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에코델타시티 스마트빌리지를 가다
40개 스마트기술 적용 첨단단지
스마트미러가 몸 상태 체크하고
AI트레이너는 맞춤형 운동 처방
스마트빌리지 전경
스마트아파트 입주민 나미래 씨(가명)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단지 내 카페에 들러 로봇이 내려준 커피를 들고 인공지능(AI) 체육센터로 향한다. 운동기구 옆 모니터에 계정을 입력하니 현재 몸 상태에 맞춘 무게 및 운동 방법이 설정된다.
개운하게 운동을 마친 나 씨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춰 제공되는 도시락을 갖고 집으로 돌아간다. 스마트팜에서 수확한 채소도 곁들여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다. 나 씨는 출근 전 스마트 거울에 나타난 자신의 건강지수 변화 및 관리사무소에서 올린 공지 사항들을 확인하고 집을 나선다. 시내와 단지를 오가는 옐로우 버스를 예약해놓은 터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생활이 일상으로 여겨지는 곳이 있다. 바로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에코델타시티(EDC) 스마트빌리지다.
부산시, 국토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케이워터)가 손잡고 각종 미래 혁신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준공한 전국 최초의 공공 스마트 마을이다. 2만1000㎡ 면적에 총 56세대의 스마트 주택이 자리 잡고 있다. 공급면적 52~93㎡, 125~155㎡인 2층형이 19세대, 3층형이 37세대다.
입주민은 갓난아기부터 90세 노인까지, 약 180명. 5년간 관리비만 내고 무상으로 거주하면서 단지 내 적용된 다양한 기술을 체험하고 기술 개선을 위한 리빙랩(생활 실험실)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입주민들이 스마트빌리지에 적용된 △헬스케어 △로봇 △스마트팜 △물·환경 △생활·안전 등 5개 분야의 혁신 기술 사용 경험과 개선 의견을 내면 관련 기업이 참고해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로 다듬는다.
김윤하 케이워터 기술 차장에게 들어본다.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 있는 웰니스센터에는 대학병원 간호사가 상주하며 입주민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예측한다. 입주민들은 언제나 대학병원 의료진과 비대면 화상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 있는 웰니스센터.
- 스마트빌리지가 특별해 보인다.
“모든 세대에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된 스마트미러가 있다. 거울인 동시에 입주민의 체중, 체지방, 혈압, 혈당 등 실시간 측정 수치가 표기되는 건강측정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빌리지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 있는 웰니스센터와 실시간 연결된다. 웰니스센터에 상주하는 간호사가 입주민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예측한다. 필요시 입주민이 대학병원 의료진과 비대면 화상 진료까지 받도록 해준다.”
스마트 미러는 오늘의 날씨 및 밤새 스마트밴드를 통해 측정된 각종 건강지수 변화를 띄워 보여준다.
입주민들은 스마트 기술로 측정된 필요한 정보들을 핸드폰 앱 안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입주민들이 차고 다니는 스마트밴드가 입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측정한다. 모든 데이터는 핸드폰 앱으로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팜 통해 채소 등 자급자족
로봇이 청소・배달・커피서빙까지
입주민협의회에서 관리 의사결정
인공지능(AI) 체육센터의 기구들.
인공지능(AI) 체육센터의 기구들은 스마트 기술로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입주민의 체형과 체력 등을 분석해 AI 트레이너가 맞춤형 운동과 무게가 처방된다.
인공지능(AI) 체육센터의 기구들은 스마트 기술로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입주민의 체형과 체력 등을 분석한다.
- 커뮤니티 시설도 특이한 것 같다.
“인공지능(AI) 체육센터도 있다. 스마트기술로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입주민의 체형과 체력 등을 분석해 AI 트레이너가 맞춤형 운동을 처방해 준다. 체육센터 앞에는 풀무원이 개인 맞춤 식단을 제공하는 ‘출출박스’ 냉장고가 있어 체중조절 식단, 대사관리 식단, 영양·건강 식단 등으로 나눠 개인 생애주기와 생활주기에 따라 식생활을 관리해준다.”
입주민들은 풀무원이 개인 맞춤 식단을 제공하는 출출박스라는 냉장고를 통해 체중조절 식단, 대사 관리식단, 영양·건강 식단 등을 제공 받는다.
- 환경을 고려한 스마트기술도 있나.
“집 앞 스마트 쓰레기통 ‘수퍼빈’에 쓰레기를 넣으면 재활용 가능 여부를 자동 판별해준다. 재활용품인 경우 용품당 쌓이는 포인트만큼 입주자 계좌에 현금을 자동 입금해 준다. 채소 등 자급자족이 가능한 스마트팜, 태양광 발전으로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스마트 벤치도 있다.”
