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들 한다. 조영관 시민기자는 얼마 전 서울의 중앙에 자리잡은 용산 미군부대에 다녀왔다. 일반인들이 쉽사리 출입할 수 없는 그 곳의 출입구에 들어서자 두 명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용산지역 사령관 그리고 주임원사(USAG-Yongsan Command Sergeant Major)의 사진이었다. 부사관의 별이라 불리며 부대의 살림을 관리하는 어머니 역할을 맡은 주임원사, 랄프 루쉬(52) 씨를 만났다. 오늘만큼은 군인이 아닌, 서울에 9년간 살았던 한 개인으로서의 그를 인터뷰하고 싶었다. | |
- 군생활은 몇 년 되었으며 서울에는 얼마나 근무하였나?
1979년, 내가 20세때 군인이 되었고 지금까지 32년째 근무 중이다. 1980년 11월 처음 서울에 왔으며, 3년간 근무하다가 해외로 나갔고 다시 87년에 와서 3년간 근무하다가 세 번째로 2008년에 다시 와서 근무 중이다. 해외 근무는 유럽 2개국과 한국이 전부이며 나머지는 미국 여러 지역에서 군 생활을 했다. 한국 근무만 9년이니 한국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 고향은 어디이며 현재 어디에서 사는가?
미국 시골 출신이다. 오하이오주 시내에서 떨어진 프레몬트(Fremont)가 고향이다. 현재는 용산 부대 안에 있는 1층 단독집에서 아내와 살고 있다.
- 용산부대에서 가끔 불꽃놀이 등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부대 내 큰 행사는 무엇인지?
미국독립기념일, 콜롬버스 데이, 계절별 페스티벌 등 큰 행사를 비롯하여 매월 작은 행사도 열고 있다. 군인 가족들과 관계자들을 초대하여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한다. 한국 유명 가수들이 초대되어 노래를 하기도 한다.
- 서울, 하면 떠오르는 느낌이랄까? 혹은 서울 사람들에 대해 한마디로 말한다면?
서울은 많은 사람들이 사는 거대한 도시이다. 서울은 너무 많은 사람들과 빌딩들로 가득하다. 항상 움직이며 무엇인가를 하는 잠들지 않는 도시이다. 사건사고도 많은 도시이다. 그러나 살기에 좋은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서울 사람들은 세계의 어떤 큰 도시 사람들보다도 호기심이 많은 것 같다.
- 서울에서 추천해주고 싶은 관광지는?
서울시내에서는 역시 경복궁과 인사동이 좋다. 가락시장과 노량진 수산시장을 자주 방문하여 싱싱한 야채와 수산물을 사온다.
- 서울이 글로벌 도시라고 생각하는가? 이유는?
그렇다. 이태원에 가보면 전 세계 사람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웃음)
- 서울과 미국의 문화차이 중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것을 꼽는다면?
도로에 나가 자동차 운전을 하다 보면 갑자기 중간에 끼어들기를 한다. 당황해 하고 있으면 오히려 소리부터 지른다. 배려하는 문화가 좀 더 필요하다.
이야기를 하던 중 그의 아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 생각 없이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전화를 한 후 부대 내 집으로 바로 가자고 제안했다. 계획에 없는 방문이었지만 미국식 집을 보고 싶었고, 그의 아내 줄리가 반갑게 맞이해주어 거실을 통해서 식탁에서 자리를 잡았다. 아내 줄리 씨(51세)의 첫인상은 다부지다는 것이었다.

- 집에서 쉴 때는 무엇을 하는가?
집에서 시간 날 때 나무를 이용하여 가구, 테이블, 서랍장 등을 만드는 게 취미이다.(한국인 아내를 통해서 들어보니 랠프의 아버지 직업이 목수였다.)
- 가족에 대해서도 조금 알고 싶다.
서울 출신 한국인 아내와 2명의 아들이 있다. 아내는 현재도 직업을 가지고 있고 두 아들은 모두 군인으로 약제학과 치과를 전공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 (아내 줄리 씨에게) 남편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한다면?
친절하고, 배려하는 사람이다. 끈기도 가졌다. 결혼할 때 시어머니가 처음엔 반대를 하셨는데 한국에서 미국으로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 설득하고 말았다. 군에 입대해서도 주경야독으로 경영학 박사를 받기도 하였다. 부대 내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챙겨주고 따뜻한 관심을 가져준다.
- (아내 줄리 씨에게)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걷는 자만이 앞으로 갈 수 있다.” 이 말은 내가 다닌 서울 예일여중의 교훈이기도 하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정직, 배려, 도전, 능동적 태도를 가지고 살아왔다. 한국인 그리고 한국의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또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 (국제결혼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이겨내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온 그녀의 인생을 짧게나마 들었을 때 감동과 애틋함과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한국인 그리고 애국심이라는 것. 그녀에게서 묻어나는 또 하나의 향기였다.)

용산기지 사령부 소개
이곳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 군대의 본부이기도 하였다. 현재는 2만 5천명 이상의 현역군인, 그 가족, 국방부 군무원, 주미 대사관 근무인원이 근무하는 지역이다. 이곳은 주한미군(USFK), 미8군 본부가 있으며 서울 용산지역에 2.5평방 킬로미터를 차지하고 있다. 작은 미국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체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많은 시설이 있다. 거주지역, 대형마트, 복지 및 오락시설, 음식점, 수영장, 차량정비소, 병원, 치과, 학교가 있고, 가장 높은 건물이 드래곤힐랏지(Dragon Hill Lodge) 호텔이 있다. 차량속도는 30킬로 이내이며, 넘을 경우 군인경찰들에게 걸리기도 한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처는 미국으로 나와 환율에 따라 한 달 후 결제가 된다. 이 지역은 캘리포니아 소속으로 되어 주지사 영화배우 출신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9월에 방문하기도 하였다. 출입을 하기 위해서는 꽤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야 들어갈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