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 인하의대 교수(인하대병원 성형외과·사진)와 조윤정 인하대의학전문대학원생(3년)은 문학의학학회에서 발간하는 <문학과 의학>에 기고한 '<꺼삐딴리>와 의과대학생들의 의사상'을 통해 의대생들은 소설속 주인공을 시대적·사회적 상황에 갇혀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물로 보고 있었지만, 사회적인 지조나 신념은 삶을 살아가는데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며 처세술이나 기회주의적 면모가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오히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인식조사는 인하대의전원생 26명이 <꺼삐딴리>를 읽고 제출한 독후감을 통해 ▲이인국은 이기적인사람인가 시대의 희생양인가 ▲처세술과 기회주의의 필요성 ▲지조나 신념의 중요성 ▲의사로서의 노력과 실력의 중요성 ▲책을 통해 바라본 의사라는 직업의 의미 ▲소설의 자기화 등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먼저 '이인국'의 성격에 대해 학생들은 무조건적인 비판의 대상인가를 고민하고 있었고, 가혹한 시대상황에 따른 희생양이라는 의견쪽으로 기울었다. 또 '이기적인 처세술이 옳지 못하다'(65%)고 여겼지만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하다'(35%)는 생각도 적지 않았다. 삶을 살아가면서 '지조와 신념을 지키는 것이 가치있다'(42%)와 '이인국이 보여주고 있는 의사로서의 노력과 실력을 인정한다'(42%)는 의견도 많았다.
이 작품을 통해 바라본 의사라는 직업의 의미에 대해서는 '특별한 책임과 사명감을 지닌다'(29%)와 '사회지도층으로서의 덕목을 필요로 한다'(29%)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고, '성공을 이루는 방편'(18%)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소설을 통해 곧 의사가 되는 의대생들의 인식을 투영해 본 결과 '이인국을 반면교사로 삼겠다'(54%)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고, '그를 멘토삼아 좋은 점을 배우겠다'(33%)와 '자신이 어떤 의사가 될 지 아직 알수 없다'(13%)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황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의대 교육목표에 명시된 봉사정신과 윤리관이 모든 학생들에게 각인돼 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대생들이 앞으로 참된 지식인이자 사회지도층으로서 의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식뿐 아니라 인격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격 교육은 인문학 교육을 포함한 직·간접 경험으로 통해 이뤄지며, 이를 통해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인지,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며 "곧 의업에 들어서게 될 의대생들에게 의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접하게 하고 그를 통해 스스로 의사의 가치를 찾아가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