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이야기 (The story of us )
신입사원인 케이티(미셸 파이퍼 분)는 자신에게 클립을 던지며 장난을 치는 코메디 작가 벤(브루스 윌리스 분)에게 끌린다. 장난기 많은 벤을 만나면서 자기 자신 안에도 장난기 많은 소녀가 있음을 발견한다. 이러한 발견은 삶을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었다. 게다가 그녀가 크로스워드 낱말 맞추기를 하면서 답을 다 아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자, 벤은 정말 놀라워하고 재미있어 한다. 그녀에게는 자유 분방하고 재치 있으며 매순간을 즐겁게 사는 벤이야말로 세상을 새롭게 만드는 마술사 같았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한사람이 마법을 쓰면, 다른 한 사람은 현실적이 되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낱말 맞추기처럼 매사를 스케줄대로 처리하고,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며, 아이들을 올바르게 잘 키우려고 애쓰는 케이티에게, 결혼은 지겹도록 힘든 일상사의 연속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케이티의 모습은 전형적인 1번 유형의 사람으로 보인다. 언제나 해야 할 일이 우선인 그녀는, 남편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다가도 앞니를 뽑은 아들 조쉬의 베개 밑에 돈을 넣어야 한다며 벗은 남편을 아이들 방으로 보낸다. 매일 온 식구가 귀가해서 하는 ‘하루 일과 게임’(그날 있었던 좋은 일과 나쁜 일을 한 가지씩 말하는 게임)에서도 남편은 즐겁게 끌어가려고 하는데 반해, 케이티는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문제점을 보려 애를 쓴다. 아이들을 캠프에 데려다 주면서도 앞차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케이티는 어서 앞차를 추월하라고 소리를 질러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것이다. 서로 다정한 말을 주고받다가도, 사람의 이름을 잘못 말하거나 발음이 틀리면 꼭 지적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케이티. 그런 그녀에게 즐거운 일에만 열심인 남편 벤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대책이 없어 보일 뿐이다.
고장난 세탁기에서 거품이 뿜어져 나와 부엌마루를 뒤덮어 가고 있는데, 아이들 둘은 서로 싸우느라 난리 법석을 떤다. 그 와중에 벤은 전화를 해서 자신들이 첫 살림을 살던 아파트가 재개발 때문에 부서지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주기는 해도, 아이들 양육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남편. 보던 신문을 취소해달라고 해도 대답만 할뿐, 모든 일을 떠안게 된 케이트는 마침내 헤어지자는 말을 하게 된다.
1번 유형의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를 변화시키려고 애를 쓰며,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비난한다. 그러면서 상대가 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 지 이해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자기 혼자 힘들게 일하고 노력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분노를 가슴 속에 쌓아가는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벤은 “그 장난기 많던 발랄한 소녀는 도대체 어딜 갔지?” 라고 소리치고, 그녀는 벤에게 “당신이 사라지게 만들었잖아요! 집안 살림을 내게 다 맡기고, 늘 허드렛일에 파묻혀있는 내 입장을 단 1초도 헤아려주지 않았어요!” 하고 소리친다. 마침내 두 사람은 이혼하기로 결정하고, 캠프가 끝난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하며 부모의 이혼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하나 고민한다.
달리는 차 안에서 케이티는 자신들이 쌓아온 오래된 역사들을 떠올린다. 사랑할 때의 설레임과 결혼식 때의 환희, 첫아이를 낳았을 때의 기쁨들. 아이가 아플 때도, 또 아버지가 돌아갔을 때도 괴로움과 고통을 함께했던 가족들. 아이와 함께 장난을 칠 때, 자신을 바라볼 때의 남편 벤의 즐거운 눈빛들을. 하나도 일치하는 게 없는 부부였지만 서로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마침내 케이티는 남편 벤에게 울며 고백한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당신의 눈썹만 보아도 당신의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있어요. 오랜 시간에 걸친 역사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어요. 결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지만 나쁜 것보다 좋은 게 더 많았어요.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나는 내 속에 생기발랄하고 장난기 많은 어린아이가 있다는 걸 알지 못했어요. 누구에게나 마음에 딱 드는 사람은 없어요. 서로가 완벽한 건 아니니까요. 당신이 못하는 건 내가 할 수 있고, 나의 결점을 당신이 덮어주고 살면 되죠. 당신을 사랑해요”
1번 유형의 사람들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걸 그만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타인들을 끊임없이 비판하려는 그들의 부정적인 에너지 때문에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성장하는 것을 바라보는 일이며, 성장하는 것은 아직 완벽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1번 유형의 사람들이 삶에서 행복해 지는 길은 자신도 성장 중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중간 중간에 휴식하고 축복하고 삶을 즐기는 것이다. (롭 라이너 감독의 1999년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