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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로 작성하려다 내용이 다소 길어지고 난잡해 보여 읽는 분들도 불편하실 것 같아 따로 글을 남깁니다.
PER로 보면 전성기의 천시 빌럽스가 전성기의 아이재이아 토마스보다 분명히 더 뛰어난 선수입니다. 하지만 1차 스탯으로 보면 누구나 아이재이아 토마스가 더 뛰어난 선수인 걸 한눈에 알 수 있지요. 샤킬 오닐의 1998-99 시즌과 1999-00 시즌의 PER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오닐은 1998-99 시즌 All-NBA First Team에도 선정되지 못 했었고 1999-00 시즌엔 만장일치에 단 한 표 모자란 시즌 MVP였고요. 웨이드의 2011년 파이널 PER이 1993년 파이널의 조던보다도 높게 나왔지만 실제로 그렇게 주장할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대개 PER은 참고용이라고들 하지만, 전 참고도 하지 않습니다. 참고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닐의 플레이오프 PER 커리어 하이가 쓰리핏 시절이 아닌 1998년인데, 그땐 재즈에게 스윕 당했던 암울한 시기였지요. 오닐의 1998년 플레이오프는 2000년 플레이오프에 비해 득점은 비슷하면서 리바운드는 5개 적게 잡았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1998년엔 2000년보다 야투율이 높았고 경기당 5분을 더 적게 뛰었기 때문입니다. 던컨도 이런 예가 있죠. 작년의 던컨이 99년 우승했던 던컨보다 PER이 높습니다. 1차 스탯으로 보면 99년의 던컨이 더 뛰어난 게 뻔히 보이는데, 99년의 던컨이 잘못한 게 하나 있다면 작년의 던컨보다 훨씬 더 많이 뛰었다는 것이죠. 더 많이 뛸 수 있다면 더 많이 뛰는 게 좋은 것이고, 작년의 던컨 역시 99년의 던컨만큼 뛸 수 있었다면 당연히 더 좋았겠지만 체력 문제와 그로 인한 파포비치의 출장시간 분배로 인해 그럴 수 없었고요.
효율성을 고려하자고 많이 뛴 선수의 기록은 과소평가 되고 적게 뛴 선수는 과대평가 됩니다. 경기당 평균 출장시간과 소화한 경기수, 즉 누적 출장시간에 따라 선수의 체력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야투율이 달라지며 또한 경기 페이스가 빠를 수록 체력은 더 소모되기 마련인데(코비가 괜히 나이 먹고 지공으로 썬더를 상대하려 했던 게 아니듯이), 적게 뛴 선수와 많이 뛴 선수의 야투율은 또 똑같이 적용시키죠.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하나의 공식으로 선수들을 줄세우기 하려는 행위는 전 스포츠에 대한 모독으로 봅니다.
혹자는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리그의 분명한 투탑으로 꼽히는 르브론과 듀랜트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란히 리그 PER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기록이 아니냐고 말이죠. PER도 홀린저가 나름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공식이라 물론 잘하는 선수가 높게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재작년, 리그의 양대산맥인 르브론과 듀랜트가 파이널에서 맞붙었던 2011-12 시즌 듀랜트의 PER은 리그 4위였고 3위는 다름 아닌 웨이드였지요. 그해 시즌 MVP 레이스 역시 르브론과 듀랜트의 대결구도였는데 말입니다. 듀랜트가 잘못한 게 있다면 웨이드보다 17경기를 더 소화했고 경기당 평균 5분 이상을 더 뛰었던 것입니다. 결과가 이런 식으로 나올 땐 혹자는 또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가끔씩 오차도 있을 수 있는 거 아니겠냐고요. 이런 해석은 이현령비현령이죠. 문제는 이렇게 오류가 심할 수 있는 PER을 기준으로 어떠한 주장을 펼칠 때, 자신이 거기서 예시로 드는 PER에 오류가 없는지 누가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흔히들 적잖은 사람들이 르브론의 전성기도 오닐의 최전성기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혹은 잘 봐주면 대등하다 이런 얘길 하는데 역대 탑 10 PER 리스트를 보면 르브론의 이름은 세 번이 들어가 있지만 오닐의 이름은 없습니다. 말이 앞뒤가 연결이 되지 않죠. 작년 르브론의 플레이오프 PER은 오닐의 2000년 플레이오프 PER보다 높고 2001년, 2002년 플레이오프 PER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떠올려 보면 되죠.
