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심산유곡 봉화군 명호면에 있는 청량사에서 조그마한 음악회가 있었습니다.
산사 음악회...
워낙에 음악에 천치고, 또 관심이 없어서 출연진이나 연출자, 또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행사를 열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서 그 흔한 팜프렛 한 장 가져오지 않아서 이 글 올리는데 조금 어려움도 느끼지만....
많은..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작은 사찰에 모여서 깊어 가는 가을밤에 산사를 감도는 음률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음악에 천치이고, 또 마음이 조급하여 그 감동 끝까지 같이 하지 못하고 산사를 떠나게 되었지만은...
절벽 사이에 층층이 서 있는 나뭇잎은 이제 막 검푸른 진녹색을 벗어 던지기 시작하고, 도토리 나무는 후드득..후드득 소리를 내면 자신을 떨구고 있었습니다.
내가 청량산에 가면 늘 가는 길인 산 초입을 입석으로 하여 하늘길을 따라 응진전으로 올랐습니다.
절벽과 나무숲이 탑을 쌓은 듯이 층층이 있어서 이름 붙여진 금탑봉의 천길 낭떨어지 중간에 가느다란..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아주 가느다란 길이 열려 있는데, 이 길을 나는 하늘길이라 부르면 오르길 좋아 합니다.
하늘길을 가면은 꼭 신선이 된 기분... 구름위을 걷는 듯, 하늘에 메달린 듯, 하늘나라 숲길을 걷는 그런 기분이 들기 때문에 붙인 이름입니다.
하늘길 중간에는 겨우 큰 사람 엉덩이 하나 붙일 정도의 작은 터에 응진전이라는 작은 암자가 하나 있습니다.
청량사 부속건물인 응진전은 원효대사가 수도를 위해 머물던 장소입니다.
응진전 뒤로는 거대한 금탑봉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아래로는 천길 낭떨어지 바위가 마치 9층으로 이루어진 금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데다 층마다 소나무와 굴참나무들이 테를 두른 듯 암벽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이름 그대로 금빛 봉우리로 변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이 응진전은 고려말 노국 공주가 16나한상을 모시고 기도 정진한 곳으로 응진전 왼쪽 바위에는 부처님의 발 모양을 닮은 불족암이 있습니다.
응진전 옆에서 감로수로 목을 축이고, 응진전을 뒤로 돌았습니다. 이것도 내가 여기에 올 때마다 하는 습관이지요..응진전 지붕으로 가려진 불족암을 쳐다보면서........
응진전 바로 뒤에 있는 불족암은 그 높이와 크기가 응진전의 열배가 넘는 아주 큰 바위로 수직으로 서 있는데, 응진전 처마 끝에서 쳐다보면 그 바위 끝이 응진전 지붕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그 큰 바위 위에 작은 바위가 하나 달랑 올려져 있는데, 그 바위가 떨어지지 않을 까 염려되어서... 저 바위가 언젠가는 떨어져서 응진전을 덮칠 것이라는 생각에.. 그 자리에 가면 그것이 궁금하여 쓸데없이 응진전 뒤를 돌아 보곤 합니다.
신라말기 문장가 최치원이 수도하면서 물을 마셨다는 총명수를 지나고, 금탑봉으로 올랐습니다.
금탑봉 봉우리 정상에는 진성이씨 묘비가 하나 있는데 묘의 형태는 묘비가 없으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납작하게 되었습니다. 봉우리 정상 반대편에는 봉화군에서 세운 급탑봉 푯말이 있습니다.
금탑봉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오니 발 아래가 아찔한게 반 발만 잘 못 디뎌도 가막득한 낭떨어지로 떨어질 것 같습니다.
급탑봉에서 내려오면서 유난히 오동통하고 둥글둥글한 도토리가 눈에 들어서 한 줌 주워 가져 오다가 다람쥐가 지나다닐 만 한 곳에 놓아두었습니다.
신라 명필가 김생이 글씨 공부를 하였다는 김생굴을 지나서 청량사로 내려 오니 산사 음악회를 보러 온 빼곡히 들어선 사람들로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음악회가 시작되기 전 저녁공양으로 주는 떡을 받아 들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가 음악회가 시작되고 날이 어두워 질 즈음에 추위와 또 다른 사연이 있어서 그냥 산에서 내려 오고 말았습니다. 내년 산사 음악회에는 끝까지 남아있으리라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