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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정보마당 스크랩 취객 부축하는 척하다 지갑만 `쏙`
실천747 추천 0 조회 15 09.07.20 02:5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취객 부축하는 척하다 지갑만 '쏙'

동행 취재―여름밤 기승 '취객털이' 단속 현장
범행 잦은 곳 밤새 잠복 "길거리 잠들면 먹잇감… 배회하는 오토바이 조심"

"단속이라는 게 밤새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거지, 뭐. 오늘은 분명히 있을 거야. 이런 날은 꼭 있다고."

여름비가 잠시 멎은 16일 새벽, 서울 광진경찰서 강력5팀 권근원(51) 팀장은 실핏줄이 선 눈을 양손으로 문지르며 "비가 와서 일주일 동안 한 명도 못 잡았는데…. 오늘은 한 건 해야지" 했다. 같은 팀 서주완(37) 형사가 "오늘밤은 덥지도 춥지도 않고 꿉꿉하니 밖에서 자는 사람이 많겠다"고 했다.

광진서 강력5팀은 지난 4월부터 매주 4~5일씩 철야 단속을 나가고 있다. 길에서 자는 취객의 지갑을 훔치는 '부축빼기범'을 잡는 게 주요 업무다. 팀원 5명이 2조로 나눠 오전 1~6시까지 서울 광진구·성동구·중랑구, 경기도 구리시·성남시 일대를 하룻밤 평균 100㎞씩 돌며 현행범을 덮친다.

부축빼기는 '취객을 부축하는 척하며 지갑을 빼간다'는 뜻이다. 한때 '아리랑 치기'라고 불리다가 "'아리랑'의 좋은 뜻을 해친다"는 항의가 빗발쳐 지금 용어로 바뀌었다. 부축빼기는 봄부터 늘기 시작해 길에서 자는 사람이 많은 7~10월에 가장 기승을 부린다.

팀원들은 이날 오전 1시30분쯤 6㎜ 캠코더와 망원경, 무전기 등을 챙겨 승합차 2대에 나눠 탔다. 권 팀장과 이동욱(35) 형사는 성남 방향으로 사라졌다. 서 형사와 박소민(32) 형사는 오전 1시40~50분쯤 지하철 건대입구역에 도착했다. 술집에서 휘청휘청 걷는 사람, 어깨동무를 한 남녀가 쏟아져 나왔다.


번화가를 지나자 차츰 네온사인이 줄고, 혼자서 '갈 지(之)'자로 걷는 취객이 띄엄띄엄 나타났다. 군자역 주변은 길에 쪼그려 앉은 사람만 4명이었다. 성수대교 밑에서는 취객 5명이 저마다 교각 옆 벤치를 하나씩 차지한 채 새우처럼 몸을 말고 잤다.

조수석에 앉은 서 형사가 좌우를 면밀히 살피며 "밤마다 근처를 돌다 보면 계속 마주치는 사람들이 3~4명 있다"고 했다. 부축빼기범들이다. 이들은 주로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먹이'를 노린다.

오전 2시10분쯤 이들은 성수대교 근처 한 상가건물 앞에 정차했다. 흰 면바지에 검은 티셔츠를 입은 이모(38·인쇄소 직원)씨가 벤치에서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서 형사는 "올 들어 이 자리에서만 3건 잡았다"며 골목길 어두운 곳에 잠복했다. 박 형사는 차에 남아 망원경을 들었다.

오전 2시31분, 착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은 20대 남자 두 명이 걸어왔다. 이들은 이씨 옆에 쪼그려 앉아 엉덩이 주변을 더듬다가 행인이 지날 때마다 움찔하며 손을 뺐다. 지켜보던 박 형사가 투덜거렸다. "초범인가? 용기 있게 못 빼네."

오전 2시49분, 이들이 3차 시도 끝에 이씨의 지갑을 빼냈다. 순간 박 형사가 잽싸게 차에서 뛰어내렸다. 서 형사도 어두운 곳에서 튀어나왔다. 범인들은 혼비백산해 30m쯤 달아나다 상의가 찢어진 채 형사들 손에 붙들려왔다.

오전 3시쯤 형사들은 끙끙거리며 피해자 이씨를 안아 올려 피의자들 곁에 태웠다. 이씨가 타자 술 냄새가 진동했다. 술이 덜 깬 이씨는 미간을 찡그린 피의자들을 보고 씩 웃었다. 형사들은 "경찰서에서 양쪽 진술을 받아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피의자 이모(20·무직)씨와 노모(20·대학생)씨는 "방송에서 부축빼기 하는 동영상을 보니 쉬울 것 같았다"고 했다.

성남 방향으로 나간 권 팀장 조도 오전 6시쯤 피의자 김모(35·전과2범)씨와 술 취한 피해자 정모(43·회사원)씨를 태우고 경찰서로 돌아왔다. 정씨의 지갑엔 현금 3만5000원이, 성수대교 옆에 잠든 이씨의 지갑엔 4만2000원이 들어있었다.

부축빼기는 현행범이 아니면 잡기가 쉽지 않은 탓에 다른 범죄보다 재범률도 높은 편이다. 지난 1일 지하철 군자역 주변에서 부축빼기를 하다 현행범으로 붙잡힌 김모(34)씨의 경우 기존 절도 전과 16개 중 4개가 부축빼기였다.

권 팀장은 "범인뿐 아니라 피해자도 두 번, 세 번 당했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권 팀장은 "술 마신 뒤 길에서 자는 버릇 탓"이라며 "지나친 음주를 자제하는 게 제일 좋고, 자신이 없다면 일행에게 챙겨 달라고 미리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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