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굉장히 유별난 특징을 하나 지니고 있는데,
타인의 호의를 고마움보다는 부담감이나 압박감으로 느낀다는 겁니다.
친구나 지인, 직장 동료가 선의로 도움을 준다거나, 생일 때 축하 선물을 준다거나 할 때,
보통 사람들의 흔한 반응이란, 상대방에게 고마워하고 기뻐하는 것이겠지만,
HSP들은 이러한 호의를 마치 내가 되갚아야 할 채무나 대출 장부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즉, 상대방에게 내가 받은 것 이상을 돌려주기 전까지는
심리적으로 계속해서 "빚진 마음"이라는 불편감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죠.
마음속 양팔저울
예민한 사람들의 내면에는 균형을 추구하는 양팔저울이 있습니다.
이 양팔저울의 한쪽은 나의 이득, 다른 한쪽에는 상대방의 이득이 계량되는데,
어느 한쪽의 이득이 많아져 저울이 누군가에게로 기울게 된다면,
양팔저울은 곧 시끄러운 알람을 울리게 되죠.
"다시 수평으로 만들어야 해!!!!! 균형을 이뤄야 해!!!!!"
이 경고음의 근원은 바로 불공평함과 죄책감입니다.
내가 타인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되면, HSP들의 내면에서는 불공평함이라는 감정이 고개를 들게 되고,
반대로 타인이 날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되면, 이들의 내면에는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자라나게 됩니다.
흥미로운 현상이죠.
내가 사랑받고 이득을 취하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향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이.
이러한 Guilt-proneness(죄책감을 잘 느끼는 경향성)로 인해,
HSP들은 고마움을 느끼기 전에 이 죄책감부터 해소하고자 하는 동기가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HSP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고성능의 안테나가 달려 있어 타인의 감정을 마치 내 것처럼 느끼기에,
내가 편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주변 사람들을 케어하게 됩니다.
※ 감정은 원래 자신의 상태 하나만을 반영하는 개별값이지만,
예민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감정이 주변 사람들의 상태까지 전부 다 반영되는 합산값의 개념에 가깝다.
평범한 철수는 자신의 감정만 헤아리며 살아가도 되지만,
예민한 영희는 자신 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철수, 순애, 영철, 정숙이의 상태까지 포함해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영희에게 나쁜 일이 하나도 없더라도, 철수나 순애가 갑자기 짜증을 내면 예민한 영희의 감정 상태는 짜증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행동을 계속해서 하게 될 수밖에 없다.
HSP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보통 친사회적이며 이타적인 행동을 보이는 편이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들의 내면이 다정함과 인류애로 꽉 차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면 할수록, 그들의 내면은 시끄럽고 불편한 경고음으로 가득차게 되죠.
'언제까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며 살아야 하나?'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걸 저들은 알까?'
'왜 저 사람들은 내가 배려한 것의 반도 날 위해 해 주지 않는 걸까?'
'불공평해.'
'억울해.'
기브 앤 테이크에 대한 은근한 기대와 실망감이 쌓여가면서,
예민한 사람들의 내면에는 점점 한 쪽(타인)으로 기울어진 저울로 인한 노이즈가 심해져 옵니다.
- 타인의 감정이 느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 괴로움
- 남몰래 해 오고 있는 나의 노력과 배려들이 보상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
- 나조차도 이런 내가 바보같다는 걸 알기에 아무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하고 공감받지 못하게 되는 단절감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자면,
왜 그렇게 인생 힘들게 살아? 그냥 너 하나만 신경쓰고 널 위해서만 살아!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은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HSP들은 그들이 가진 <초감정 특성>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한은 자동적으로 그들의 감정을 흡수할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감정선까지 케어하려다가 번아웃이 오게 되고,
결국 찾게 되는 솔루션이란 게 관계 미니멀리스트, 즉,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이죠.
맞아요. 예민하죠.
자기가 알아서 배려해놓고 배려받지 못한다고 억울해하고,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갚아야하나 고민하면서 마냥 즐거워하지도 못하고.
인간관계에서 HSP들이 지니는 예민함의 근원은 바로 마음속 균형의 저울 때문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HSP들과 성격적으로 가장 잘 맞는 사람들의 유형이란,
첫댓글 와.. 무명자님 글 읽다보면.. 특히 예민한 사람의 주제글보면 저를 콕 찝는것 같아서 완전 무릎탁치면서 읽어요ㅎㅎㅎ 저는 선물받는걸 힘들어(?)합니다. 제가 주는건 괜찮은데..(안받아도 된다 생각하고 줘요) 받게되면 나도 줘야하니까능...부담...ㅠ
그리고 최근까지 진짜 제가 오래 볼 사람들로만 관계를 좁혔거든요. 솔직히 심적으로 편안~ 합니다...ㅎ
딱 저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친한 사이면 그래도 부담이 덜한데
애매한 관계에서 뭔가를 받으면 대출 받은 느낌이라
빨리 균형을 맞추려고 보답을 신속히 하는 편이에요~
이러다 보니 도움을 요청하는 걸 참 힘들어합니다.
저도 딱 저..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뭐죠. 제 마음 속에 들어오신 건가요? 무던하게 살고 싶어요. ㅠㅠ
와이프가 하루만에 다 읽은 좋은 책이 있다며 방금 무명자님 책을 가져왔네요^^ 비스게 동지라고 자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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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읽고 있어요. 책 내용을 보면 저는 엠패스 성향이 크네요. 이런 감각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고치고 싶은데 가능할 지 책 읽으면서 고민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