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의 요소들
파시즘의 특징은 극단적 민족주의와 자유주의-마르크스주의의 부정으로 규정된다. 이 사상은 자유민주 체제의 폐허 위에 새로운 문명을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히틀러는 나치즘의 원리를 "개인주의적, 마르크스주의적 인간개념을 없애고 한 핏줄의 결속과 조국의 흙에 기반을 둔 민족 (Volk) 공동체의 건설"이라고 밝혔다.
파시즘은 자유민주 체제가 인간을 이윤 이외의 어떤 고결한 이념도 인정하지 않는 유물적인 동물로 격하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상주의를 흠모하는 젊은이나 지식인들은 인간의 고결한 본성을 강조하는 파시즘이 좌절에 빠진 사람들을 구원할 유일한 희망이라고 여기고, 그들의 행동주의를 높이 평가하며 추종자로 나섰다.
파시스트들이 가장 경계한 사상은 마르크스주의였다. 마르크스주의는 민족공동체를 부정하고 계급 간 결합만 강조하는 반면, 파시즘은 모든 계급의 국민을 민족주의의 열기 속에 집어넣고 민족이라는 용광로에 녹여 국민의 일원으로서 삶의 의의를 부여하려 했기에 둘은 극단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낙담과 좌절의 시기에 파시즘은 개인들의 고립감, 무력감, 불안감을 민족이라는 정화된 이념 속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민주 체제나 마르크스주의가 모두 인간의 합리적 사유의 힘을 믿었지만 파시즘은 인간의 본능, 의지, 핏줄, 외양만 신뢰했다. 파시즘의 이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이성은 의심을 가지게 만들며, 분석은 망설이게 만든다. 행동은 그 자체가 덕이며 인간의 고귀한 본능이다.
민족의 지도자는 우유부단한 개인들을 위해 결단을 대신해주고 모든 분열을 민족의 이름으로 통합시킨다. 따라서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새로운 구세주에게 자신을 바치고 구세주 뜻을 실현하며 잊었던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파시즘의 지지자들은 하층 중산층에 속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소상인, 수공업자, 사무원, 하급 공무원, 자영농 등으로 구성된 하층 중산층은 거대한 자본주의 체제나 공산주의를 증오했다. 이들은 파시즘이 대기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고 많은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리라고 기대하였다.
파시즘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행진 ⓒ 청아출판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하층 중산층은 파시즘이 공산주의 방식 이외의 방법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며 전통적 가족관계, 조국, 관습을 되살릴 것이라고 믿었다. 이들은 민주 체제의 지지부진한 형식과 절차를 참지 못하는 정치적으로 미숙한 계층이었다.
파시즘은 기존 보수세력과 연합했는데, 이는 지주 및 대산업 자본가들이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희망을 파시즘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주, 자본가들은 속으로는 파시스트들의 낮은 신분과 천박함을 비웃었으나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해주었기에 협조 체제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