오닐이 쓰리핏 기간 동안 비교적 막히거나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때는, 단일 경기가 아닌 시리즈 전체로 보면 2002년 스퍼스와의 2라운드밖에 없었습니다. 3년의 기간 동안 한 번의 시리즈에서 부진했고 나머지는 모두 언터처블급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작년 르브론은 불스와의 시리즈에서 부진했고 벅스와 페이서스를 상대로는 뛰어난 선수처럼 활약해줬고 스퍼스와의 시리즈에서는 네 경기에서 부진했고 세 경기에서 뛰어났습니다. 그런데 PER은 작년의 르브론이 쓰리핏 기간 동안의 오닐보다도 그만큼 더 높게 나왔다는 얘기입니다.
이 PER을 기준으로 역대급 탑 10 리스트를 언급하면서 르브론의 기량은 역대로 봐도 조던과 체임벌린을 제외하고는 이제 적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해석하시는 분들이 가끔씩 있는데, 이건 큰 오류이자 다른 레전드들을 무시하는 격입니다. 참고로 커리어 PER은 체임벌린보다 데이빗 로빈슨이 더 높습니다. 커리어 평균을 1차 스탯으로 보면 상대도 안 되지요. 그런데 PER은 둘이 대등한 선수였던 것처럼 나옵니다. 마치 체임벌린의 숙명의 라이벌은 빌 러셀이 아닌 로빈슨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러셀의 PER은 이들에 명함을 내밀기도 부끄러운 수준이고요. 간단히 얘기하자면 18.9로, 18.8인 빌럽스와 호각지세인 수준입니다. 하지만 러셀은 적잖은 평가에서 체임벌린보다 위대한 선수로 평가 받고 있지요. 1980년 NBA 35주년 기념으로 치러졌던 공식 투표에서 러셀은 역대 최고의 플레이어로 선정되었던 바 있기도 합니다.
PER로 치면 던컨은 오닐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커리어 PER로 봐도 오닐의 우세이고, 최전성기적 PER로 봐도 오닐의 압도적 우세지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오닐보다 던컨이 더 위대한 선수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PER을 마치 기량을 측정하는 최적의 도구처럼 해석한다면, 오닐이 기량은 더 뛰어났지만 던컨이 더 위대한 선수라는 얘기가 됩니다. 바꿔 말하면 오닐의 기량은 PER의 차이만큼 던컨보다 훨씬 뛰어났는데 승리는 던컨이 더 챙겼단 얘기죠. 오닐이 기량은 훨씬 뛰어났는데 승리는 던컨이 더 챙겼다? 이 말이 성립되려면 던컨이 오닐보다 동료들 덕을 훨씬 더 봤다는 얘기로밖엔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동료복을 언급하면 자주 등장하는 건 정작 오닐이지 던컨이 아니죠. 앞뒤가 맞지 않게 됩니다. 일반적인 평가는 최전성기엔 오닐이 던컨보다 나은 기량이었지만 PER이 시사하는 만큼 압도적인 차이는 아니었고 던컨이 오닐보다 자신의 팀을 더 오랫동안 꾸준히 승리로 이끄는 플레이에 능했다, 이 정도겠지요. 헌데, 그럼 그것 또한 기량의 일부라고 봐야 할 겁니다. PER은 1996-97 시즌의 오닐이 2002-03 시즌의 던컨보다 더 뛰어났다고 나타내지만 실상은 당시 오닐은 All-NBA Third Team, 던컨은 시즌 MVP였고 플레이오프 PER 역시 1997년의 오닐이 2003년의 던컨보다 뛰어났다고 나타내지만 오닐은 말론에게 한 수 배우며 재즈에게 완패, 던컨은 역대 최고의 파워포워드다운 눈부신 활약과 함께 파이널 MVP를 수상했습니다.