재활용품을 자동 판별해주는 스마트 쓰레기통 수퍼빈이다.
태양광 스마트 벤치. 태양광 에너지로 핸드폰이 충전된다.
무인편의점의 물품을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로봇이다.
자리에서 주문을 하면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고 서빙 로봇이 커피를 가져다준다.
단지 내 도로를 청소해주는 자율주행로봇, 무인 편의점에서 집 앞까지 음식을 배달해주는 로봇, 바리스타 로봇과 서빙 로봇이 있는 카페가 입주민을 맞이한다. 커피는 약 2000원으로 저렴하고 맛도 좋다.
통합관제실인 플랫폼센터에서는 단지의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빌리지 내에는 케이워터가 관리하는 통합관제실인 플랫폼센터가 있다. 초대형 상황판이 설치돼 있어 단지의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세대별 에너지 사용량부터 상하수도, 주차 공간, 주민 출입기록, CCTV를 통한 침입 감지, 분리수거 현황, 기상 정보와 입주자 건강정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김 차장은 “침투성 보도블록을 통해 빗물이 흡수되면 지하수와 합해 정수 과정을 거쳐 활용한다”며 “입주민들은 각 세대에서 취수처리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안전하게 물을 마신다”고 소개했다. 각 가정에서는 실시간 수돗물 평가도 가능하다.
빌리지는 두 개 강과 하나의 하천이 만나는 지역에 있어 철저한 홍수 대비가 필수다. 김 차장은 “인근의 소형 강우레이더는 100㎞까지 탐지할 수 있고 거제도 앞바다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관측할 수 있다”고 자랑한다. 기상 정보 역시 초대형 상황판에서 관리할 수 있으며 3차원 데이터를 취합해 침수 지역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
케이워터는 태양광 및 수열·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단지에 제공함으로 제로에너지 1등급 주택단지를 구현할 계획이다. 현재 스마트빌리지는 태양열을 이용해 500㎾를 생산하고 ESS(에너지저장장치)로 200㎾를 저장한다.
40여 종의 스마트기술이 적용된 첨단 단지에서 입주민들의 삶이 윤택해지도록 관리하는 주택관리사가 있다. 바로 김형찬 관리사무소장이다.
김형찬 관리사무소장
- 입주민은 어떤 사람들인가.
“빌리지는 미래 스마트시티 전략 수립에 필요한 스마트홈 데이터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인 가구, 신혼부부, 노부부, 다자녀 가족, 장애인 가구 등 다양한 세대가 공존한다. 일반적인 단독주택이 대부분이고, 1층과 2층에 각각 다른 세대가 사는 주택도 있다. 셰어하우스 형태의 세대도 있다.”
- 커뮤니티 활동은 활발한가.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해서 나는 잘 모른다. 지난달 말 입주민 간담회에 40~50명이 참석해 스마트팜에서 수확한 채소를 나눠 먹었다고 한다. 마당이 있어 종종 바비큐 파티도 한다.”
- 아파트와 관리업무가 차이가 있나.
“아파트에 입주자대표회의가 있다면 이곳은 입주민협의회가 있다. 부산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따라 대부분 아파트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모든 에너지는 태양광, 지열과 수열 등을 사용해 관리비 부담이 적어 입주민 대다수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입주민협의회는 스마트빌리지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관리규약에 따라 구성됐다. 1단지, 2단지 대표 2명과 지원자 4명을 합해 6명이 입주민을 위한 각종 의사결정을 한다.
- 입주민 민원은 어떤가.
“층간소음 민원은 없다. 입주민들이 자치적으로 금연단지로 정했기 때문에 흡연 민원도 없다. 각종 스마트기술이 적용된 단지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에 적응하지 못한 세대들이 있어 초반에는 기술과 관련된 민원이 자주 있었다.”
- 소장은 스마트기술도 잘 알아야겠다.
“기술 문제가 생기면 얼른 파악해 유관기관에 연락해야 하므로 기술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 나는 한때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가 공인중개사로 일하다가 오피스텔 등 건물관리업에서 10년 정도 종사했다. 그동안 딴 자격증은 전기기사, 소방설비 기사, 건축설비기사, 정보처리기사, 전산회계 1급,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등 여럿 있다.”
김 소장은 언젠가 모든 공동주택에 이러한 스마트기술이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 소장은 미래에 이런 단지의 소장을 꿈꾸는 직원들과 후배 주택관리사들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늘, 부지런히 공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