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 북쪽 기슭에 자리잡은 송광사는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한국 불교의 삼보사찰로 유명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세 가지 보배', 삼보(三寶)란 부처님[佛]과 부처님의 말씀[法] 그리고 부처님의 제자[僧]를 말한다. 양산의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와 가사(袈娑)를 봉안하였기에 불보사찰, 가야산 해인사는 부처님의 말씀인 팔만대장경을 간직하고 있는 법보사찰, 조계산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스님이래 열여섯 명의 국사를 배출했기 때문에 승보사찰이라 한다. 기독교의 성부 하느님과 성자 예수님과 믿는 이들 속의 성령이 하나이듯이 불교의 삼보 역시 하나이다. 원효스님께서 "돌아가는 바 그 하나인 마음(一心)이 바로 삼보인 것이다"라며 말씀하신 바이다.
1969년 종합 수도도량인 총림(叢林)이 된 송광사는 선원, 강원, 율원, 염불원 등의 기관에서 100여명의 스님이 상주하며 참선과 경전을 공부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행도량이며 1972년에 개원한 '불일(佛日)국제선원'에서는 세계 각국의 스님들이 한국의 불교를 배우고 있다. 그만큼 송광사는 우리 불교계의 승보사찰로서의 역할을 다하며 중요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송광사는 신라 말 혜린선사가 길상사란 이름으로 창건하였다한다. 그 때의 이름은 송광산 길상사(吉祥寺)였다. 이후 고려시대에 폐허가 된 길상사는 지눌스님에 의해 중흥되었다. 팔공산 거조사에서 이곳 길상사로 정혜결사를 옮긴 지눌은 절 이름을 수선사(修禪社, 고려시대에는 사찰을 '사(社)'라고도 불렀다.)로 고치고 산의 이름도 송광에서 조계로 바꾸었다. 이후 수선사는 송광사로 고쳐 불려져 오늘날과 같은 이름의 조계산 송광사가 되었다. 지눌스님은 1197년부터 1204년까지 9년 동안 공사하여 절의 면모를 갖추었다. 이후에 두 번의 대화재로 잿더미가 된 절을 다시 재건한 것은 19세기 중엽이었다. 그러나 한국전쟁 때 공비(共匪)들에 의해 송광사는 다시 불타는 수난을 겪었으나, 전쟁이후 지금까지 끊임없는 중창으로 조계총림의 도량으로 일신하였으며 보조국사 지눌 이래로 16명의 국사를 배출하여 승보종찰로서의 위용을 떨치게 되었다.
<송광사라 불리는 까닭>
송광사(松宋廣寺)의 이름에는 몇가지 전설이 전해진다. 첫째는 18명의 큰스님이 나실 것이라는 전설이다. 곧 '송(松)'자를 파자(破字)하면 '十八'자와 '公'이다. 글자 그대로 18명의 큰스님이 나타나시어 널리[광(廣)] 불법을 떨칠 절이란 뜻이다. 16국사를 배출하였으니 이후, 두 분의 큰스님이 남은 셈이다. 다음으로는 보조국사 지눌스님께서 나무로 깎은 솔개를 날려 정혜결사의 절터를 잡았다는 설이다. 솔개의 사투리가 솔갱이인데 바로 송광사는 '솔갱이 절'이라는 말이다. 마지막 설은 일찍부터 조계산은 소나무(솔갱이)가 많았기에 '솔뫼'라 불렸고 그 이름에 연유하여 송광산이라 했으며 산 이름이 절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중 가장 근거 있는 것이 마지막 설이라 한다.
<송광사의 가람배치>
송광사의 배치는 신라의 의상대사(625∼702)가 210자 7언시를 도식화한 '화엄일승법계도'의 도표처럼 수십 여 동의 건물이 얽히고 설키어 비를 맞지 않고도 다닐 수 있다한다. 또한 일반적인 사찰과는 달리 송광사의 가람 배치가 많은 점에서 특이하다. 먼저, 대웅전 뜰에는 불탑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절의 가장 중심이 되며 최고의 전당인 대웅전 뒤에는 다른 전각이 없는 것이 보통인데 송광사의 대웅전 뒤에는 국사전, 수선사, 설법전 등의 선원(禪院, 참선수행공간)전각이 높은 석축 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는 승보사찰 송광사의 위상을 떨치고, 보조국사의 수선(修禪) 정신을 잘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법보사찰 해인사의 대웅전 뒤에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장경판고가 자리하고 있고, 불보사찰 통도사의 대웅전 뒤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을 두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송광사는 우리 문화의 보고(寶庫)인양, 16 국사의 영정을 봉안하는 국사전 등의 국보 3점, 하사당, 약사전, 영산전 등 보물 13점, 천연기념물인 쌍향수 등 국가문화재 17점, 정혜국사사리합 등 지방문화재 10점을 포함, 수많은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