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토마스가 빌럽스보다 뛰어난 선수였고 1993년 파이널의 조던이 2011년 파이널의 웨이드보다 뛰어났고 2000년의 오닐이 1999년의 오닐보다 뛰어났고 1999년의 던컨이 작년의 던컨보다 뛰어났고 2012년의 듀랜트가 2012년의 웨이드보다 뛰어났고 체임벌린이 로빈슨보다 뛰어났고 등등 이 모든 걸 우린 어떻게 알고 있을까요? 1차 스탯과 팀성적을 종합해서 아는 것이지요. PER이 없어도 이 모든 걸 알 수 있고 PER이 없어도 르브론이 현 리그 최고의 선수인 걸 알 수 있고 PER이 없어도 이번 시즌 듀랜트가 르브론과 동등, 혹은 그 이상으로 무서운 활약을 보이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듀랜트의 1차 스탯이 30-8-5에 육박하기 때문이죠. 앞서 언급한 예시들에서 PER은 모두 오류를 보이고 있으나, 1차 스탯과 팀성적으로 고려할 땐 모두가 아는 얘기들이고 그게 리그의 역사입니다. 1차 스탯과 팀성적으로 지난 60년 동안 최고들을 가려왔고, 지금도 최고를 가리고 있습니다.
케빈 러브가 1차 스탯이 뛰어나지만 아직 플레이오프조차 진출을 못 했기에 사람들은 그 스탯에 어느 정도 의구심을 보이고 있지요. 러브가 이러한 1차 스탯으로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어 시즌 MVP를 수상하고 나아가 우승을 한다면 PER이 얼마가 나오든 상관 없이 러브가 리그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겁니다. PER을 고려하지 않아도 선수들을 평가하는 데 일말의 지장이 없습니다. 반대로 1차 스탯과 팀성적 둘 중 하나만 빠져도 우린 시즌 MVP를 선정할 수 없을 겁니다. 글자만 비슷하게 갖다 붙였을 뿐, 이토록 1차 스탯과 2차 스탯은 그 경중에서 차원이 다릅니다. 1차 스탯과 팀성적, 나아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활약했는지 우리가 두 눈으로 목격한 장면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선수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게 영화 한 편은 족히 볼 수 있는 시간을 투자해서 경기를 보는 큰 이유 중 하나지요.
2차 스탯 중 그나마 1차 스탯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줄 수 있는 유용한 지표는 TS%인데, 전 효율성을 체크할 때 TS%를 제 방식대로 따로 계산합니다. 왜냐면 TS%는 효율성을 계산한다면서 정작 샷클락에 걸려 슛을 시도도 못하거나 드리블 미스, 공격자 파울 등의 턴오버는 전혀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죠. 실제로는 공격 리바운드의 기회가 있는 야투 미스보다 상대방에게 공격권을 100% 헌납함을 의미하는 턴오버가 훨씬 더 좋지 않음에도 말입니다. 예를 들어 야투 10-16에 턴오버 7개면 실질적으로는 야투 10-20에 턴오버 2개보다 나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전 턴오버를 야투 미스에 포함시키고, 자유투는 바이얼레이션으로 얻는 공짜 자유투를 고려하여 자유투의 전체적인 가치를 줄이면서 0.44를 곱하는 TS% 방식이 아닌, 자유투가 야투 대비 가지는 가치 그대로 0.5로 곱합니다. 바이얼레이션으로 얻는 자유투도 자유투 능력이 좋으니까 넣는 것이고 승부처에선 그러한 자유투 하나에 승패가 갈릴 수도 있으며 어차피 박스 스코어에 일반 자유투와 똑같은 1점으로 합산되는데 바이얼레이션으로 얻는 자유투 때문에 그 가치를 0.44라는 수치로 평가절하 시킬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고요. 또한 바이얼레이션으로 얻는 자유투는 그리 많지 않은 편에 속하고 아예 얻지 못 하는 경기들도 많으니 말입니다.
