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교향곡 3번] ‘영웅’에서 낭만주의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베토벤이 그 다음 교향곡을 이렇게 생기발랄한 고전적으로 작곡한
것은 다소 의외다. 아마도 베토벤은 [교향곡 4번]의 작곡을 의뢰한 프란츠 폰 오퍼스도르프 공작의 취향을 배려하여 고전주의적
인 음악양식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베토벤은 1806년에 오퍼스도르프 공작의 영지인 북부 슐레지엔 지방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 그곳에서 베토벤은 자신의 [교향곡 제2번]을 선보였다. 하이든도 마음에 들어했던 이 교향곡은 고전적인 정신과 우아한
서정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아마도 오퍼스도르프 공작의 마음에도 들었을 것이다. 베토벤은 작품 의뢰인인 오퍼스도르프 공작을
위해 공작이 이미 들어본 적이 있는 자신의 [교향곡 제2번]의 고전적인 스타일에 준하여 새로운 교향곡 작곡에 착수했고, 그
결과 베토벤의 가장 낭만적인 [교향곡 제3번]에 이어지는 [교향곡 제4번]은 고전적인 명랑함을 지니게 되었다.
반전과 활력, 유머와 위트 - 베토벤의 색다른 매력
1807년 3월, 베토벤의 [교향곡 제4번]이 그의 [코리올란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제4번]과 함께 프란츠 조세프 폰 로브코비츠
공작의 저택에서 초연되었을 때 대부분의 청중들을 1악장 도입부의 느린 템포와 떠도는 화성에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악보에
표시된 조성 기호에 따른다면 분명 이 도입부는 B플랫 장조가 되어야 하지만 들리는 음악은 B플랫 단조이며 매우 신비롭고 어
두운 색채로 가득하다. 1악장의 느린 서주가 현악기의 피치카토(현을 퉁기는 주법)가 가미된 관악기의 화음으로 시작되면 현악
기들이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3도 하행 선율을 연달아 연주한다. 베토벤은 이 신비로운 서주 부분에서 매우 과감한 전조를 감행
해 B플랫 단조에서 갑작스럽게 B단조로 건너뛰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마치 전혀 다른 시공간의 차원으로 이동하는 듯 기묘한
느낌을 전해준다. 또다시 C장조와 d단조로 정처 없이 흐르는 조바꿈이 계속되다가 팀파니와 화려한 트럼펫이 가세하면서 드디
어 1악장의 악상은 확실한 윤곽을 잡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