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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omy Sunday, Movie
글루미 선데이라는 동명의 영화는 1999년 독일과 헝가리의 합작으로 제작되었다. 롤프 슈렐이라는 생소한 감독이 연출을 맡았지만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 이후 독일 영화계에 가장 아름다운 영화를 선사했다는 찬사를 받을 만큼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작품성은 물론 오락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지만, 국내에선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남자 주인공은 조아킴 크롤이라는 독일 연극배우와 "파리넬리"에서 각광을 받았던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배우 스테파노 디오니시, 이렇게 두 명이다. 일로나 역을 맡은 여배우는 헝가리의 신예 에리카 마로잔이다. 특히, 여배우의 매력은 모니카 벨루치 신드롬을 능가할 정도로 대단하다. 장미라는 비유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아름다운 배우다. 하지만, 이 작품이후 뚜렷한 활동이 없어 그녀에 매력에 빠졌던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 영화는 완전 논픽션은 아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욱 드라마틱하게 느껴진다. 레스토랑 주인과 연인 사이였던 일로나에게 어느 날 피아니스트가 나타나 새롭게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일로나를 절대 떠날 수 없는 이 두 남자는 일로나를 공유하기로 합의한다. 우리 나라 정서에서 보면 다소 충격적인 설정이지만, 영화에서는 이들의 사랑을 매우 진실되게 표현하고 있어 특별한 거부감은 없다. 배경이 된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전경은 유럽 여행시 헝가리를 방문해 보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킨다. 특히 세 연인이 풀밭에 누워 서로의 안정적인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은 국내 커피 CF에서 김하늘을 주인공으로 패러디되기도 했다. 이런 세 사람의 사랑은 2차 대전 발발로 비극적인 종말을 맡게 되지만 맨 마지막에는 극적인 반전도 기다리고 있다.
Gloomy Sunday, DVD
이번에 국내에서 출시될 "Gloomy Sunday"는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출시되는 DVD이다. 디지베타를 소스로 사용하여 본편이 제작되었으며, 스페셜 피쳐에 담겨있는 내용은 독일 버전에서 옮겨온 것이다. 비디오는 레터박스로 포맷되어 있으며 오디오는 독일어 돌비 디지털 2.0을 제공하고 있다. 화면의 해상력이 부족하여 윤곽선이 제대로 살지 않는 단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화사한 색감과 함께 만족할만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오디오는 평이한 수준이다. 스페셜 피쳐에는 감독 인터뷰와 함께 "Background of Gloomy Sunday"라는 다큐멘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소 생소한 감독과 출연진 소개도 상세하게 되어있다. 국내에서는 일로나의 헤어 누드가 문제가 되어 심의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도베르만처럼 암전 처리(약 1초)로 심의에 통과했다. 약 0.5초 정도의 헤어 누드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독수리 같은 눈을 가지고 털끝 하나 놓지지 않는 영등위의 놀라운 시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전체 타이틀 수준은 중상급 이상으로 평가할 수 있어 이 영화의 팬들이라면 소장용으로 분류해도 무리가 없겠다. 매우 화창한 봄날, 혹은 너무나 스산한 가을의 어느 날에 감상해 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