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육단계별 생육특성
가. 영양생장과 생식생장
오이는 처음에는 영양생장보다 약간 늦게 생식생장이 시작되고, 그 후에는 영양생장과 생식생장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자란다. 생식생장은 우선 엽액(葉腋)에서 꽃눈이 분화되어 발달하면서 성이 결정된다. 성이 결정된 암꽃과 수꽃은 자라면서 개화가 되고, 이때 일반적으로 방화곤충 등을 이용하여 수분이 이루어지고 종자가 형성되면서 과실비대가 이루어지는데 오이에서는 단위결과성(單爲結果性)이 있어 수분이 되지 않아도 정상적인 과실로 비대한다. 식물의 생장과정은 일정기간의 영양생장을 하며 영양생장으로서의 잎과 줄기의분화가 멈추고 생식생장으로 전환되어 발육과정을 경과한 후 일생을 마치게 된다. 오이에서는 영양·생식생장이 동시에 이루어지므로 재배상 이 두 생장의 균형을 잘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 오이 일생의 수명을 길게 유지시키는 것이 되며 결국 재배를 잘하는 것이 된다.
나. 종자와 발아
(1) 종자휴면
종자는 과실 안에 있는 동안에는 과즙에 함유된 발아억제물질에 의해 발아가 되지 않는다. 또한 과실로부터 채종된 종자는 수 주일간은 가벼운 휴면상태에 들어가므로 파종을 해도 발아와 생육이 불균일하게 된다.
(2) 발아
발아적온은 25∼30℃ 정도로 이보다 약간 높거나 낮아도 발아된다. 그러나 고온에서는 발아가 빠르지만 웃자라기 쉽고, 저온에서는 발아가 더디며 불균일해진다. 발아할 때 종자의 무게만큼이나 많은 수분을 흡수하므로 충분한 수분 공급이 필요하다. 종자는 광을 싫어하여 광조건에서는 발아가 억제되는데, 고온하에서는 광선에 관계없이 발아하지만 20℃ 이하에서는 빛을 싫어하는 혐광성(嫌光性)을 나타낸다.
(3) 종자수명
종자는 건조상태에서 보관하면 보통 3년 정도는 정상적인 발아가 이루어지나 장기간 종자를 보관을 할 경우에는 데시게이터 등에 건조제를 넣어 저온에서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 꽃눈분화와 암꽃 착생
오이는 토마토, 가지 등의 가지과나 무, 배추 등의 십자화과 채소처럼 줄기끝의 생장점에서 꽃눈이 분화되지 않고, 오이의 생장점은 오직 엽아(葉芽)만을 분화시키며, 꽃눈은 어느 정도 자란 엽아의 안쪽에서 분화한다(그림 6). 따라서 오이의 생장과정은 처음에는 영양생장이 먼저 이루어지고 생식생장이 되며, 이후에는 영양생장이 선행되면서 영양생장과 생식생장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또한 토마토나 가지의 꽃은 암꽃, 수꽃의 구별이 없으나 오이는 자웅동주(雌雄同株)로 암꽃과 수꽃 그리고 양성화(兩性花)로 구분된다.
(2) 성의 분화에 관여하는 요인
오이꽃의 분화는 유전적 형질에 따라 결정되지만 온도, 햇빛, 양·수분 등외적 요인에 크게 좌우되며, 품종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따라서 같은 품종에서도 계절적으로도 암꽃이 착생하는 양상이 다르며 재배관리에 의해서도 차이를 보인다. 오이의 암꽃 착생에 크게 관여하는 환경조건은 온도와 일장조건으로 저온과 단일에 의해 암꽃착생이 증가한다. 따라서 가능한 암꽃이 많이 착생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 온도
오이의 성 분화는 다소 낮은 온도조건(10∼15℃)에 의해 암꽃분화가 촉진된다. 낮 동안의 저온도 영향을 미치나 실제로 낮에는 저온관리가 불가능하므로 낮 동안은 광합성 적온으로 유지시키고 야간에 저온관리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린 모종 때 저온관리를 하면 아랫마디에서 암꽃이 착생되어 재배상 필요 없는 부위에서 발생되게 되며 영양생장과의 균형적인 면에서도 모종의 생육에 좋지 않으므로 암꽃은 원하는 마디로부터 착생시키도록 한다. 따라서 어린 모종 때는 적온 하에서 생육시키고 제2엽 전개기부터 암꽃 분화에 적당한 야냉관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일장
대부분 오이의 품종은 단일성으로 다소 짧은 햇빛길이(8∼10시간)에 의해 암꽃분화가 촉진되며 특히 육묘기의 영향이 크다. 또한 단일효과는 온도의 영향을 받으며 고온조건(25℃ 이상)에서는 그 효과가 떨어진다. 따라서 여름철 고온기 육묘에서는 통풍 등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다) 영양조건
육묘상토에 질소 성분이 너무 많거나, 육묘기의 차광 등 영양생장을 조장하는 조건은 암꽃분화를 억제한다.
