, 슈바인푸르트, 바벨스베르크등은 레기오날리가로 강등이 되었다. 운터하힝은 99/00 시즌에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팀으로 01/02 시즌 2부리그로 강등된 뒤 1년만에 다시 3부리그인 레기오날리가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11게임을 치른 현재 남부 레기오날리가에서 1위를 달리며 2부리그로의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불과 세 시즌만에 1부에서 3부를 모두 경험하는 흔치 않은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조금만 쳐지면 강등될 수 있다는 일종의 본보기이기도 하다. 3부리그 팀이라곤 하지만 이팀들 역시 직업 선수, 즉 프로 선수이다. 우니온 베를린 팀은 레기오날리가팀으로 2001년 FA컵 결승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4부리그에 해당하는 리그는 오버리가(Oberliga)라 칭해지며, 이는 상위리그, 혹은 상급리그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오버리가는 다시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하는 10개의 리그로 구분되어진다. 2개의 권역으로 나뉘어진 레기오날리가보다 더 세분화된 리그로 바덴-뷔템베르크, 바이에른, 함부르크/슐레스비히 홀스타인, 헤쎈, 니더작센/브레멘, 북독-북부, 북독-남부, 노르트라인, 남서부, 베스트팔렌 등이 그 권역이다. 각 권역의 리그는 각각 18개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권역내 18개 팀이 역시 홈 앤드 어웨이로 경기를 갖고, 각 10개 권역에서의 1위 팀들중 승점이 낮은 2팀을 제외한 8개팀이 레기오날리가로 승격하게 된다. 대개 1부나 2부리그 팀에서 운영하는 아마츄어팀들이 대개 레기오날리가나 오버리가에 속해 있는 경우들이 많다.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 브레멘, 함부르크, 쾰른, 레버쿠젠, 프랑크푸르트, 카이저스라우턴 등에서 운영하는 아마츄어팀들이 현재레기오날리가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발트호프 만하임, 볼프스부르크, 헤르타 베를린, 한자 로스톡, 에네르기 코트부스, 묀헨글라드바흐, 알레마니아 아헨, 두이스부르크, 마인츠 05, 샬케 04, 보쿰 등이 운영하는 아마츄어팀들이 오버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상 대략 살펴본 4부리그 까지의 팀수만도 대략 250팀을 훌쩍 넘어서니 분데스리가가 얼마만큼 거대한 조직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이 분데스리가의 모든 조직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그 밑에 또다시 하위리그가 존재 하기 때문이다. 5부리그라 할수 있는 리그부터는 아마추어의 성격을 띄고 있지만 이들 클럽 역시 법적으로 등록된 클럽임과 동시에, 성적에 따라 오버리가 혹은 더 상위의 리그로의 도약도 가능하기에 우리가 흔히 아는 동네 축구의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그 역시 오산이다. 5부리그라 할지라도 해마다 리그에서 1위를 한다면 이론상 4년만에 1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자격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버리가에서 10개의 권역으로 나뉘었던 권역구분은 5부리그에 이르러 다시 5개의 페어반트(Verband) 산하의 21개 세분화 지역으로 나뉜다. 페어반트란 동맹, 조합이란 뜻으로 5부리그에 해당하는 리그를 페어반트리가(Verbandliga)라 칭한다. 각 권역을 소개하기엔 숫자상 어려움이 따르는 관계로 이는 그냥 21개의 권역이라는 것만 밝히기로 한다. 페어반트리가는 각 지역마다 구성된 클럽의 수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개 10여개의 팀들이 존재한다. 이들중엔 우리나라의 동호회 수준의 클럽에서 발전되어 온 클럽들도 상당히 많이 존재하는바,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주축이 된 클럽도 있고, 간혹 터키인들이나 모로코인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클럽들도 찾아 볼 수 있다.
페어반트리가의 하위리그는 베찌르크리가(Bezirkliga)라 칭한다. 6부리그라 할 수 있는 이 리그의 베찌르크는 우리나라의 작은 시 정도에 해당하는 행정구역 단위를 일컫는다. 즉, 작은 시 정도의 규모에 근거를 두고 있는 클럽인 것이다. 팀원의 구성이나 수준은 페어반트리가와 비슷한 수준이라 이해하면 될 것이다.
7부리그에 해당하는 리그는 란데스리가(Landesliga)라 칭한다. Land의 본래 의미는 주에 해당하는 큰 범위지만 여기서는 베찌르크보다 작은 지역의 리그를 일컬어 쓰이고 있다. 7부리그에 해당하는 란데스리가는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리그의 마지막 단계이다. 즉, 란데스리가에 소속된 팀들까지는 모두 정식인가를 받은 클럽이란 의미이다. 이렇게 공식적인 인가를 받은 클럽만 독일내에 전국적으로 거의 30,000여개에 이르는데,이것이 바로 독일 축구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흔히 유럽의 축구를 일컬어 문화라는 말을 종종 쓴다. 지역분권의 독일 같은 경우엔, 지역에 따라 리그가 생겨나고, 그에 따라 위에 기술한 바와 같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강등과 승격을 하며 분데스리가를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탄탄한 기초에 근거한 분데스리가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도 물론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몇 부 리그인지 조차 구분지을 수 없는 클럽간의 경기에도 그 클럽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모여 경기를 관전하며 환호하는 모습에서 늘 강자일 수밖에 없는 유럽 축구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