3점 야투로 인해 전체적으로 떨어지게 되는 야투율은 TS%와 마찬가지로 보정 작업을 해줍니다. 그래서 제가 산출하는 공식은 결론부터 간단히 말하자면 <총 공격 메이드 / 총 공격 시도>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총 공격 메이드>란 예를 들어 경기당 1.7개의 3점을 메이드(1.7 x 3 = 5.1)하는 선수가 있다면 일반 야투 메이드(1.7 x 2 = 3.4)의 가치보다 1.7점, 즉 실제로는 2점 야투보다 정확히 3점 메이드 개수만큼의 가치가 더해지게 되고(5.1 - 3.4 = 1.7), 이렇게 3-PT FG 메이드는 메이드 하나당 1점의 부가적인 가치가 있으니 메이드당 2점꼴인 FG 메이드와 기준을 맞추기 위해 2로 나누어 가산하면 정확히 모든 FG 메이드 하나당 2점씩의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그리고 자유투 메이드 역시 3점 메이드와 마찬가지로 하나당 1점씩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면서 2점 메이드의 절반의 가치를 지녔으니 총 FT 메이드를 2로 나누어 앞선 FG 메이드에 더하면 <총 공격 메이드>가 나오게 됩니다.
이번 시즌 웨이드를 제가 지금 댓글을 쓰는 시점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224 (총 FG 메이드) + 4 (총 3-PT FG 메이드 / 2) + 47 (총 FT 메이드 / 2) = 275가 나옵니다. 2점, 3점, 자유투를 모두 야투 하나당 2점의 가치를 지니는 FG 메이드로 변환하여 합친 수치지요. 275 x 2 = 550, 현재 기준으로 웨이드의 2013-14 시즌 총득점인 550점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니 이번 시즌 2점짜리 FG를 275개 메이드한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이 숫자를 <총 공격 시도>로 나누면 정확한 효율성을 가늠할 수 있는 야투율이 나오겠지요. <총 공격 시도>란, 공격권을 가지고 자신이 득점을 메이드하거나 혹은 득점을 못 하고 상대팀에게 공격권을 내준 총 공격 시도수를 말합니다. 공격자 파울을 범하거나 샷클락 바이얼레이션, 3초 바이얼레이션, 5초 바이얼레이션, 8초 바이얼레이션, 공격을 시도하다 수비로부터 스틸을 당하거나 수비에 막혀 나쁜 패스로 턴오버를 범하는 장면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야투 미스처럼 공격권 헌납이자 실제로는 야투 미스보다 더 나쁜 턴오버지만, 야투 미스에 공격 리바운드의 확률이 포함되지 않고 공격권 헌납처럼 간주되니 마찬가지로 야투 미스로 간주합니다.