(라) 호르몬
생장점 부근에 있는 오옥신이나 지베렐린 농도가 낮으면 화성호르몬의 집적이 촉진되어 암꽃분화가 촉진되고 높으면 억제된다.
(마) 기타
일장이나 온도처럼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어린 모종일 때 자엽이나 본엽이 제거되거나 모종의 이식에 의해 뿌리가 잘리거나 토양수분이 부족해도 암꽃분화가 지연된다.
(3) 모종의 나이와 꽃눈발육
발아 후 오이꽃의 발육은 영양생장을 하는 단계로 외관적으로 잎이 증가하는 것처럼 쉽게 관찰할 수가 없으며 본엽 3매 정도가 돼야 가능하다. 보통 아주심은 모종인 본엽 3매 정도 때 이미 18엽까지의 엽수가 분화되어 있으며, 15마디까지는 꽃눈분화가 이루어져 있다(표 7). 또한 꽃눈분화가 이루어지는 마디의 1/2 정도인 7엽까지는 암꽃이 될 것인가 또는 수꽃이 될 것인가 하는 성 분화가 이미 결정되어 있다. 본엽이 4∼5매 정도가 되면 순지르기 재배에서의 일반 순지르기 위치인 22∼23마디 정도까지 엽수가 분화되고, 11∼12마디 정도까지 이미 성이 결정되어있다.
결국 어느 모의 나이에 있어서나 분화된 잎의 위치로부터 3∼4마디아랫마디까지 꽃눈이 분화되어 있고, 꽃눈이 분화된 마디로부터 7∼8마디의 아래까지는 암·수꽃의 성이 결정되어 있다. 이처럼 육묘기의 관리가 암꽃분화에 큰 영향을 미치며 육묘기 환경관리의 중요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라. 과실발육과 생리
(1) 과실발육
과실이 발육하는 과정을 보면 암꽃이 개화될 때까지 대부분 씨방의 세포분열이 종료되고 개화 후에는 분열된 세포가 비대되어 가는데 세포의 비대는 세포질과 과즙이 축적되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과실이 정상적인 형태로 발육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포수가 많은 씨방이 만들어져야 하며, 큰 씨방이 형성된 후에는 분열된 세포에 어떻게 하면 많은 동화물질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동화물질의 전류·축적에 의해 세포가 증가되고 과실로서 자라게 된다. 과실이 발육 비대하기 위해서는 종자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며 개화되어 수분·수정된 후 종자가 형성되면 종자에서 오옥신이 생성되고 자방 내에 오옥선 농도가 높아짐으로써 과실로의 양·수분 흡수가 이루어져 비대가 된다. 그러나 오이에서는 개화 전부터 씨방 내에 오옥신을 함유하고 있어 수분이나 수정이 되지 않아도 오옥신이 생성되어 자방이 비대한다. 씨방 내에 오옥신의 생성이 적어지면 양·수분의 흡수가 씨방 내로 약하게 흡수되어 비대되지 않고 황화되어 고사하는 소위 생리적 낙과가 발생한다. 씨방 내의 오옥신 농도가 높아도 보내어질 양분 즉 탄수화물이나 무기성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면 과실 비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뿌리로부터 흡수되는 양·수분이 토양 중에 충분하게 존재해야 하며, 지하부로부터의 양·수분과 함께 지상부에서는 광합성 작용이 충분히 이루어져 보다 많은 탄수화물이 생산되지 않으면 안 된다.
(2) 과실비대와 전류
과실은 개화 후 3∼4일은 비교적 느리게 자라지만 5∼6일 후에는 1일에 2배 가까운 크기로 빠르게 자란다. 과실의 1일 비대량은 (그림 9)와 같은데 오이 과실은 낮보다 밤, 특히 해가 진 후부터 4∼5시간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자란다. 오이는 해가 지면 잎에서 만들어진 광합성산물을 다른 기관으로 옮기는 작용을 하는데 이것을 전류(轉流)라고 한다. 전류량은 그 날의 광합성량에 의해서, 전류속도는 온도 조건에 의해 달라진다.
