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알고 있는 맥주상표에 대해 올려보았습니다.
그동안 의미는 모르고 맥주를 마셔왔는데,( 알고 마신다고 더 맛이 나는 건 아니지만... 주량도 안 세구요^^;;)
요즘 읽고 있는 안정효의 가짜 영어사전에서 상세한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재미삼아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래요!
필자의 소설을 독일어로 번역하던 위르겐 크레프트 교수가 한국을 찾아와 며칠 우리집에서 머물게 되자 첫날 저녁에 그에게 맥주를 대접했다. 그런데 술병에 붙은 "OB 라거"라는 딱지를 보고 크레프트 교수가 폭소를 터뜨렸다.
왜 웃느냐고 물었더니 무슨 맥주의 이름이 "lager"냐는 것이었다.
독일어로 'Lager'는 프랑스어의 'theque'와 비슷해서 자낭균류의 '자낭충'을 뜻한다. 나아가서 술통을 놓아 두는 '좌대'라는 말도 되고, 더욱 발전하여 '저장'이나 '창고'를 의미한다.
국적을 바꿔 영어로 넘어가서도 마찬가지이다. 'lager beer'는 저장하여 익게 만들었기 때문에 'ale'보다 약한 '저장 맥주'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 뜻도 없다. 창고에 죽어서 누워 있는 '저장 맥주'의 반대는, 적어도 단어의 의미상으로는 물론 살아서 펄펄 뛰는 '생맥주(draft beer)'이겠다.
그나마 '라거 비어'라고 말하면 '저장 맥주'라는 뜻이라도 되지만, 'lager'만 남겨 놓았으니 'OB 라거'는 'OB 저장'이다.
'저장 맥주'에다 '저장'이라는 상표를 붙이는 것은 생맥주에다 '생'이라는 이름을 붙이거나,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생산한 인삼주에다 그냥 '인삼주'라는 상표를 붙이는 셈이다. 아니면 '금강구두'라는 제품명 대신에 '가죽 구두'를 상호로 삼거나, 안경알에다 '유리 안경알'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는격이다.
쌀집과 방앗간에 '쌀집'이나 '방앗간'이라는 간판을 내걸 듯 상표가 없는 토속품 수준의 외국어로 포장해서 해외에 수출하며 세계 여기저기서 웃음거리가 되는 우리 나라의 상품이 혹시 없을지 걱정이다.
*ale: n. 에일 맥주- 본래 lager beer보다 쓰고 독한 맛이며 현재 영국에서는 beer보다 품위있는 말로서 beer 와 동의어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