그리고 자유투는 일반적으로 두 개 시도가 공격권 하나지요. 또 3점 메이드와 달리, 자유투는 총 자유투 시도 중 몇 개가 3점슛 파울로 이루어졌는지 따로 데이터가 없고 그 빈도수가 바이얼레이션으로 얻는 자유투 하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되기도 하니, 계산을 위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유투 두 개당 공격권 하나로 간주합니다. 그럼 <총 공격 시도>는 FGA + (FTA / 2) + TOV라 정의할 수 있지요. <총 공격 메이드 / 총 공격 시도>를 더 빨리 계산할 수 있도록 간단히 줄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Total PTS / 2 ) / {FGA + (FTA / 2) + TOV}
경기당 평균 기록으로 계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각각 반올림된 소수에 소수가 계산되다 보니 약간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정확한 결과를 위해선 해당 시즌의 총 기록으로 계산하는 게 좋습니다. 전 저만의 이 계산법을 True FG%라 대충 어거지로 붙여 TFG%라 부르는데, 이번 시즌 웨이드의 TFG%를 계산해 보면 (550 / 2) / {411 + (134 / 2) + 83} = 49.0%임을 알 수 있습니다. 샷을 넣었든 미스했든 블락을 당했든 턴오버를 범했든, 웨이드의 손에서 히트의 공격권이 끝난 총 561번의 공격 중 49.0%의 확률, 즉 275번의 공격(= 550점)을 성공시켰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웨이드의 최고의 정규시즌으로 꼽히는 2008-09 시즌의 TFG%를 한번 살펴볼까요. (2,386 / 2) / {1,739 + (771 / 2) + 272} = 1,193 / 2,396.5 = 49.8%입니다. 2008-09 시즌 웨이드의 표면적인 야투율은 49.1%였고 이번 시즌 야투율은 54.5%로 웨이드의 커리어 하이 야투율이라고들 하지만, 그 야투율엔 어느 정도 거품이 있고 실제 야투율은 2008-09 시즌이 더 좋았다는 얘기죠. 왜냐면 웨이드는 2008-09 시즌에 지금보다 3점을 경기당 3개 가까이 더 시도했고 자유투를 지금보다 2배 이상을 더 시도하는, 즉 얻어내는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야투 10개 시도해서 절반 꽂아 넣으면 총 10점에 필드골 50%로 뛰어난 기록이지만, 야투 10번 시도 중 2개 성공해서 필드골 성공률이 고작 20%라 하더라도 나머지 야투 8개 중 5개에서 자유투를 얻어내고 80%의 자유투 성공률로 10개 중 8개를 메이드한다면 도합 12점을 기록하게 되는 거죠. 전자의 필드골이 30% 더 뛰어나지만 실제로는 후자의 생산성이 20% 더 뛰어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자유투를 많이 얻어내는 것은 필드골 성공률이 반영하지 못하는 큰 부분 중 하나이자 매우 효율적인 공격 방법 중 하나입니다. 즉 2008-09 시즌의 웨이드는 실질적으로 49.8%의 야투율로 평균 30.2 득점을 기록하던 선수였고, 이번 시즌의 웨이드는 49.0%의 야투율로 19.6 득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득점은 내려갔지만 그 어느 때보다 효율적인 농구를 하고 있다고들 얘기하지만 사실이 아니고, 1차 스탯의 야투율에 현혹될 수 있는 케이스입니다.
한편 제임스 하든은 지난 달 그리즐리스를 상대로 필드골 2-9, 야투율 22.2%에 그쳤지만 자유투를 무려 25개나 얻어내어 그중 22개를 꽂아 넣었지요. 그날 약 21.5번의 공격권으로 27점을 넣은 셈이니 실제로는 60% 이상의 높은 야투율로 효율적인 득점을 올렸던 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 웨이드의 1차 스탯 야투율이 표면적으로는 54.5%에 달하는 반면 제임스 하든의 야투율은 45.0%지요. 역시 제가 현재 글을 쓰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든의 TFG%를 계산해 보면, (812/ 2) / {545 + (299 / 2) + 126} = 406 / 820.5 = 49.5%로 이번 시즌의 웨이드보다 실제로는 더 높은 야투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TS%로 보더라도 웨이드가 58.5%, 하든은 60.0%입니다. 하든은 경기당 무려 6개 이상의 3점을 시도하고 9개 이상의 자유투를 얻어내는 선수이기 때문이죠. 현재 시점으로 누가 더 뛰어난 슛팅가드냐고 묻는다면, 웨이드보다 높은 야투율과 더 많은 리바운드,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매경기당 5점씩을 더 득점하고 자신의 팀에서 더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하든이라고 답하겠습니다.