전류 속도는 고온에서 빠르고, 저온에서 느리며 생리적으로 볼 때 전류에 알맞은 온도는 15∼16℃ 정도다. 결국 해가 진 후 약 4시간 정도면 전류가 종료되며 저장기관인 과실의 비대도 이 시간대에 가장 많이 이루어진다.
(3) 과실의 발육을 지배하는 요인
외적요인으로 온도, 광, 수분, 영양 등이 관여하지만 특히 온도, 광조건의 영향이 크다. 온도가 높고 일조가 좋은 조건에서 발육이 촉진된다.
(가) 온도
건전한 생육을 하기 위해서는 낮 동안은 광합성 작용이 촉진되어 충분한 광합성 산물을 생산을 할 수 있는 온도가 중요하며, 야간에는 낮 동안에 생산된 광합성 산물이 저장기관인 과실로 보다 잘 축적될 수 있도록 하는 온도관리가 필요하다.
(나) 광
광은 온도와 마찬가지로 광포화점까지는 많을수록 좋다. 또한 광합성은 <그림 9> 오이 광합성 산물의 전류 및 호흡에 미치는 야간온도의 영향 하루 중 오전 중에 70% 이상이 이루어지므로 가능한 오전에 햇빛이 많이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전의 차광은 큰 영향을 미치는데 겨울철 시설재배의 경우 오전의 햇빛을 유효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관리가 중요하다(표 8).
(다) 과실 발육과 잎
과실이 비대하기 위해서는 광합성작용에 의해 생산된 광합성산물이 필요하며, 광합성 기관인 잎, 즉 엽면적의 다소는 과실의 비대에 큰 영향을 미치며 생산성과 직결된다. 잎 나이와 광합성 능력과의 관계를 보면 대체로잎 전개 후 20∼30일 경에 최고에 달하며 이후에는 노화와 함께 광합성 능력도 저하된다. 오이의 과실당 필요한 잎 수는 일사량과 온도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과당(100g) 3잎(1,200㎠)∼5잎(2,000㎠) 정도 필요하다.
(라) 과실발육에 대한 뿌리의 역할
항시 활력 있는 뿌리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지하부의 환경관리가 중요하며 지온, 토양구조, 시비, 관수 관리 등 여러 조건들이 관여한다. 뿌리에 대한 잎으로부터의 동화양분의 전류는 생육 초기에는 순조롭게 이루어지나 생육이 진전되고 마디수가 증가됨에 따라 가장 윗부분에서 만들어진 동화양분은 뿌리까지 전류되지 않고 중간의 과실로 흡수되어 버린다. 30마디까지 자란 오이의 경우 지상부 10마디 정도까지에서 생산된 동화양분은 뿌리로 이동이 되며 15절 전후의 윗잎에서 만들어진 동화양분은 대부분 과실로 흡수되고, 15절 이상의 잎에서 생성된 양분의 일부가 뿌리로 전류된다. 따라서 뿌리부분이 장기간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랫잎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편 내적 요인으로서는 꽃의 소질(씨방의 크기), 한 포기당 달린 과실수의 많고 적음(과실 상호 간의 양분경쟁), 과실의 오옥신 함량 등에 의해 발육속도는 크게 달라진다. 개화로부터 수확까지 고온기에는 7∼10일, 저온기에는 12∼20일 필요한데 과실에 따라 차이가 있어 정상과는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비정상과는 늦다.
(4) 단위결과
일반적으로 과실이 정상적으로 발육·비대하기 위해서는 수분·수정이 이루어지고 종자가 형성되는 것이 원칙이나 오이의 경우 종자가 형성되지 않고서도 정상적으로 과실이 비대한다. 즉, 오이는 꽃가루받이(수분)가 되지 않아도 쉽게 결실하는 단위결과(單鳥結果)의 특성을 갖는다. 오이의 경우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 때부터 씨방 내에 오옥신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수분 등의 자극이 없어도 오옥신의 생성이 이루어져 비대가 된다. 따라서 오이의 경우 인공교배나 착과 호르몬제 처리, 방화 곤충 등을 이용하지 않고서도 쉽게 착과가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