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 바하레야 오아시스 & 사막사파리
이집트 - 바하레야 오아시스 & 사막사파리
이집트의 대표적인 자연이라고 하면 역시 사막을 빼놓을 수 없다. 일단 국토의 90%가 사막이니 정말로 고개만 돌리면 사막이 보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카이로나 알렉산드리아 같은 대도시야 빌딩들 때문에 사막을 보기가 어렵지만 도시만 벗어나면 우리나라 농촌 보듯이 볼 수 있는 것이 사막이다. 가끔 모래폭풍을 만날 때도 있다. 물론 평소에도 자잘한 모래바람은 가끔 부는 편이다. 특히 바람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부는 모습은 의외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사막은 의외로 볼 거리가 상당히 많은 자연이기도 하다. 실제 사막은 단순히 모래 사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집트까지 가서 사막 한번도 안 가본다는 것은 스위스에 가서 알프스 안 들려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막’이란 단어를 떠올려 보면 끊임없는 모래 언덕과 낙타를 탄 행인들의 모습이나 사막 한가운데 섬처럼 덩그러니 있는 야자수와 샘이 있는 오아시스, 혹자는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사막 전투신을 연상하거나, 기타로의 음악이 인상적이었던 다큐멘터리 ’실크로드‘의 장면들이 자리할 것이다. 하지만 이집트의 서부 검은 사막, 하얀 사막에서라면, 아마도 여태껏 머릿속에 그려냈던 이미지들과 다른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사막은 무슨 빛깔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래색깔로 여기고 있는 황색 계열로 대답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이집트의 사막 사파리는 검은 빛깔을 띠는 검은 사막과 하얀 빛깔의 하얀 사막이라고 불리는 곳에 대한 기대에서 시작된다.
이집트 서부에는 바하레야, 파라프라, 다흐라, 하르가, 시와 등 5개의 오아시스가 존재한다. 이 가운데 바하레야는 카이로에서 약 300여 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차량으로 4시간 이면 도착할 수 있다. 사막 한 가운데 신기루처럼 나타나는 자그만 오아시스가 아니라 인구 1만5천 여명 이상이 사는 제법 거대한 주거지이다. 자체적인 농업도 일부 가능하며, 도시와 교류를 통해 있어야 할 법한 것은 다 갖춰져 있다.
외부인들에게 바하레야 오아시스는 또 사막 사파리 투어를 즐기기 위한 거점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사막용 4륜 구동차를 타고 사막의 유목민인 ‘베두인’들의 안내를 따라 캠핑투어에 동참한다.. 대개 바하레야 오아시스를 출발해 약 2~3시간여 이동하면 캠핑 장소에 도착한다. 우선 사막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마주치게 되는 것은 검은 사막이다. 이곳이 검은 빛을 띠는 것은 철광석 성분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황금빛 사막만 생각하다가 검은 사막의 존재에 신기한 마음도 잠시, 1980년대 초반 하얀 사막을 발견했다는 르네의 무덤에 다다랐다. 1980년대라면 이미 암스트롱이 1969년 달에 첫 발을 내딛은 후 10여년 이상이 지난 시기이다. ‘사막은 사암에서 비롯된 황금색 모래로 돼 있다’ 혹은 ‘이집트 서부에는 철광석으로 인한 검은 사막이 있다’와 같은 상식들로 인해 가까이에 아름다운 하얀 사막을 두고도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던가. 오늘날 검은 사막은 올드밸리(Old Valley)로 하얀 사막은 뉴밸리(New Valley)로 부르고 있다.
캠핑 장소에 가까워지자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진기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저마다 다른 모양을 한 하얀색의 거대한 기둥들이 끝없이 이어진 그곳은 바로 하얀 사막이었다. 석회암 지대가 풍화 현상을 겪으며 자연스레 형성된 하얀 사막은 걸을 때마다 파묻히는 모래 바닥이 아니고, 거칠은 석회석 바닥이다. 어릴 적 교실에서 느꼈던 그 분필 가루다.
하얀 석회석 기둥들 사이에 서서 맞이하는 일몰의 빛깔은 색다른 느낌으로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건조한 사막의 하늘은 붉게 번지는 노을을 연출하지 않았지만 온통 하얀 빛 가운데 번지는 느낌은 황량함을 너머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일몰과 함께 사막으로 인도해 온 베두인들이 분주해진다. 본격적인 사막캠핑을 시작한다. 타고 간 4륜 구동차와 카페트 같은 천을 이용해 바람막이를 만든다. 한 쪽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한 쪽에서 베두인들의 전통 음식 준비가 한창이다. 잠시 후 마련된 음식은 감자와 당근 등이 들어간 스튜와 양고기를 호일에 싸서 구운 바비큐로 잔뜩 식욕을 자극한다. 식사가 끝나면 베두인 운전사들이 즉석에서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여행객들에게 밸리댄스를 가르쳐준다. 다리를 움직이고 허리와 엉덩이를 움직이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는 않아도 함께 하는 이들 모두 흥겹기 그지없다. 또 일행들과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 꽃이 밤새 이어지는 잊지 못할 추억거리다.
사막 캠핑에는 지붕이 없다. 매트리스 하나 깔고 따뜻한 담요 덮으면 5성급 호텔은 비교도 되지 않는 수십억 성급(Billion Star) 호텔의 방문객이 된다. 새벽 3~4시경에는 수없이 쏟아지는 유성쇼가 펼쳐진다. 전기 불빛 없는 하늘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함박눈 같이 쏟아지는 장관은 사진에 담을 수도 없고 글로 표현할 수도 없는 충격이었다. 사막에 누워 이렇게도 많은 별들이 하늘에 있었다는 것이 정말 믿어지지 않았던 밤, 정말 모닥불 앞에서 날 밤을 새웠던 추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이집트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꼭 사막 투어를 추천하고 싶다. 잠시 후 눈 붙일 새 없이 사막의 일출이 기다린다.
백 사막에서의 캠핑 외에도 아름다운 꽃 화석 돌을 주울 수 있는 ‘플라워 스톤’ 지역, 천연 크리스탈 지대인 ‘크리스탈 마운틴’ 등을 관광하는 일정이 포함돼 있다.
사막 한 가운데는 화장실이 없다. 캠핑지대에서 멀리 걸어가 자연에서 배설하는 특별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사막에 야생 여우가 산다.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다소 주의가 필요하다. 아침에 보면 음식 냄새를 맡고 캠핑 장을 찾은 그들의 발자국 흔적을 발견 할 수 있다.
첫댓글 카이로 주재 2년 동안 여러번 다녀본 시막길 입니다. 그져 무던하게 지나쳤던 기억뿐 이렇다할 정보가 없었는데.. 잘 읽었습니다.
사막이 멋있어 보입니다. 이런 모습들이 그곳에 있다니 함 가보고 싶군요. 잘 구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