하나 더 눈에 띄는 예를 들자면, 2000-01 시즌의 앨런 아이버슨은 MVP를 수상하고도 이따금씩 야투율이 너무 낮다는 오명에 시달리고는 하죠. 반면 샤킬 오닐은 아마도 효율성의 대명사처럼 떠오를 겁니다. 당시 아이버슨의 야투율은 불과 42.0%였고 오닐의 야투율은 57.2%였습니다. 하지만 TFG%를 계산해 보면,
아이버슨 : (2,207 / 2) / {1,813 + (719 / 2) + 237} = 1,103.5 / 2,409.5 = 45.8%
오닐 : (2,125 / 2) / {1,422 + (972 / 2) + 218} = 1,062.5 / 2,126 = 50.0%
물론 오닐의 효율이 여전히 아이버슨의 효율보다 높았지만, 둘의 효율성 차이는 5% 이하로 1차 스탯이 나타내는 야투율의 차이만큼 컸던 것은 전혀 아니었다는 얘기죠. 아이버슨은 그해 경기당 10.1개의 자유투를 얻어내어 8.2개를 꽂아 넣었던 반면 오닐은 13.1개의 자유투를 얻어내어 6.7개의 자유투를 넣었습니다. 오닐에게 난사 이미지가 없다면, 당시 식서스에서 막대한 공격 부담을 안고 경기당 평균 39.5분을 뛰며 그로부터 5%도 차이 나지 않는 야투율로 조던 은퇴 이후 3년만에 처음으로 평균 30점 고지를 넘으며 득점왕을 차지했던 아이버슨에게 난사왕이란 표현은 가혹한 것이겠고, 실제로 그해 아이버슨은 오닐보다도 훨씬 전천후 스코어러였던 동시에 MVP를 수상했지요. 바이얼레이션 자유투의 가치를 일반 자유투처럼 생각하지 않고 자유투의 전체적인 가치 자체를 x 0.5 대신 x 0.44로 줄인 TS%로 비교해 보더라도 둘의 당시 야투율 차이는 5%대 정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참고로 아래는 이번 시즌 현재까지 르브론과 듀랜트의 TFG%입니다.
르브론 : (935 / 2) / {580 + (263 / 2) + 127} = 467.5 / 838.5 = 55.8%
듀랜트 : (1,133 / 2) / {739 + (379 / 2) + 114} = 566.5 / 1,042.5 = 54.3%
르브론은 실질적으로 55.8%의 야투율로 26.0-6.6-6.5를 기록하고 있고,
듀랜트는 실질적으로 54.3%의 야투율로 29.8-8.1-4.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TS%식 계산은 2차 스탯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별다른 오류가 없는 스탯이고 저는 또 저만의 방식으로 이렇게 계산을 하지만, 여기까진 설명을 위한 것이었고 정작 제 자신도 TFG%라는 이 2차 스탯을 그리 활용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2차 스탯 없어도 1차 스탯과 선수의 활약상, 팀성적, 그리고 그 팀의 사정 등을 고려하면 위에 열거한 사실들은 모두 알 수 있는 대목들이니까요. 아이버슨이 오닐보다 더 적합한 MVP였는지, 지금의 웨이드가 2009년의 웨이드와 많이 다른 선수인지, 현재의 듀랜트가 르브론보다 MVP 레이스에서 더 앞서 가는 활약을 보이고 있는지 (웨스트브룩의 복귀까지 듀랜트가 썬더를 얼마나 지탱해 주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이런 것들 모두 2차 스탯 전혀 없이도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니까요. 흔히들 2차 스탯은 한발 양보해서 참고용이라고 하지만, 이때까지 TS%식 계산을 제외하고는 적어도 제 판단에는 참고가 된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안 될 것이고요. 여전히 NBA 보고 즐기고 판단하는 데 아무런 지장은 없습니다.
글 정말 잘읽었습니다. 정말 말그대로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