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경사지게 만들어진 궁전 정원이 너무 넓어 하궁까지 걸어가는데 힘들었다. 정원 중간에 위치한 분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올림프스 산의 수호신 스핑크스의 하얀 조각상과 뿜어내는 시원한 물줄기가 아우러져 잠간 쉬어가는 여유를 주었다. 나무그늘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피로를 풀었다.
하궁에는 18세기 이전의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 별로인 나는 한꺼번에 많은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마네, 드가, 같은 유명한 화가들과도 그림으로 만나고 미술 공부도 무척 많이 하여 지적 수준을 많이 높인 것 같아 뿌듯하다. 궁전을 나와 트램을 타고 슈테판 사원으로 갔다.
슈테판 사원St. Stephandom ; 빈 최대의 성당이며 상징 건축물이다. 영국의 세인트 폴 성당, 프랑스의 노트르담 성당, 독일 쾰른 성당, 스페인 미완성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구경할 때의 느낌과 첫인상이 다르다. 고딕 사원이지만 우리나라 맞배지붕 같은 지붕 위의 색깔이 검고 푸른 삼각의 모자이크 문양으로 독특하여 색다른 모습이다.
슈테판 사원St. Stephandom
사원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고 광장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 복잡하였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종탑은 공사 중이라 올라가지 못했다. 사원 안에는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이 아름답고 지하에는 합수브르크 왕가 사람들의 장기(臟器)가 보관되어 있다 하였다.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열렸던 곳으로 유명하다.
슈테판 사원을 나와 다시 시내 구경에 나섰다. 트램 역 광장 거리 간이식당 풍경이 일품이다. 의자는 없고 주방만 있는 식당 앞,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차례를 기다려 한 봉투씩 사 간다. 서서 먹고 기대고 앉아 먹고 걸으면서 먹는다. 서민들의 격식 없는 점심 식사 모습인가 보다. 마땅히 먹을 걸 찾지 못한 우리에게 그래도 여기에서 맛본 터키 음식 케밥이 제일이었다.
호프부르크Hofburg왕궁
트램 차창으로 보이는 정원과 공원 큰 건물들이 모두 호프부르크 왕궁이라 한다. 13세기부터 650년간 합스부르크왕가의 궁전으로 사용된 곳인 몇 개의 궁전과 정원, 박물관, 교회 등이 길과 길 사이를 두고 산재해 있어 도시속의 작은 도시라 일컬어진다. 모차르트의 동상과 프란츠 슈테판 황제의 기마상등 군데군데 동상이 있는 아늑한 왕궁정원에 앉아 쉬었다.
벨베드르 궁전과 쉔부룬 궁전을 보았기에 궁전 내부 관람은 그만 두었다. 호프부르크 왕궁은 비운의 왕비 ‘씨씨’관이 따로 있고 왕궁 입구부터 ‘씨씨의 초상화가 걸려 있으며 시시왕비의 이야기로 가득하였다.
호프부르크Hofburg왕궁
씨씨(Sisi), 오스트리아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황비
본명은 카톨린 엘리자베스, 씨씨는 애칭이다. 1837년 독일 남부지방의 막시밀리안 공작과 바이에른 왕의 친딸 사이에서 태어났다. 15세 되는 해 휴양 차 바트 이슐(Bad Ischl : 온천 휴양지)에 온 황제 요제프 1세가 파티장에서 우연히 씨씨를 보고 한눈에 반하여 황제의 청혼으로 왕비가 되었다. 사실은 그의 언니와 이미 결혼하기로 예정되어 있어서 대단한 소문이 났다.
씨씨Sisi
시골 처녀에서 일약 왕비가 된 드라마틱한 로맨스는 씨씨를 동화속의 공주로 추앙되게 하였다. 유난히 가는 허리를 좋아한 씨씨는 허리를 조이는 페티코트를 착용하고 치장하는데 반나절이 걸렸고, 긴 머리를 좋아하여 머리를 발끝까지 늘어뜨리고 다녔다는 일화가 전한다. 시골생활에 익숙했던 그녀는 엄격한 황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어머니와의 불화 등으로 심각한 마음의 병을 앓아 고생하였다. 그 뒤 황제의 사랑마저 떠나자 빈의 화려한 생활에 등지고 이탈리아와 그리스로 긴 여행을 떠났다. 이때부터 검은 드레스만 입었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무정부주의자 청년의 칼에 맞아 60세에 세상을 떠났다. 빈의 카프친 성당에 안치되어있다. 사람들은 씨씨를 비운의 오스트리아 다이에나 비라 부른다.
빈은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 , 왕비 씨씨로 온통 관광상품을 장식하였다. 유럽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한 거리들이 프랑스와 그 밖의 도시들과 비슷하게 다가왔다. 유럽 전체가 조금은 다른 것처럼 보이나 음식, 주거형태 등 큰 시각으로 보면 같은 문화권이라 느껴진다. 그래서 유럽연합 탄생이 가능한가 보다.
자동차를 9월 11일에 파리의 드골 공항 푸조 주차장에 반납해야 하기에 체코Czech의 프라하Praha를 정점으로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하고 천천히 남쪽으로 내려 와야 한다.